전공진입 그 후… 과/반 공동체는 어디로?

.”안녕하세요.경제B/飛 반 02학번 ○○○입니다.언론정보학과예요.” 광역화 세대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묘하게 들리는 말이다.하지만 지난 겨울방학 때 전공진입을 한 사회대·공대 02학번이나 인문대·자연대 01학번들 사이에서 위와 같은 자기 소개는 별로 낯설지 않다.

? “안녕하세요? 경제B/飛 반 02학번 ○○○입니다. 언론정보학과예요.” 광역화 세대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묘하게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지난 겨울방학 때 전공진입을 한 사회대·공대 02학번이나 인문대·자연대 01학번들 사이에서 위와 같은 자기 소개는 별로 낯설지 않다. 이처럼 새내기로서 1년(혹은 2년)을 함께 한 ‘반’과 전공진입 후 갖게 된 ‘과’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난 한 학기동안 적지않은 문제점을 야기시켜 전공진입자들을 곤란하게 했다. ‘과’와 ‘반’의 불일치로 인한 문제점 ?광역화가 시작된 후 학부 단위로 뽑힌 새내기들은 ‘-학과’가 아닌 ‘-반’이라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1-2년을 보낸다. 예컨대 ‘경제B/飛 반’에 배정된 사회대 새내기들은 경제학과 선배들이 준비한 OT와 새터 등에 참여하고 그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으며 생활한다. 그런데 그들이 정치학과, 심리학과 등으로 전공진입을 할 때가 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그들은 계속 ‘반’ 학생회에 남아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각자의 전공에 따라 ‘과’ 학생회로 재편성되어야 하는가. ?공대와 자연대는 전공진입 이후 과 학생회로 옮기는 쪽을 택했고, 인문대 일부 과/반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2학년 때까지 고고미술/공명반에 있다가 올해 서양사학과가 된 강경덕 씨는 “3학년인데 과방에 가면 아는 사람이 없다”며 불만을 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과방은 물론 서양사학과의 과방이다. “그래서 과방에 잘 안 가게 되고…그렇다고 예전에 가던 과방(공명반의 방)에 갈 수도 없고…”라는 그의 말은 대학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오랫동안 속해있던 생활공동체, 생활 공간을 갑자기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3학년들은 1학년과 달리 새로운 생활 공동체에 자신을 적응시켜나갈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적을 뿐 아니라 그들의 적응을 도와줄 과 선배도 없기 때문에, 2+2제인 인문대와 자연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특히 두드러진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과와 반 어느 쪽의 공동체에도 속하지 못한 채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어차피 3학년 때는 헤어질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에 반 공동체조차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강경덕 씨에 따르면 “자기가 속한 반과 다른 전공을 생각하고 있는 1,2학년들은 반 선배들을 진짜 ‘내 선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선배들 중에도 다른 과에 갈 반 후배들을 별로 ‘내 후배’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4년 내내 반 체제로 가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도 말한다. ‘반’에도 못 가고…’과’에도 못 가고… 또다른 문제는 새터나 MT, 답사 등 과/반 행사를 꾸리는 일. 이런 행사는 주로 2학년들이 준비하기 마련인데, 1+3제인 공대의 경우 이제 막 들어온 2학년들이 과 행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각자 서로 다른 반에서 생활하다가 올해 전공진입한 2학년들이 서로 얼굴도 모르고 아직 ‘과’에 대한 정체감을 크게 갖지 못한 상황에서 “새터 준비에 3학년들이 주축이 되었다”고 이호상 씨(전기공·02)는 말한다. 그는 03학번은 지난해에 비해 비교적 세분화된 모집단위로 입학하여 내년 새터는 2학년들이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산업공학부 등 일부에서는 여전히 올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3, 4학년들 중에는 아무래도 과/반 학생회에서 앞장서서 일할 사람이 많지 않다. 그 결과, 몇 안 되는 3학년들이 ‘반’으로 들어온 새내기들 챙기랴 ‘과’로 들어온 전공 진입생들 챙기랴 고생하거나, 몇 안 되는 2학년들이 새로 들어온 낯선 공간에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 아무래도 과/반의 일을 꾸리는 것이 광역화 이전보다 힘들다. “4월 중순에 처음으로 전공 진입생 환영회가 열린 곳도 있었다”, “우리 과 전공 진입생 환영회에 01학번 선배가 7명 왔다”는 이호상 씨의 말이 그러한 어려움을 대변한다. 새터 준비할 2학년이 없어 ?한편 사회대는 전공진입 이후에도 반 학생회에 남아있게 하는 쪽을 택했고, 인문대에서도 광역화 시작 당시 4년반체제를 택하기로 어느 정도 합의를 보았다. 말하자면 ‘경제A/불꽃반’ 02학번은 정치학과를 가건, 사회복지학과를 가건 졸업할 때까지 불꽃반 과방에 가고 불꽃반 MT에 참여한다. 지난 21대 사회대 학생회는 많은 고민 끝에 이처럼 4년 반체제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이 경우 역시 문제가 없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교수들과 과사무실이 이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 정치학과 학생회장 박종현 씨(01)는 “교수님들이 실질적으로 자기 제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같은 전공을 가진 학생들인데,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과방에 오고 학생회장을 하는 데 대해 낯설어한다”고 말한다. 결국 ‘왜 자기 과가 아닌 학생들에게 과방 물품과 행사비 등을 제공해야 하느냐’는 교수들의 불만이 불거지고, 이 문제로 교무부 학장이 사회대 학생회측에 면담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심리/알 반에서 경제학과 02학번이 학생회장을 맡게되자 심리학과 측에서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하며, “올해는 아직 과 단위로 입학한 01학번들이 학생회장을 하고 있어서 문제가 덜 되고 있지만, 02학번들이 반 학생회장이 되는 내년에는 더욱 가시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4년 반체제에도 문제점은 있다 ?이와는 별개로, 일반 학우들 사이에도 여러 가지 불만이 존재한다. “전공수업을 뭐 들어야될 지 모른다는 게 가장 문제”라는 어느 정치학과 02학번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전공과 관련된 정보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제대로 된 강의정보가 공식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같은 과 선-후배 관계를 통해 전해지는 전공 강의 정보가 유용하게 쓰여왔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과에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경우, 하다못해 시험 때 노트를 빌리는 사소한 문제에서도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또 어떤 학우는, 그 과를 졸업해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진로 문제에 대해서 조언을 구할 과 선배가 없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박종현 씨도 “사회대 2학년들 중에 과 정체성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정치학과 교수와 선배들이 참석하는 야유회에, 평일이고 다른 수업도 있었을 텐데 2학년 전공진입자들이 절반 가까이 참여했다는 것이다. 인간적 생활 공동체로서의 ‘반’과는 별개로 ‘과’라는 학술 공동체에 대한 욕구가 전공 진입자들 사이에 적잖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 ‘반은 임의적인 공동체지만 과는 운명 공동체다’라는 어떤 선배의 말을 들었다. 운명 공동체라는 것이 사회에 나가 끌어주고 밀어주는 그런 부정적인 의미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이라고 박종현 씨는 말한다. 생활공동체와 학술공동체, 둘 다 잡으려면… 전공진입 후 과 학생회로 옮기는 것이나 졸업할 때까지 반 학생회에 남는 것. 둘 다 문제점은 있다. 전자가 같은 분야를 함께 공부하는 학술 공동체로서의 과/반에 주목했다면 후자는 함께 지내며 정을 나누는 인간적 생활 공동체로서의 과/반을 주목한 것인데, 학우들은 두 쪽 모두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 예전에는 과 학생회가 두 역할을 함께 해왔으나 광역화라는 현실 아래에서는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단 학생회는 4년 반체제로 가는 것이 옳은 듯 하다. 박종현 씨는 학생회라는 공간이 유지되는 기제에 대해 “이 공간이 내 공간이라고 느끼게 되고, 그래서 거기에서 계속 활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런 의미에서 “1학년 때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대학생활 시작부터 오랫동안 소속되어있던 공동체를 버리고 2,3학년 때 새로운 곳으로 옮기라고 할 경우 과/반 학생회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 한편, 학술 공동체는 반드시 ‘학생회’라는 형태로 만들어질 필요는 없다. 예컨대 언론정보학과에는 전공 진입한 2학년들을 신입회원으로 모집하는 영상소모임 ‘이미지밴드’가 있는데, 조이람(02) 씨는 “이미지밴드 선배들이 있어서 전공공부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또, 외교학과에서 준비하는 ‘모의UN’과 같은 행사도 전공진입생들과 과 선배들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과내 소모임, 학회, 기타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들이 활성화되어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학술공동체에 대한 학우들의 욕구를 채워주어야 할 것이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지금 이 자리에서, 대학 문화를 고민한다

Next Post

상록캠퍼스 담아 가기, 담아 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