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분 12억원, 그 뜨거운 감자

‘장학금 12억원’을 둘러싼 논쟁과 오해 7월 25일 “등록금 인상분 12억원 반환!”이라는 제목의 자보가 붙었다.’올 상반기 총학생회는 총투표와 비상총회를 통해서 2002학년도 등록금 인상분의 환불을 요구하였습니다.그 결과로 대학본부로부터 최종 약 12억원을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장학금 12억원’을 둘러싼 논쟁과 오해

7월 25일 “등록금 인상분 12억원 반환!”이라는 제목의 자보가 붙었다. ‘올 상반기 총학생회는 총투표와 비상총회를 통해서 2002학년도 등록금 인상분의 환불을 요구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대학본부로부터 최종 약 12억원을 쟁취하게 되었습니다. 총학생회는 이 12억원을 집안형편이 어려운 지방 출신 고학생들에게 선지급되는 장학금으로 쓰기로 결정하였습니다…(후략)’ 자보가 나간 뒤 한동안 총학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서는 12억원의 반환방식을 둘러싸고 학우들 간에 논란이 일었다. 돌려받을 등록금 인상분을 장학금 형태로 받는 것이 옳은가 혹은 등록생 전원이 인상분만큼 균등환불 받아야하는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또한 이렇게 돈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를 의견 수렴 없이 총학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더 나아가 반환받은 돈을 장학금으로 쓰기로 결정하게 된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며, 총학에서 12억원이나 되는 돈을 차질없이 운영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총학측은 12억원을 ‘반환’받은 것도 아니며 그 돈을 장학금으로 쓰기로 총학측이 ‘결정’한 것도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계속되는 논란 끝에 총학은 8월 1일 ‘장학금 지급 논쟁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과 답변입니다’라는 글로 해명에 나섰다. 총학측에 따르면 약 12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학금의 형태로 환원하겠노라고 결정한 것은 총학이 아니라 본부였으며, 애초 총학의 입장은 환원 방식을 학생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 장학금은 총학이 넘겨받아서 관리·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본부에 의해 각 단과대학으로 분배, 단과대학의 장학위원회를 통해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등록금 인상분의 반환 방식을 놓고 총학 홈페이지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학생들의 항의와 논쟁, 우려들은 오해하기 쉽게 쓰여진 총학의 첫 번째 자보로 인해 빚어진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이 해프닝은 결국 총학생회장이 ‘관악 2만 학우 여러분께 드립니다’라는 글로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대강 끝이 났다. 12억 장학금은 총학이 아닌 ‘본부 결정’으로 드러나 그렇다면, 왜 본부측은 다른 안들을 거부하고 장학금 형식을 고집하는 것일까? 학생주임 김태춘 씨는 “12억원을 학생들 개개인에게 나누어 줄 경우 행정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그리고 각 대학별로 돌려주어야 하는 돈의 액수가 모두 다른데 그 액수를 각각 산출하는 것도 쉽지 않고, 사실상 학생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돈의 액수는 무척 적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흔히 2만 관악 학우라는 표현을 쓰지만 대학원생까지 포함하면 전체 학생수는 3만 명이 넘는 데다가, 학부생이냐 대학원생이냐, 어느 단대 소속이냐에 따라 각 학생이 낸 등록금 수준에 따라 일정한 비율로 12억원을 분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1인당 3∼4만원 정도를 돌려주기 위하여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는 것보다 그 돈을 장학금으로 쓰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견해는 나름대로 타당성을 가진다. 그러나 단지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면 본부가 그토록 강경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었을까? 부총학생회장 이석영 씨의 말에 따르면, 지난4월 총장실 점거 후 총학-본부간 합의문을 작성할 당시 본부측은 등록금 인상분 환불 문제에 대해 ‘장학금’ 형식으로 한다는 내용을 반드시 포함할 것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래서 총학은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원래 입장에서 물러나 ‘장학금 등의 방식으로 대학본부와 총학생회가 협의하여’ 학생들에게 환원한다는 선에서 합의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후 본부와 총학 사이에 대화가 단절되어 오다가 본부가 일방적으로 장학금 형식의 환원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 때 환원방식을 학생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총학의 요구는 거부당했고, 시간이 없으므로 답이 늦어지면 그냥 장학금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 본부의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본부는 장학금 형식을 완강하게 고집 확실히 ‘행정적 어려움 때문’이라는 본부측 설명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총학 게시판에서 한 학우는 등록금이 ‘인상된 만큼의 등록금은 다음 학기까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반환보다는 그림이 좋은 방식을 본부가 택한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말해, 학생 개개인에게 등록금의 일부를 돌려줄 경우 등록금 인상이 과도한 것이었음을 본부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고, 그렇게 되면 인상된 등록금 액수를 계속 유지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게다가 본부로서는 2001년 1학기에 이미 등록금 일부를 학생 전원에게 환불한 전례가 있어, 똑같은 전례를 또 만들게 되면 앞으로 등록금 인상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이 주장을 더욱 설득력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다. 본부가 장학금 형식의 반환을 주장하는 또다른 중요한 이유는, 문제의 12억원을 총학과는 다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본부가 볼 때 이 돈은 ‘과도하게 인상된 등록금의 일부분’이라기 보다는 ‘예산 집행·책정 과정에서 생기기 마련인 이월금’이기 때문에 기존의 예산-예컨대 장학금 예산-에 추가배정해서 집행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결국 어떠한 경우든지 간에, 학생의 입장에서는 장학금 형식의 반환은 일단 ‘등록금 인상’을 인정하는 것이 되어 2학기에도 인상된 등록금을 그대로 내야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인상된 등록금은 다음학기에도 유지 여기서 12억원의 출처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문제의 12억원이 자신들이 낸 2002학년도 1학기 등록금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사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총학이 등록금 인상분 환불을 주장한 근거는 지난 해에 쓰고 남은 기성회비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등록금을 인상했다는 것이었고, 이 12억원의 출처는 바로 그 기성회비 이월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총학이 볼 때 분명 이것은 ‘등록금 부당 인상분’에 해당하는 돈이지만, 본부에서는 단순한 ‘기성회비 이월금’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학생주임 김태춘 씨는 “그 해 예산 집행이 다 끝나기 전에 다음 해 예산 책정이 시작되므로 그 과정에서 돈이 어느 정도 남거나 모자라게 될 수 있다”며 이월금의 존재를 설명했다. 12억원은 바로 그런 돈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본부는 등록금 인상이 부당했다는 총학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부총학생회장 이석영 씨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쓰고 남은 예산은 다음 해 예산으로 이월되어서 같이 집행되어야 하는데, 문제의 12억원은 “이월되지 않고 장부에서 없어진” 돈이라는 것이다. 총학은 총장실 점거 당시 확보한 회계장부를 살펴본 결과 12억원이 빈다고 주장했었고 본부에서도 그 점을 인정했다고 한다. (표1 참조) 이처럼 12억원의 성격에 대한 총학과 본부의 견해 차이는 반환 방식의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12억원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따지고 보면 이 모든 논란의 근원은 기성회비 책정과 운영의 불투명성이다. 우리가 내는 기성회비가 어디에 쓰이고 어떤 근거로 인상되는 것인지를 본부에서 충분히 공개하고 설명했다면 애당초 등록금 환불 소동은 벌어질 이유도 없을 뿐 아니라, 12억원의 출처와 성격을 둘러싼 의혹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며, 따라서 이 돈의 처리 방식에 관한 논란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총학에 의하면 총장실 점거 당시 138억원의 기성회비 이월금을 확인했다고 하는데(그러니까 12억원은 이 중에서 지극히 일부분이다), 설사 본부의 설명대로 그것이 있을 수 있는 이월금이라 하더라도, 그 장부가 그렇게 꼭꼭 숨겨져 있다는 사실은 학생들로 하여금 본부를 불신하게 만든다. 그리고 총학의 주장대로 12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이 이월되지 않고 장부에서 없어진 것이 라면, 본부는 기성회 회계를 그토록 부실하게 관리해 온 것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1학기 등록금 인상 전체가 부당했다는 총학의 주장을 인정하든 하지 않든, 적어도 그 12억원이라는 액수만큼은 불필요한 인상이었음을 시인하고 그 돈을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돌려줬어야 할 것이다. 기성회비 관리의 허술함, 부당한 등록금 인상을 시인하지 않는 본부, 총학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본부…이처럼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기성회비 이월금 12억원은 장학금으로 환원된다. 그저, 똑같은 소동이 다시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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