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에어콘 젼력을 아끼고 다른 곳에서 낭비하자?
이번 여름 방학에는 유난히 공사가 많았다. 학생회관 전체 개·보수, 도서관 바닥 왁스 칠, 전산실 옥상 배수 공사, 수해 피해 건물 보수 등으로 학교 이곳저곳에서 공사 소리가 들렸고, 여기저기서 녹색 망사가 보였다. 특히 도서관 1열의 개·보수 공사 기간에 도서관 앞을 지나간 학우들은 공사 기간 중에도 창문을 열어놓은 채 에어콘을 가동하고 있다는 것을보았을 것이다. 또한 전산실, 행정관, 신공학관 301동 등의 건물에서 절전의 명목으로 냉방을 중지하여 실내에서 짜증나는 더위를 경험한 학우들이 있었을 것이다. 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 때문에 한여름에는 물론 봄·가을에도 에어콘을 가동해야 하는 전산실에서 절전을 하고 도서관 1열을 냉방하는 것은 의아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학교의 전기는 이렇게, 그리고 이만큼 서울대학교의 전기는 크게 두 곳에서 관리한다. 본부를 비롯해 법대, 경영대, 인문대, 사회대, 사범대, 자연대, 음미대, 기숙사 등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서울대 정문쪽의 제 1 파워플랜트에서 관리하고, 공대 301동과 그 주변의 건물들은 제 2 파워플랜트에서 관리한다. 한전의 자료에 의하면 2000년 한해동안 서울대학교로 보낸 전기는 60,617,340Kwh이었으며 요금은 6,879,168,100원이었다. 서울대의 전기 사용량은 지난 5년간 급속히 증가해왔다. 2000년 전기 사용량은 96년에 비해 무려 42%증가했으며, 요금은 70%나 증가했다.(그림 1 참조) 서울대학교의 연면적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1996년에 비해 약 20% 증가)을 고려하더라도 전기 사용량이 지나치게 증가하고 있다. < 그림 - 1 연도별 전력 사용 현황 > < 그림 - 2 용도별 전력 사용 현황 > 냉방에 의해 좌우되는 서울대학교 사용량?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전기가 쓰이는 용도를 보면 실험기기와 모터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단위당 쓰이는 전력을 비교한다면 냉방기도 만만치 않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냉방은 공조기식 냉방과 일반 냉방으로 나누어진다. 큰 건물의 냉방은 보통 공조기식으로 천장에서 바람이 나오는 건물들은 이렇게 이루어지는 것이고 일반 냉방은 에어콘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도서관은 공조기 식으로 냉방된다. 즉, 한전에서 제1 파워 플랜트로 보낸 전기로 본부 지하에서 냉매를 냉각시키고, 그 냉매를 도서관으로 보낸다. 도서관에서는 공조기로 냉매를 이용하여 차가운 공기를 만들어 이를 도서관 전체로 보내는 것이다. 개인 연구실이나 작은 건물의 냉방은 일반 룸에어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이루어지는 냉방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우선 공조기식 냉방은 건물의 층별, 구역별 통제가 되지 않고, 일반 룸에어콘의 통제는 사용자의 임의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냉방에만 사용되는 전기량을 측정할 수 없지만 계절별 전기 사용량을 통해 추정해 볼 수는 있다. 서울대가 한여름에 사용하는 전기는 1999년 8월에 5,778,731Kwh(월 평균 사용량은 5,294,387Kwh였다), 2000년 8월에는 6,460,098Kwh(월 평균 사용량은 5,732,640Kwh였다), 2001년 8월에 6,792,456Kwh이었다. 반면 봄·가을에 사용하는 전기는 1999년 10월 4,797,883Kwh, 2000년 5월 5,105,187Kwh, 2000년 10월 4,579,022Kwh, 2001년 5월 5,269,504Kwh가 쓰였다. 그렇다면 대략 1999년에는 1,000,000K조, 2000년에는 1,355,000Kwh, 2001년에는 1,523,000Kwh가 주로 냉방에 사용되었다고 추정해 볼 수 있다. 더욱이 여름에는 Kwh당 요금이 타계절에 비해 높기 때문에(봄·가을 55원/Kwh, 여름 88원/Kwh, 겨울 60원/Kwh) 여름철 전기비는 더욱 많을 수밖에 없다. < 표-1 최근 2년 동안의 월별 전력 사용 현황과 전기 요금 > 자율절전의 허점 매년 한국전력과 정부에서는 계약전력 1000KW이상을 수용하는 전국 공공기관에 자율절전 공문을 보낸다. 부하조정 약정기간에 자율절전을 통하여 14:00~16:00까지 사용량을 당일 10:00~12:00까지 사용 평균 전력의 20% 이상 줄인 경우 해당 요금을 감액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절전을 통한 에너지 절약과 함께, 한여름의 전기 과다 수요로 인한 새로운 발전소 건설의 비용을 절약하려는 정부의 시침이다. 서울대학교도 자율절전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여 7월 25일, 8월 14일, 8월 22일 세 번의 자율절전 기간을 정했고, 도서관, 동물 사육장, 실험실을 제외한 냉방 중지 가능한 건물에서 시행하였다. 절전 시간동안에는 중앙통제실에서 냉방을 중지하고, 각 연구실, 실험실의 룸에어콘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본부 전기과 관리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일차 시행결과 피크 전력 절감 목표인 2400KW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1000KW 정도의 절감 효과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한 한전 요금 관리자의 말에 의하면 “자율절전의 기간은 7월 18일부터 7월 25일, 8월15일부터 8월 22일이었으며, 감액 효과를 받으려면 이 기간동안 계속 절전 효과를 보여야 한다.”라고 하여 서울대학교가 공문의 시행도 잘못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또한 자율절전을 한 삼일간에 나타난 절전 효과에 대해서는 “절전의 효과가 미미하여 거의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아도 된다.”고 하였다. 자율절전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전력이 한여름에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는 문제를 단순히 일시 절전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본부 지하에 있는 전기과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형광등의 안전기를 새것으로 바꾸기도 하고, 승압도 한다. 하지만 형광등을 수백개 갈아봤자 에어콘 하나 끄는 효과밖에 안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하절기에는 전기 절약을 위해 룸에어콘이 있는 연구실, 교수실, 실험실 등을 교내 전화번호가 홀수로 끝나는 연구실과 짝수로 끝나는 두 집단으로 나누어 각각 에어콘을 사용하는 시간대를 달리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이것 또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하고 한다. 건물의 구조 또한 문제가 된다. 각각 방마다 룸에어콘을 가동시키는 것보다 중앙통제식으로 냉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어서 교내의 큰 건물은 그런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새로 짓고 있는 건물도 중앙통제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중앙통제식 냉방이 구역별, 층별로 조절이 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도서관 같은 경우가 그러하다. 도서관 냉방 관리자의 말에 의하면 현재 도서관에서 운영되고 있는 중앙통제식 냉방은 72년에 학교를 지었을 때부터 계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 사진 - 2 교수실마다 달려 있는 룸에어콘 > 늘어나는 전력수요, 부족한 전력 공급 서울대학교의 연면적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연평균 온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냉방에 사용되는 전력은 계속적으로 증가될 것이다. 우리는 계속 자율절전을 실시해야 할 것인데, 현재 본부가 시행하고 있는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도서관 1열에서는 냉방비를 낭비하고 냉방이 필수적인 전산실, 301동에서 냉방비를 절약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전력을 절약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절전을 통해서는 불가능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건물의 개·보수가 시급한 문제이다. 현재 본부, 인문대, 자연대 등의 많은 건물은 72년에 지어져 그 당시의 냉방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 드는 비용이 조금 많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낡은 냉방시설을 보수해야 한다. 또한 개인이 사용하는 룸에어콘 전기량이 얼마인지 인식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할 수도 있다. 현재 교수실, 연구실,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전기에 대한 아무런 통제 수단이 없다. 본부 지하 전기시설 관리자의 말에 의하면 “각 방마다 전산전력계를 달아 전기 요금을 내면, 전기 사용량이 크게 줄어들겠죠.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교수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전기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하면서 희미한 희망을 보여주었다. 자연대 한 학우는 강의실은 더운데 교수실은 항상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기숙사비만 수혜자 부담 원칙으로 인상하지 말고, 교수들도 사용하는 전기 값을 수혜자 부담 원칙으로 받아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 본부의 절전 정책을 꼬집기도 했다. 단독 공공 기관 중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울대학교. 그리고 그 서울대학교에서 전기를 사용하는 당사자들인 우리. 한번쯤은 다시 우리가 전기를 사용하는 곳, 그리고 그것이 정말 필요한 전기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