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의 여러 원인으로 인해 물자가 크게 부족하면, 특정물자의 생산 · 판매 가격이 국가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다. 그 결과, 금지품목이 판매되고 통제물자가 공정가격을 넘어선 가격으로 거래되는 비합법적인 시장이 형성된다. 이 시장의 이름은 무엇인가?퀴즈 둘. 암시장과 보통시장의 중간 시장으로써 품귀 상품을 비싸게 판매하는 시장이다. 품귀 상품이기에 당연히 희소성이 있으며 공급에 제한이 있다. 취급 상품으로는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류 시장과 명품 시장 등이 있다. 이 때, 이 시장은 결코 불법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시장은 무엇일까?정답은 무엇일까? 빙고! 첫 번째 시장은 누구나 알법한 ‘암시장(Black Market)’이다. 그런데 두 번째 시장은 위 설명만으로는 알쏭달쏭하다. 바로 ‘회색 시장(Gray Market)’이라는, 조금은 낯선 경제학 용어다. 최근 서울대에도 이런 특이한 시장이 생겼다. 바로, ‘계절학기 수강권 시장’, 그 중에서도 특히 대학국어와 대학영어의 수강권을 둘러싸고 지난 5월 7일부터 11일까지 계절학기 수강신청기간 동안 ‘스누라이프(www.snulife.com)’ 등에서는 수강권을 사고 파는 풍경이 연출됐으며, 대학국어와 대학영어의 시세는 25만원에 육박했다.사실, 애초에 대학국어나 대학영어 같은 과목의 수강권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04년부터 이런 필수교양과목 수강권은 학생들 사이에서 거래되기 시작했고, 2005년 1만원 대에서 형성됐던 가격이 2007년 현재 25만원 여로 치솟은 것이다.그렇다면 이 특이한 시장은 어떤 시장일까? 아마도 회색 시장보다 암시장에 가까운 형태라 할 수 있다. “수강권 매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이정재 학생처장의 의견이 학교 측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봤을 때, 학생들 사이에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수강권 매매는 비합법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종의 ‘품귀 상품’인 대학국어나 대학영어의 수강권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수강권 매매 시장을 ‘회색 시장’이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강의라는 상품의 공급자인 학교 측이 굳건하게 ‘매매 엄단!’을 외치고 있는 현실에서 학생들 간의 수강권 매매는 ‘불법적’인 성격이 짙기에 회색 시장보다는 암시장에 가깝다. 어쩌다 계절학기 필수교양과목 수강권이 암시장에서 거래되게 된 것일까. 기원은 불분명하다. 다만, 수강권 거래를 이윤 취득의 기회로 파악한 일부 학생들이 자신은 듣지도 않을 대학국어나 대학영어 등을 수강신청한 뒤 스누라이프 등을 통해 수강권을 판매하게 됐다는 설이 있다. 이는 인기 스포츠 경기를 보러가면 경기장 주변에서 장사진을 치고 암표를 파는 암표상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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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누라이프에서 대학국어로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 운영진이 금전 거래 관련 글은 모두 지워 교환 관련 글만 나온다. |
그렇다면 이 암시장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 대해 암시장을 양성화하면 된다는 대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학교 측에서 강력하게 수강권 매매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없다. 뿐만 아니라, 수강권 매매 시장을 버젓이 시장으로 인정하게 되면 차후에 정규학기에도 인기 과목이나 필수 과목들의 수강권을 매매하는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현재의 상황에 대한 대책은 총수요-총공급 모형에 비추어 볼 때, 대학국어나 대학영어 수강권에 대한 수요를 억제하거나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 대학국어와 대학영어의 수강을 ‘졸업 필수 요건’으로 지정해 놓은 상황에서 수요를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남은 방법은 공급을 확대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해결책마저도 아직은 요원하다. 지난 3월 학교 측에서는 조사를 통해 파악한 계절학기 희망 개설 강좌에 대한 수요의 1/3 가량만을 이번 여름 계절학기에 개설하는 안이한 대처를 보였다. 게다가, “계절학기 개설과목을 늘릴 경우 ‘대학국어’를 정규학기에 수강해야 한다는 원칙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입장 역시 고수하고 있기에 공급 확대는 수월치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학교 측이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국어와 대학영어를 필수로 듣게 한 후 졸업시키고자 하고,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이 과목들을 수강코자 한다면 필수교양과목 공급 확대만이 결국 유일한 대책이다. 그래야만 상호호혜적인 ‘윈-윈’이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