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두 귀를 모두 열고,’케세라세라’

얼마 전 ‘케세라세라’ 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했다.결국은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질척한 불륜소재까지 더해진 식상한 구성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시청률 고공행진을 했던 이 드라마의 매력은 ‘케세라세라’의 말 뜻처럼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여주인공의 발칙함이었다.사랑에서도 일에서도 자신의 본능과 원초적인 감성에 기대어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제멋대로 ‘케세라세라’ 살아가는 주인공, 어이없고 우습지만 은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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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케세라세라’ 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결국은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질척한 불륜소재까지 더해진 식상한 구성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시청률 고공행진을 했던 이 드라마의 매력은 ‘케세라세라’의 말 뜻처럼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여주인공의 발칙함이었다.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자신의 본능과 원초적인 감성에 기대어 황당하다 싶을 정도로,제멋대로 ‘케세라세라’ 살아가는 주인공, 어이없고 우습지만 은근 부럽다?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과 발언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딱 둘로 갈렸다. ‘신선하다, 귀여운걸?’ 혹은 ‘쟤 뭘 믿고 저러지? 정말 대책 없다’. 평가는 대조적으로 엇갈렸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녀가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딱딱하게 굳어있는 사고의 틀을 아무렇지 않은 듯 ‘탁’ 깨버렸다는 것이다. “아저씨 키스 재밌어요, 우리 또 한 번 할래요?” 라고 들이대는 한은수의 매력에 남녀관계는, 사랑은, 연애는 어때야 된다는 ‘틀’ 을 절대적인 듯 굳게 맹신하고 있던 우리는 홀린 듯 끌려 다녔다. 수해현장 취재 차 평창에 다녀왔다. 멀리까지 가서 현장취재를 하는 이유는 현장의 생생함을 몸으로 느끼고 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에 관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따끈따끈하게 전달하자는게 목적이다. 그러나 나는 기자로서,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계급’을 인정받는 서울대생으로서 처음부터 시혜적이고 온정주의적인 태도로 수재이주민들을 취재했고 그런 속마음을 숨긴 채 현지주민 인터뷰를 시도했다. 그러나 내가 지레 예상했던, ‘정부가 해준 게 뭐 있어’ 라는 대답과는 정반대의 답변이 돌아왔을 때 내 머리 속 회로는 한은수의 대사를 들었을 때처럼 ‘탁’ 깨져버린 느낌이었다. 수재민과 정부를 대립각으로 세워놓고 수재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구구절절 풀어놓으며 정부 측의 미온한 대응을 열심히 비판하려 했던 나의 어리석었던 ‘틀’. 또 평창군청에 자료를 얻으러 갔을 때 몸소 느낀 재난관리본부의 지나치나 싶을 정도의 분주함이란. 장마철이라 그런지 바빠보인다고 지나가듯 건넨 말에 “그럼 이정도도 일 안하고 봉급받나요” 라며 껄껄 웃어제끼는 수해담당계장의 모습에서 ‘방만한 관료제의 폐단으로 인해~’ 라고 미리 정해두고 한 쪽 귀만 열어두었던 난 한번 더 제대로 K.O당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호 빈민 주거 촌을 취재할 때도, 학내비정규직 분들을 인터뷰할 때도 난 언제나 한쪽 귀만 열고 있었다. 분명히 어느 쪽도 완전히 무결할 수 없는 두 개 이상의 목소리들이 서로가 맞다고 우기는 상황이긴 했지만 난 처음부터 한쪽만을 감싸는 틀을 만들고 내가 듣고 싶은 부분에서만 덮었던 한쪽 귀만을 슬며시 열어 제꼈다. ‘나 불쌍한 사람 아니라니까 그러네’ 라고 말하는 수재민의 말에 뜨끔한 것도 같은 이유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사회 정의를 위해 열심히 뛰는 게 기자의 역할이라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내 머리에 달려있는 귀 두개를 온전히 열고 정해논 틀 없이 눈에 보이는, 느낀 그대로의 진실에 ‘케세라세라’ 식으로 반응하는 한은수식 틀 깨기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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