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언제부터인지 꽤 오래 전부터 ‘힘들어’라는 말이 입버릇이 돼 버렸습니다.실체가 불분명한 힘듦을 안고 남에게 위로를 갈구하는 건 어리광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도 자주 해 보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니까요.최근 라는 책이 나왔습니다.‘언니네’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엮은 일종의 에세이집입니다.작년에 나온 첫 번째 이야기가 그랬듯, 이 책은 제게 위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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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꽤 오래 전부터 ‘힘들어’라는 말이 입버릇이 돼 버렸습니다. 실체가 불분명한 힘듦을 안고 남에게 위로를 갈구하는 건 어리광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도 자주 해 보지만,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니까요. 최근 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언니네’라는 사이트에 올라온 글들을 엮은 일종의 에세이집입니다. 작년에 나온 첫 번째 이야기가 그랬듯, 이 책은 제게 위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주변인에게 내 감정을 토해낼 때 무언가 찝찝하고 허망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 가장 내밀하고 핵심적인 이야기들은 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책에 실린 언니들의 이야기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총체적인 우울의 원인이자 콕 집어 얘기해낼 수 없었기에 더 답답했던 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용기 있게 말을 꺼낸 언니들에게 감사의 뽀뽀를!(얼굴 찌푸리신 독자분들께는 사과의 말씀을.)여기, 역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록 낯설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한국 사회의 ‘난민’입니다. 존재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만큼 서러운 게 어디 있을까요. 기획 기사에서는 버마 난민을 직접 만나 그들이 한국에 온 이유를 듣고 현재 한국의 난민 관련 제도를 점검해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동정이나 시혜는 제법 좋은 위로가 안될 것 같습니다. 내 얘기와 동떨어진 ‘타인의 삶’이지만 이미 존재하는 그 삶을 쉽사리 인정하지 않는 법적, 제도적 허점들에 눈길을 돌려보는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 장애인교육권연대도 위로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장애를 가진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하며 관련법의 개정을 촉구합니다. 그들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점거하며 ‘인권의 일부-교육권’을 말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담아봅니다. 그리고 사회부 기사에서는 멀리 합천까지 가서 K-리그의 하위 리그인 N-리그 선수들을 만납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요즘 K-리그에 관중이 많이 늘어 성황을 이룬다고 하던데, 솔직히 N-리그라는 이름도 생소하기만 합니다. 좋아하는 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 하나만으로 축구장을 누비는 선수들에게도 관심과 응원이라는 위로를 보내보면 어떨까요. 참, 학교 밖 세상의 이야기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대학 국제화에서 헌혈까지 다양한 소재의 학원 기사들도 학내 소식에 목말라하는 독자분들을 기다립니다.2주 동안 3번의 마감을 끝냈습니다. 『서울대저널』 84호 마감과 더불어 총학선거 특집호를 두 권 펴냈기 때문입니다. 양 볼을 가득 뒤덮은 다크서클, 뾰루지에 허리 디스크 초기 증세도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지만 그보다 더 착잡한 건 대다수 학생들의 무관심입니다. 중도 터널에 학내 타 언론사가 붙인, ‘이번 선거에 대한 평가’를 적는 게시물을 슬쩍 봤습니다. ‘거기서 거기다, 다 똑같다’, ‘누구는 반장 선거 나온 것 같고 누구는 대통령 선거 나온 것 같다’라는 냉소적인 평가 일색이었습니다. 10일 열린 정책간담회에도 선본원을 포함해 20여 명 정도의 학생들만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무관심이 안타깝지만 그렇다고 잘못이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경험 상 아무리 유치한 반장이고 아무리 어설픈 대통령이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차악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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