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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難民)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한국의 난민 제도
아주 특별한 손님, 난민

난민(難民)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한국의 난민 제도

작년 12월, 화성외국인보호소(이하 보호소)에 감금돼 있던 15명(나이지리아 10명, 파키스탄 2명, 이란 3명)의 난민 신청자들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그들은 보호소에 잡혀온 후에야, 강제송환을 피하기 위해 난민 신청을 했다고 한다.소식을 듣고 현장을 방문했던 이정원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연대선전 차장은 “보호소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 정부에서 불법체류를 위해 신청한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받는 케이스가 희박하다.

작년 12월, 화성외국인보호소(이하 보호소)에 감금돼 있던 15명(나이지리아 10명, 파키스탄 2명, 이란 3명)의 난민 신청자들이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그들은 보호소에 잡혀온 후에야, 강제송환을 피하기 위해 난민 신청을 했다고 한다. 소식을 듣고 현장을 방문했던 이정원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연대선전 차장은 “보호소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 정부에서 불법체류를 위해 신청한다고 간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받는 케이스가 희박하다. 주위 사람들이 송환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 신청자들이 구금된 외국인보호소, 인권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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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과 질서(秩序)가 확립(確立)됐다는 화성외국인보호소. 하지만 그 곳에 인권은 없다.

이 차장은 “난민 심사 동안 보호소의 불합리한 처우에 불만이 쌓였던 것이다. 그 중 한 사람은 식사 문제로 항의를 했다가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중첩돼 발생한 사건”이라고 농성의 계기를 전했다. 강제송환의 공포와 보호소의 부당한 처사를 외부에 알리기 위해, 15명의 난민 신청자들은 단식 농성과 동시에 이주노동자조합에 연락을 했다. 이정원 차장이 변호사와 함께 갔을 때는 보호소 측에서 농성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 5명을 청주로, 7명을 여주로 분리 강제이송조치를 내리고 이들을 이송하던 참이었다. 그 자리에서 이송을 막지는 못했지만 이후 이주노동자노동조합, 공감, 피난처 등의 인권단체들이 공동 성명을 내고 법무부에 거세게 항의했다. 법무부에서는 강제이송조치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올 1월, 농성에 참여했던 15명을 다시 화성외국인보호소로 돌려보냈다. 당시 난민을 신청했던 15명 중에서는 아직도 결과를 기다리는 이도 있고, 이미 난민인정불허를 받아 이의신청소송을 제기한 사람도 있다. 특히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던 이들은 이번 사태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신변의 위험이 커진 상태다. 한국으로 몰려드는 난민들의 행렬난민(難民)은 말 그대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의미한다. 유엔 난민조약(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에 의거해 국제법적으로 설명하면 ‘종교, 인종 또는 정치적 이유 등으로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박해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1992년에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1951)과 난민진위에 관한 의정서(1967)에 가입하고, 1993년 12월 10일 출입국관리법과 1994년 6월 30일 출입국관리법시행령에 난민인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난민인정제도를 도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 수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001년 이전에는 연 평균 13명 수준이었으나 04년에 처음으로 100명을 넘었고, 05년에는 41개 국가 출신의 410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05년 한 해 신청자 수가 94년 이후 전체 신청 누계의 50.7%를 차지할 정도로 놀라운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 원인을 “2004년 6개 국가 출신 18명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한 점이 신청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로 작용했고, 외국인이 강제퇴거 회피 및 체류연장 목적으로 신청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난민 신청자들의 원국적은 주로 중국, 미얀마, 우간다, 콩고, 방글라데시 등이다. 이들이 한국행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4년 발표된 ‘국내외국인난민인권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브로커를 통해 알선을 받았거나, 입국비자를 얻기 쉬웠다는 등의 우연 혹은 소극적 선택이 51.4%로 가장 많았고, 한국의 인권발전 수준에 대한 기대, 친밀감 등에 의한 적극적 선택도 25.7%로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 난민 인정에 인색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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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난민 신청에 비해 이제껏 우리나라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단 52명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로 한국이 난민 인정에 지나치게 인색하다고 비판하는 일각의 목소리에 법무부 관계자는 “독일의 난민인정률은 낮은 편이나, 독일의 인권수준이 낮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순 수치만으로 정책이나 인권수준을 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마마두 쟌 발데 법무관 역시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숫자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중시하는 점은 단순히 난민인정률만을 높이기보다 난민 보호의 전체적인 기준을 개선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수치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난민 제도에 대한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문제점을 몇 가지 짚어보자.전문인력 부족, 심사기간 장기화 등 여전히 후진적인 난민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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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난민인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병주 변호사는 먼저 우리나라 난민 정책의 소극성에 대해 언급했다. “93년도 출입국 관련법 제정 후 근 10년 동안 난민 신청이 거의 없었다. 홍보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난민 신청을 받는 국가임을 난민들이 잘 몰랐던 것이다. 2001년에야 처음으로 에디오피아 출신 목사가 난민 인정을 받았다.” 난민 심사는 출입국관리소 사무소장 등이 신청자와 면담을 한 후, 신청 내용에 대한 사실 조사를 거쳐 법무부가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작년 2월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국적난민과가 신설, 난민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으나 보통 심사만 2~3년이 걸린다. 법무부 관계자는 “담당자가 적기 때문에 심사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며 “조직을 늘리고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으나 요즘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추세라 기획예산처에 요청을 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사기간 동안 난민 신청자들의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법령은 전무한 상황이다. 심사 후 난민 인정을 기다리는 뚜라 씨는 “난민 신청자는 그냥 알아서 살아남도록 방치되는 셈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법적으로 보호받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병주 변호사는 난민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의 부족을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전문통역인이 부족하다. 난민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신분증을 스스로 폐기하거나,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면담 뿐이다. 그런데 통역 재원의 부족으로 소통이 어려워 종종 오해가 있다.” 실제로 2001년에 법무부가 국내체류를 원하는 이란인 난민 신청자의 자술서를 “귀국하고 싶다”고 오역, 강제송환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난민 지위는 강제송환을 막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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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신청을 하려면 법무부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난민인정신청서 한 장에, 몇 년을 불안에 떨며 기다린 결과는 난민여행증명서 한 장뿐이다.

난민 인정 기준이 자의적인 것도 문제다. 앞서 말했듯 객관적인 자료가 부재한 경우 면담으로만 난민 적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2004년에 난민 인정을 받은 내 툰 나잉 씨는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는 친구들 중몇 명은 난민 인정을 받았고, 몇 명은 받지 못했다. 정치적 활동에 대한 개개인의 차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법무부 내부에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심사 과정에서 한국에서의 활동보다 고국에서의 활동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조국에서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활발히 활동하지 못하다가 한국에 와서 정치 활동 중인 사람들은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 한국 정부가 바라보는 ‘난민’과 우리가 바라보는 ‘난민’의 시각이 많이 다른 것 같다.”난민으로 인정받은 후의 처우 역시 문제가 있다. 난민을 인정한다는 것은 단지 안전한 체류 자격을 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들이 이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다. 난민 인정 이후의 혜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 툰 나잉 씨는 “3년에 한 번씩 연장해야 하는 합법적인 체류비자(F-2)와 외국인 등록증, 난민여행증명서, 의료보험. 이게 전부다. 그 외의 별다른 지원이 없다”고 답했다. 한국 사회에서 난민의 지위는 그저 강제송환의 불안을 줄여주는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 제도의 문제는 곧 인식의 문제, 난민에 대한 진정한 배려가 필요사실 급증하는 이민자를 달가워 할 국가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는 예전보다 다소 엄격한 난민 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은 9.11 테러 이후 극우 정치세력의 부상과 이민자 출신의 테러리스트에 대한 경계심으로 더욱 강화됐다. 그러나 유럽의 난민 제도는 기본적으로 난민 신청자의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깔려 있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난민 신청 절차가 끝날 때까지 난민 보호소에서 의료혜택 및 의식주를 책임지며, 영국에서는 물품구입권을 지급함으로써 난민 신청자의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돕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난민 문제에 인권의 개념을 적용하는 길은 아직도 요원하다.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올해 1월 연례 보고서에서 한국의 열악한 난민 및 망명자 처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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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에서 난민 문제 등에 대해 인권 캠페인을 하고 있다. 스쳐 지나간 난민의 참상은 잔상조차 남지 않는다.

국제엠네스티 역시 작년 5월 23일, 2006년 보고서에서 “한국이 난민 지위 인정 절차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하고 망명자들이 직면한 위협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뚜라 씨는 난민 심사 때 형사가 범죄자를 취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보다는 정치적 망명자라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정치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인정해주면 좋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병주 변호사도 난민과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똑같이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인정위원들 사이에도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남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난민 인정에 소극적 입장도 있다. 그러나 불법체류자는 외국인 관리의 차원에서 다뤄야하고, 난민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다뤄야한다.” 정치, 종교, 인종 등의 이유로 박해를 받아,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한국은 아직 가혹한 나라다. 제도의 후진성은 인식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난민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관심이 부재한 상황에서 실효성있는 난민 제도는 존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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