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저널』84호 난민기획 기념 독자퀴즈! 20세기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자, 상품이 없으므로 바로 답을 말하겠다. 둘 다 한 때는 ‘난민’이었다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는 난민을 부담스러운 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적절한 삶의 기반만 마련된다면 난민은 유익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다. 23년 동안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한 바 있는「한겨레신문」편집기획위원 홍세화 씨는 “난민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축복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난민들을 통해 그들의 고유한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갖고, 서로의 국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는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난민 인정 절차를 돕는 기독교 자원활동가 모임, 피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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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적인 면을 중심으로 난민들을 돕고 있는 피난처 이호택 회장. |
몇 년 전 이라크 출신의 쿠르드 난민 A씨와 B씨는 후세인 정권의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난민불허인정을 받은 그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그 때 그들이 만나게 된 단체가 바로 ‘피난처’였다. 피난처의 도움을 받은 그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인도적 지위를 받을 수 있었고, 현재 A씨는 목사, B씨는 사업가로 한국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민간단체 ‘피난처’는 기독교 자원활동가 모임으로, 한국 사회에서 난민을 지원하는 가장 대표적인 단체다. 이 단체는 1999년 6월 탈북 난민을 돕는 활동을 하면서 자리를 잡았고 현재는 국제 난민들이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자리 잡고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피난처의 활동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우선 위의 경우처럼, 피난처는 한국에 들어오게 된 이들이 하루빨리 난민으로 인정받아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법률적인 인정 절차를 돕는다. 그리고 매년 ‘난민의 날’(6월 20일)에는 기념행사를 진행하며 난민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기도 한다. 올해 ‘난민의 날’에는 난지도에 난민촌을 만드는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 이호택 회장은 “심한 박해로 인해 트라우마 증세가 나타나는 난민들이 많습니다. 난민 지원이라는 것이 법률적 측면의 보조도 중요하겠지만, 문화 행사를 통해 심리적 치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 더욱 심도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피난처에서는 정기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열고 있다. 난민학교와 난민연구실은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난민 교실과 난민 놀이방은 난민들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난민 학교에서는 난민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난민 문제를 개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난민 교실은 난민들에게 법적 인정 절차를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난민 놀이방은 난민 어린이들을 돌봐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피난처에서는 난민을 위한 재활용 물품을 마련하여 나눠 주는 난민나눔창고를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도 한국에 난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한달에 한 번 지하철역에서 캠페인을 하며, 최근에는 엠네스티, UN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이하 UNHCR),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공익변호사모임 공감 등과 함께 난민법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난민 지원을 더욱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공식적인 난민지원센터를 만드는 사안도 계획하고 있다.민간단체 코람데오는 실질적인 숙식과 주거를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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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단체 코람데오에서는 난민들에게 숙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
피난처가 법률적인 면을 중심으로 난민들을 위한 기본적 서비스 제공에 힘쓰고 있다면 ‘하나님 앞에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민간단체 ‘코람데오’는 난민들의 실질적인 숙식과 주거를 지원하고 있다. 신당동에 있는 2층짜리 숙소에서는 난민 5~10명이 숙식을 해결한다. 코람데오가 운영하는 동명의 출판사 사무실에서 난민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 직업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현재 코람데오 측에서 가장 힘들다고 느끼는 문제는 난민들의 취업이다. 직접 사업자와 접촉하여 일터를 마련해 주기도 하지만, 난민들이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라 코람데오 측이 곤란할 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난민들이 능숙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자체 작업장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밖에도 민변, 공감 등 다양한 시민단체들이 난민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UNHCR, 정부와 시민사회 간의 다양한 협력을 통해 인도주의 실현을 한편 다양한 단체와의 협력을 추진하며 난민 보호의 구심점이 되는 기구가 바로 UNHCR이다. UNHCR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난민들을 돕기 위해 1951년 출범한 UN 산하 국제기구로, 전 세계적인 난민 보호 활동을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118개 국에 대표사무소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서울사무소에서 난민 보호를 위해 한국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와의 제휴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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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HCR의 활동에 대해 설명중인 마마두 쟌 발데 법무관. |
UNHCR 서울사무소에서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량이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 내 난민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하고 있지 않다. 그 대신 한국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난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론인들과 접촉해 정확한 정보 전달에 힘쓰고, 대학과 이야기하는 기회를 늘리고자 한다. 작년 10월에 서울대에서도 유엔 커리어 데이를 열었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에서 난민법을 중심으로 한 국제법 강의를 하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들에게도 난민 문제를 홍보하고 있으며 매년 세계 난민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재정 운영 어렵지만 한국 사회에 난민 인식 확산 위해 노력현재 난민 보호 단체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 운영 문제다. 피난처는 행정자치부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5000만원 정도 지원을 받아 사업비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난민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난민들이 프로그램에 오고 갈 차비도 없기 때문에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재정이 빠듯하다. 단체운영비가 부족해 작년 9월까지는 대표도 직업을 가진 상태에서 단체를 꾸려나갔다. 코람데오는 후원을 일절 받지 않고 출판업 수익금으로만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 단체들은 일반인들의 참여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UNHCR의 마마두 쟌 발데 법무관은 “우리 사무소의 큰 도전과제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서 난민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젊은 세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미래에는 한국이 국제 사회와 접촉할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므로 우리 스스로가 국제사회 일원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죠”라며 학생들의 관심을 촉구했다.한국 속의 난민 문제는 국제 문제를 바라보는 틀이자 우리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한국 사회가 난민들 모두를 ‘우리와 다른 외국인’이라는 큰 틀에 넣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코람데오의 임병해 대표는 “한국 사회는 너무 혈연주의와 가족 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우리가 민간단체의 차원에서 하는 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라며 우리 스스로 변화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우리는 난민들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손님’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어렵게 들어온 손님을 문전박대하는 국가가 어떻게 국제 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