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의 맞잡은 손도 얼려벌릴 것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던 2월 14일 오후. 시린 옆구리를 부둥켜안고서 기자들은 가회동사무소 맞은 편에 자리한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사무실을 찾았다. 기자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변호사분들의 미소와 사무실의 가족같은 훈훈한 분위기에 얼음장같던 손과 발은 금세 따뜻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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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현관문 |
인권변호를 ‘전업’으로 하는 최초의 법률 단체
법을 통해서 인권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예전부터 있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대표적인 인권변호사 모임으로 꼽히며, ‘민주노총 법률연대’도 인권변호사 단체로 유명하다. 하지만 ‘공감’의 김영수 변호사는 “공감 발족 이전의 인권변호사 모임은 변호활동에 대한 수임을 받거나, 구성원들이 자신의 본업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인권변호활동을 하는 방식 즉 인권활동을 부업으로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러나 공감은 법을 통한 인권활동을 ‘전업’적으로 하는 최초의 단체이며 수임이 전액무료인 단체입니다.”라며 이들 단체들과 ‘공감’과의 차별지점을 명확히 했다. 공감은 2004년 1월에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재단’에 소속된 공익변호사들의 모임이며, 현재 5명의 변호사와 2명의 간사로 구성돼 있다. 공감의 재정운영은 아름다운 재단의 공익변호사 기금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여기다 개인적인 기부금이 더해지며 변호사들은 한 달에 17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월급이 다른 변호사들의 수임에 비해 적은 편인데도 김 변호사는 “인권변호활동을 본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170만원은 적지 않은 돈”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정의의 빛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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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의 사무실 내부 |
현재 우리나라의 시민운동은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운동의 수단과 방법이 적법하지 못한 경우가 있고, 또 부당한 몇몇 법들로 인해 활동환경이 좋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공감은 법을 통해 시민운동의 활동에 도움을 줌으로써 사회의 힘없는 사람들에게 밝은 빛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공감의 활동은 장애인, 이주노동자, 난민 등 소수자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한다. 지난 1월에 발생한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상황은 심각한 상태다. 공감은 이런 인권유린 문제가 생겼을 때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거나 입법 개정작업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난민문제의 경우 UNHCR(국제연합난민고등판무관,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과 협약을 맺어 난민신청을 대리하거나 소송을 걸기도 한다. 장애인들에게는 자립을 지원하거나 차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단체에 법률가를 파견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빈곤층에 대한 법률상담 및 소송지원, 현행법 개선 연구를 비롯해 성 소수자와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부당한 차별에 대한 소송 및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이주 피해여성의 소송을 돕는 일 역시 공감의 주요 업무들이다. 이런 활동은 개인적인 상담을 통해서보다는 단체를 통해 이뤄진다. 법률 자문이나 법률 상담 등을 원하는 단체가 공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담당 변호사가 직접 파견을 나가 단체의 법률활동을 지원하고 그 후에 피해자를 직접 만나보는 형식으로 이뤄다.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한 법률문제 상담의 경우 간단한 답변의 방식을 취한다. 공감은 한 달에 50건 정도의 소송을 맡고 있으며, 한 달에 10여개 단체에 변호사를 파견한다. 이 밖에도 공감은 단체활동가들 대상의 법률교육과 법률매뉴얼 및 공익활동 프로그램 개발, 공익법 연구, 시민단체설립에 대한 자문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비정기적으로 심포지움이나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법률활동 이외에 공익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들도 한다. 공감이 창설된 이래 4년동안의 활동 내역을 보면 공익법과 인권을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일을 해왔다는걸 알 수 있다.공익법활동에 대한 관심이 공감 활동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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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시절부터 공익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김영수 변호사 |
‘변호사’라는 직업은 대표적인 사회 기득권층으로 인식되는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법고시 통과를 신분 상승과 출세의 동의어로 생각한다. 변호사로서 개인에게 부와 명예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일들을 놔두고 공익법활동을 하는건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을까. 김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라며 이렇게 덧붙인다. “89년도 법대입학 이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당시 법대 동아리였던 ‘민주법학연구회’에서 법조인의 공익활동, 사회 진보에 관한 관점 등을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익법활동에 뜻을 둘 수 있었습니다”고 말한다. “공감이라는 단체가 등장하게 되면서 내 꿈이었던 공익변호사의 상을 실현하게 되어서 그저 고마울 뿐”이라는 김 변호사의 말에서는 진심이 묻어나왔다. “공익변호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변호사들이 많은데, 이렇게 나의 신념과 생각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입니까”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하다. 함께 일하는 다른 4명의 동료들도 이러한 개인적인 계기가 있어서 활동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현재 연수원 35기를 수료한 김 변호사의 후배가 공감에 새로운 얼굴로 들어 올 예정이라서 그는 기쁘다고 했다. 그 동안 한 일들 가운데 제일 기억나는 사건이 뭐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장애인 아동을 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했던 소송이다”이라고 답했다. “장애인 아동이 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들이 관행적으로 가입을 거부해왔고, 이에 대해 소송을 걸었던 것입니다. 이 일을 통해 보험사들의 장애인 아동의 여행자 보험 가입거부행위가 사회적으로 불법적인 행위라는 것을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죠. 이 소송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고 여기서 사람들이 좀더 장애인 차별과 관련한 문제에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공감’에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공감’에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은? 대학생들이 ‘공감’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열려있다. 하나는 재정지원을 위해 기부금을 보내는 방법이다. 여느 시민단체와 마찬가지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공감에 좀더 경제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도 공감활동에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공감에서 인턴으로 직접 변호사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다. 공감 사무실에서 인턴 근무를 하는 김아영(법학, 06)씨를 만나보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언론사의 주간지를 읽다가 ‘공감’이라는 단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공익법운동에 관심이 있던 터였는데, 공익법활동을 전업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라고 공감과 함께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인턴 활동은 6개월 동안에 200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유동적으로 시간 운용을 할 수 있어서, 학기 중에는 근무시간을 줄이고 방학 중에는 근무시간을 늘릴 수 있다. 주로 변호사들 보조 역할을 담당하며, 뉴스레터나 포럼을 기획하고 관심있는 단체를 방문하기도 한다. 김 씨에게 인턴활동에 대한 느낌을 묻자 “‘사회가 흩어져있는 소수자, 약자를 돕자’라는 표어는 추상적인 문구에 지나지 않아요. 근데 ‘공감’활동을 하면서 실제로 소수자, 약자들을 돕는 구체적인 활동을 하면서 몸에 와닿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변호사는 “공감의 인턴활동에 대학생들이 무심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인턴활동을 원하는 대학생들이 많습니다”라며 선발인원의 3,4배수 정도의 학생들이 지원한다고 했다. 인턴 채용공고는 각 대학 법과대학과 국제대학원 등에 공지를 한다고 한다. 공지는 법과대학과 국제대학원에만 보내지만 인턴 지원은 공익법활동에 관심만 있으면 학과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번 학기의 인턴 신청은 3월 9일까지 받는다.희망을 그리는 길, 공감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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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가지에 싹이 돋고, 꽃봉오리가 나오듯 공감의 활동도 점점 더 사회에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공감 사무실 내에 있는 나무 |
공감이 지향하는 것은 소수자 인권보장 및 인권의 경계 확장, 변화를 지향하는 법적 실천, 공익법활동의 활성화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인권의식이 향상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능력있는 변호사들이 출세의 기회를 버리고 위와 같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각박한 현실에서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일이다. 공감의 활동이 앞으로 법학도들의 공익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물꼬가 되기를 바란다. 희망을 그리는 길에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한다면 세상에 좀더 밝은 햇빛이 비춰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