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이 달라진다

‘밤문화’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노래방과 술집 간판, 네온사인이 즐비한 향락의 거리가 뇌리를 스친다.젊은이들에게 ‘놀고 마시는 밤문화’는 익숙한, 아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새벽 4시에도 대낮같이 밝은 녹두거리의 풍경은 우리에게 친숙한 밤문화의 한 단면이다.비단 대학생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밤문화’는 곧 유흥으로 자연스레 인식되곤 한다.

‘밤문화’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노래방과 술집 간판, 네온사인이 즐비한 향락의 거리가 뇌리를 스친다. 젊은이들에게 ‘놀고 마시는 밤문화’는 익숙한, 아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벽 4시에도 대낮같이 밝은 녹두거리의 풍경은 우리에게 친숙한 밤문화의 한 단면이다. 비단 대학생들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밤문화’는 곧 유흥으로 자연스레 인식되곤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서울의 밤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화관광부는 국공립 시설 야간개장을 확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문화시설이 서울에 편중돼 있음을 감안할 때, 서울 시민들에게 혹은 서울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밤문화를 선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물관, 밤에도 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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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중앙박물관의 밤풍경. 어둑한 조명이 더욱 분위기 있게 느껴진다.

용산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1월 8일부터 야간개장을 확대 실시했다. 이전까지 수요일에만 야간개장을 해오던 것을 수, 토요일 주 2회로 확대한 것이다.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문화 향유 기회는 봉쇄돼 있던 현실 속에서 일상적인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로 시작된 야간개장의 확대는 문화의 혜택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끔 했다. 이제 박물관은 평일과 주말 저녁에도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 됐다.하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수요일 저녁 박물관 전시실은 다소 한산했다. 하루 평균 1만 명이 찾는다지만 실질적으로 야간개장 이용객 수는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중앙박물관 고객지원팀 선유이씨는 “지난 겨울부터 야간개장이 확대 실시 된 것이라 아직까지 이용객 수가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일보다 토요일 저녁에 이용객 수가 많으며 가족들이 함께 오는 광경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평일 저녁에는 소위 ‘넥타이 부대’라 일컬어지는 직장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처럼 주중에는 박물관을 이용하기 힘들던 이들에게 야간개장은 문화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적, 심미적 욕구 만족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라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전까지는 월 1회만 실시되던 이 프로그램은 야간개장의 확대와 함께 2007년부터 주 1회로 확대됐다. 오후 6시부터 신청자를 선착순으로 모집하는데 30분정도 각 주제에 대한 큐레이터의 설명이 이어진다. ‘낙랑 고분 속 흉노문화’ 설명을 담당하는 오영찬 큐레이터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양질의 문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관람객 수의 많고 적음보다 이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적 측면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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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와의 대화. 원하는 주제를 선택하여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야간개장 확대로 중앙박물관의 아름다운 야경도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다. 박물관 건물이 투명하게 비치는 거울못을 비롯한 야외석조물공원은 야간개장일에 전시실과 함께 밤 9시까지 개장돼 많은이들에게 더 없이 좋은 산책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끄러운 음악과 화려한 네온사인으로부터 잠깐 머리를 식히고 싶은 이들에게 이곳은 지적 욕구와 심미적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켜준다. ‘불 켜진’ 도심 속 풍경4대문 안 도심으로 들어가보자. 퇴근시간이 지나면 불꺼진 마천루들로 썰렁해져 버리는 도심 속에서 야간개장의 확대는 도심의 밤에 생기를 돌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른바 문화의 ‘불야성’시대. 호모나이트쿠스-‘밤 인간’을 지칭하는 신조어-들을 위한 문화 향연은 도심 속도 예외가 아니다. 덕수궁은 지난 11월부터 야간개장을 확대 실시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연중 밤 9시까지 궁궐을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야간 개방 확대 실시 전에는 1일 평균 관람객이 약 67명에 불과했으나 실시 후 약 244명으로 264%나 증가했다. photo3궁궐은 야외 관람이다 보니 날씨 여부에 따라 관람객 수치에 큰 변동을 보이긴 하지만 덕수궁 관리소 류진이 씨는 “앞으로 야간홍보와 더불어 따뜻한 봄철이 가까워짐에 따라 점차 야간 관람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밝은 전망을 내비쳤다. 추운 날씨에 궁궐의 밤은 다소 스산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봄이 오면 야간개장 시간을 이용해 시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준비 중이라 하니 기대해 볼 만하다. 미술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야간개장 덕수궁 미술관 또한 야간개장을 실시해 시민들에게 한걸음 다가서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2월 중순부터 4월 22일까지 계속되는 ‘마리노 마리니 전’은 금·토·일 야간개장시 입장하는 모든 관람객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덕수궁의 운치 있는 돌담길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 초현실주의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전’이 열리고 있는 이곳 또한 야간 개장으로 밤 10시까지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게 됐다. 마그리트 전과 같은 특별 전시 외에는 저렴한 관람료로 상설 전시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평일 밤 10시까지 개장) 관람권을 지참하면 관람료를 할인 받을 수 있어 시립미술관과 역사박물관은 미술과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두 배의 만족을 제공할 듯 하다.하지만 이런 변화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간개장이라 하면 놀이공원의 야간개장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듯 국공립 시설의 야간개장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지 못하다. 소개한 곳 외에도 세종문화회관, 서울 열린극장 창동 등 야간개장을 실시하는 시설들은 늘고 있지만 양적인 성장일 뿐 질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문화관광부에서는 야간개장을 통해 800여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고, 증가하는 문화수요에 부응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서는 야간개장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또한 관람객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국공립시설들이 훌륭한 여건을 갖출 때, 늦은 밤 새어 나오는 미술관의 어스름한 불빛이 거리의 화려한 네온사인보다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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