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 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관악 캠퍼스에도 따스한 기운이 꿈틀거린다. 매서운 바람과 단조로운 잿빛 풍경에 지쳤던 당신이라면 초록빛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게 당연지사. 그러나 여기, 그 누구보다 2007년의 봄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입학을 앞두고 새터, 오리엔테이션 등 각종 새맞이 행사를 만끽하고 있을 07학번 신입생들이다. 그 중에서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되는 재외국민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친구들을 만나보았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가 한국 대학에 진학하게 된 새내기 2명의 푸릇푸릇한 소망을 살짝 들여다보자. 김수옥(약학대학 07학번) / 신영은 (사회과학대학 07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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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저널(이하 저널) : 어떤 나라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생활하다 오셨나요?
수옥 : 아랍에메리트 3년, 케냐 6개월, 짐바브웨 2년 반, 호주 4년 정도요. 영은 : 중학교 1학년 마치고 프랑스로 가서 3년, 우크라이나에서 2년 정도 살다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귀국했어요.저널 : 오랫동안 외국에 있다가 돌아왔을 때 어떤 점이 생소하게 느껴졌나요? 수옥 : 음, 학교다닐 때 교실 안에서의 수업 분위기가 좀 낯설었어요. 호주에서는 선생님과 학생간의 의사소통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수업 중에도 뭔가 소통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는데, 여기서는 (특히 고3이라 그런 진 모르겠지만) 사제간의 의사소통이 너무 형식적이고, 억지스러운 면도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영은 : 글쎄, 크게 생소한 점은 없었어요. 하지만 외국에서는 마치 한국의 대학교처럼 선생님을 찾아다니면서 수업을 골라서 들었고, 학생과 선생님이 친구처럼 지냈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서 약간 아쉬웠어요.저널 : 외국생활 이전과 이후의 자신을 비교하자면 어떤 점이 변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수옥 : 사람들을 바라볼 때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고, 그 사람의 가치관 등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호주는 굉장히 다국적인 문화가 존중되는 곳이고, 거기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개방적인 자세를 배운 것 같아요.영은 : 훨씬 열린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국적이나 문화가 다른 곳에서 함께 지내야 하니까요. 한국에서는 공유점을 일부러 찾아서 친해지려고 했다면 외국에서는 오히려 차이점을 찾고 존중하면서 친해지게 되는 것 같아요. ‘과거는 다르지만 현재는 같으니까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저널 : 고국을 오랫동안 떠나 있으면 아무래도 ‘한국’ 혹은 ‘한국인’이라는 주제에 대해 한 번 쯤은 고민한 적이 있을 것 같아요.수옥 : 초등학교 때 아프리카에서 살 때는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어요, 그냥 피부색만 다를 뿐 그들과 거의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중학교 생활을 1년 한국에서 보낸 후에 호주에서 생활할 때는 확실히 생각이 달라지더라구요. 게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 학교를 다니면서 통일 글짓기도 하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는 등의 기회를 가졌던 터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어요. 영은 : 한국에서 나서 자라면 어떤 형태로든지 한국인의 정체성이라는 것이 몸에 배는 것 같은데, 외국에서는 그게 다소 어렵죠. 국제학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할 때 한국 대표로 참여했는데, 한국 문화에 대해 물으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어요. 제 경우엔 직접적으로 한국 문화에 속해있었던 기억은 별로 없지만, 소위 한국적 정체성이라는 것을 그나마 ‘가족’속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저널 : 외국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한국 대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수옥 : 아버지께서 한국 사람은 당연히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야 한국 사람들한테 인정을 받는다고 조언해주신 영향이 컸어요. 외국에서 경험하고 많이 배웠던 것을 활용해서, 다국적 기업이나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등 세계를 무대로 일하고 싶어요.영은 : 유학을 하려면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에게는 그런 동기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한국사람’이라는 느낌을 찾고 싶어서. 저널 : 입학 전 ‘서울대’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나요?수옥 : 저도 뭐 그냥 다른 애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최고의 대학, 정도요. 영은 : 아, 내가 과연 저 곳에 갈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나라 지식인들의 집합소, 정도.저널 : 관악 캠퍼스에 대한 첫 인상은 어때요? 수옥 : 정말 넓어요! 특히 약대건물은 거의 등산하는 수준이던걸요. 학생회관이나 약대 건물들은 좀 오래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무들도 많고 풍경은 괜찮은 것 같아요.영은 : 우와, 진짜 크다. (웃음) 그리고 건물이 조금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복도가 있고 복도 양측으로 반이나 강의실이 있는 건물 내부는 고등학교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널 : 입학 후에 하고 싶은 일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을 계획하고 있나요?수옥 :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고 싶어요. 연애도 제대로 해 보고 싶구요. 그 밖에도 다양한 활동들, 예컨대 약대에서는 외국 대학 학생들과 모여서 하는 교류 활동이 있다는데 참여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구요. 아, 방학 땐 해외여행도 꼭 가보고 싶어요. 유럽이나 동남아, 남미 쪽으로요. 제2외국어로 일본어도 배우고 싶고. 이렇게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다 할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웃음) 영은 :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요. 책도 많이 읽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컴퓨터 공부도 하고, 아, 공연을 많이 보러다니고 싶어요. 좋은 공연 있으면 추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