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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학기에 저널에 들어와서 한 학기 동안의 수습기자 교육을 마치고 정기자로 인준됐다. 한 학기의 알찬 수습기자 교육은 나와 같이 불량한 사람에게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수습기자 교육을 마치고 나서 부쩍 커 있어야 할 생각의 크기는 학교에 갓 들어왔을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어떤 기사를 써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고민할 시간도 없이 어찌하다보니 정기자로서 기사를 쓰게 됐다. 그리고 그게 감투라도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교열을 마치고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인사동에 가는 길이었다. 늦여름이라고 해도 날씨는 꽤나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등에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였다. 하늘 높이 올라간 건물들과 화려한 네온사인, 어디론가 바쁘게 가는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진 서울의 야경은 지금까지 느낀 더위를 잊게 할 정도로 멋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한 광경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가만히 서서 지켜만 봤다. 화려한 서울의 야경보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 항상 기억해야 할 장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은행 앞에는 초라한 행색을 한 노숙인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료급식차량이 와서 그분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하지만 웃으면서 동료들과 술자리에 가는 회사원들,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 중에 아무도 그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겨울바람보다 차가운 외면만 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보고 나서 걸어가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사랑이 사라진 사회에서 나는 어떤 기사를 써야하는가. 단지 생각 없이 주어진 기사를 쓰는 기계가 아닌, 나의 고민이 담긴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깨달음이라면 깨달음이라고 할 것을 얻었다. 요즘도 기자로서 독자들에게 어떤 글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한다. 특히 인물을 만나서 한바탕 얘기를 풀어내는 인터뷰에서는 고민이 더 심하다. 그러나 그 고민도 어김없이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함이 들어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답에 도달한다. 어떤 사람들은 근사한 대답을 기대했는데 겨우 미안함과 사랑함을 얘기한다면서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사회를 바꿀 거창한 이론과 주장, 그리고 냉철한 분석이라고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과연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앞으로 기사를 쓰면서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보다 더욱 노력할 것을 독자들에게 약속드린다. 그리고 기자가 이러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