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개정안, 그리고 논쟁은 계속된다

인터넷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초고속 통신망이 보급된 이래, 인터넷을 통한 음악·영화파일의 불법 공유는 심각한 문제가 돼왔다.불법복제 파일로 인한 2005년 영화업계 손실액이 영화진흥위원회 추산으로 2,800억원에 이른다는 통계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모두가 한 번쯤 인터넷으로 영화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영화파일 공유는 일반화돼 있다.

인터넷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초고속 통신망이 보급된 이래, 인터넷을 통한 음악·영화파일의 불법 공유는 심각한 문제가 돼왔다. 불법복제 파일로 인한 2005년 영화업계 손실액이 영화진흥위원회 추산으로 2,800억원에 이른다는 통계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모두가 한 번쯤 인터넷으로 영화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영화파일 공유는 일반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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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영화파일 공유에 대응하기 위해 ‘영파라치’ 제도가 시행됐지만 인터넷에선 여전히 쉽게 최신 영화를 구할 수 있다

이런 불법 파일공유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시민단체와 인터넷 업계의 격렬한 반발 속에 지난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인 개정안은 이번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잠시 잦아들었던 논쟁도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 단속이 목적, 네티즌엔 피해 없다저작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현재의 인터넷 상황을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과거 문화 컨텐츠 중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없었지만 인터넷 도입 이후 무료로 공유된 것이니, 이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취지는 남의 컨텐츠를 이용해 장사를 하면서 저작권자들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시스템을 바꾸려는 것”이라며,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을 막으려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었던 내용은 크게 세 가지였다. 우선 ‘사람들 사이의 저작물 복제·전송이 주된 목적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불법 복제·전송을 막기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야 한다(개정안 104조 1항 요약)’는 조항이 사실상 모든 인터넷 서비스에 적용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메일, 게시판, 메신저 등에까지 ‘기술적 보호조치’가 적용된다면 정상적 인터넷 이용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이것이 P2P, 웹하드 등 ‘특수한 유형’의 인터넷 서비스를 지칭하는 것이지, 이메일이나 메신저같은 서비스를 뜻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적인 의미에서 ‘전송’이란 다중을 상대로 컨텐츠를 공유하는 것이며, 1대 1의 사적인 전송은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우 의원은 각계의 비판을 수용하여 위 조항에서 ‘복제’라는 말을 빼는 한편, 기술적 보호조치 역시 ‘권리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저작물에 대해’ 실시하도록 한 수정안을 법사위에 제출했다. “현행법으로도 불법 복제물을 주고받다 걸리면 메신저로 하든 홈페이지로 하든 위법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특별히 그런 것들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우 의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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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 “인터넷 시장을 정상화해서 창작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술적 보호조치란?

저작물을 불법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이다. 대표적인 예로 검색어 제한이 있다. 그 외에 우상호 의원은 컨텐츠에 담긴 코드를 통한 필터링, 저작권 인증을 통한 필터링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컴퓨터에서는 재생되지 않는 음악 CD, 복제 회수가 제한된 소프트웨어 등도 기술적 보호조치가 적용된 저작물이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기술적 보호조치의 종류와 수준이 천차만별이고 표준화도 돼있지 않으며 실시에 큰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온라인 불법 복제물에 대한 삭제명령권을 부여한 제133조도 문제가 됐다. 사법부의 판단 없이 행정부가 불법 복제물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상호 의원은 신속한 공유가 이뤄지는 인터넷 특성상, 긴 시간이 걸리는 기존 절차를 통해서는 저작권자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우 의원은 “현재도 길거리 불법 음반을 수거하고 있지만, 이것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며, 같은 권한을 온라인에도 적용한 것이지만 삭제 명령은 각계 전문가로 구성될 저작권심의위원회의 판정을 받게 돼있는 만큼, 기존 수거권에 비해 훨씬 완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공무원들이 일일이 인터넷을 감시할 것도 아닌 만큼, 실질적으로는 권리자의 요청이 있을 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리를 위한 반복적 저작권 침해행위’에 대해 저작권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하게 한 제140조도 논란거리이다. 우상호 의원은 이것이 ‘영리를 위한 반복적’ 행위에 대한 것으로, 불법 복제물을 유통하는 사업자가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경고, 시정 요구를 받고도 계속되는 행위에 대해서만 고발이 될 것이므로 남용 가능성은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상호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네티즌들을 상대로 제기되던 소송이 온라인 서비스 업체를 향할 것이며, 따라서 네티즌들은 상대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그간 충분한 검토가 있었고, 여러 비판을 반영한 수정의견서도 제출한 만큼 이번 회기 중 법안 통과를 자신했다. 철저한 산업적 논리, 인터넷 이용 위축될 것처음부터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했던 정보공유연대는 여전히 비판적이다. 수정안에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냐는 질문에 정보공유연대 김정우 사무국장은 “거의 안됐다”고 잘라 말했다. 큰 맥락에선 바뀐 게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기술적 보호조치의 실시 의무가 있는 온라인 서비스는 여전히 거의 모든 인터넷 서비스가 포함된다는 것이 정보공유연대의 분석이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다수의 접근이 가능하고, 이메일도 다수에게 대용량 메일을 보낼 수 있는 현실에서 적용 대상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권리자의 요청이 있을 때로 한정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권리자는 보호를 요청할 것이므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기술적 보호조치 실시 비용은 결국 이용자에게 전가된다. 문화관광부 장관의 삭제명령권이 오프라인에서의 권한을 온라인에 적용한 것뿐이라는 해명에 대해서도 정보공유연대는 동의하지 않는다. 기존의 수거·폐기권은 불법복제물보다는 음란·유해물에 대해 적용됐던 것이며, 권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행정부가 저작물을 삭제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라는 것이다. 권리자의 요청이 있을 때만 적용될 것이라면 법안에 그것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작권심의위원회도 권리자에게 편향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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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유연대 김정우 사무국장. “아날로그 시대의 저작권법을 인터넷 환경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문제이다.”

김정우 사무국장은 영리 목적의 반복적 행위에 대한 처벌에 관한 조항도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저작권자는 공유를 원하는데도 국가가 나서서 처벌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영리, 반복에 대한 1차적 해석 권한은 수사기관에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남용이 가능하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조항이 이용자들에게 주는 위축효과이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저작물이 제3자의 고발이나 수사기관에 의해 처벌받지 않을까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 이는 정보의 유통을 제약하고, 표현의 자유도 위축시킨다”는 것이 김 사무국장의 말이다. 정보공유연대는 저작권을 이윤 창출과 시장 확대의 수단으로 보는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은 없으며 모든 창작은 기존의 정보와 경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권리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저작물은 널리 활용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은 사회적 효용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다. 저작권법에서 도외시된 ‘이용자의 권리’ 회복해야한편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작년 12월 별도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천 의원은 이제까지의 저작권법이 권리자의 보호에만 치중하여 이용자의 권리를 경시했다며, 둘 사이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개정안 취지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저작권의 제한을 받지 않는 ‘공정이용’에 대한 규정, 공정이용을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의 해제, 디지털 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규정, 저작권법 위반행위 처벌 대상 축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 김지성 씨는 ‘공정이용’ 규정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활동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토론 사이트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허락 없이 퍼오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엄밀히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이런 활동은 심각한 권리 침해를 가져오는 것도 아닌 만큼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법에 포괄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일 중대한 권리 침해가 있다면 재판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고, 이런 판례를 통해 공정이용의 범위도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지성 연구원은 기술적 보호조치의 해제 역시 현재 도서관 등에서 하고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본래 기술적 보호조치는 법으로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권리자들의 자구책으로, 그것이 원칙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법안은 보호조치가 ‘공정한 이용’을 제약할 경우, 그 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도서관의 인터넷 원문 서비스 범위를 확대한 조항 또한 디지털 도서관 구축에 대한 매우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 것이며, 복제방지조치, 이용보상금 지급 등 기존 규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으므로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다만 더 진전된 법안 마련을 위해서는 학계, 도서관 관계자들의 의견 개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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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김지성 정책연구원. “이용자들의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법만 진보적으로 앞서 나갈 수는 없다.”

기술적 보호조치 해제 의무 조항이 우상호 의원 발의안과 경합할 소지가 있지만, 두 법안은 별개인 만큼 크게 상충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김지성 연구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소수정당이라는 한계를 가진 상황에서 법안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보다도 저작권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민주노동당은 우선 저작권 관련 연속 세미나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이용자의 인식이 중요하다정보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고, 이용 형태도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지만, 법은 현실을 완벽히 따라잡지 못한다. 아무리 정교한 규정을 마련한다 해도 이용자의 의식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올바로 인식하는 한편, 법에 이용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특히 영리 목적으로부터 자유로운 학술·공공영역에서 먼저 문제를 제기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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