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의 오만과 전교조의 편견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주축이 되어 펴낸 중학교용 ‘즐겁게 배우는 체험경제’교과서(인정도서)가 일선 중학교에서 채택되었다.재량시간을 활용한 수업에 이용되는 이 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의 반기업적 정서 해소와 내실 있는 경제교육’을 표방하고 있다.사실 기존 경제교과서의 내용이 오류가 많고 지나치게 윤리적이라는 비판은 재계와 일부 학계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주축이 되어 펴낸 중학교용 ‘즐겁게 배우는 체험경제’교과서(인정도서)가 일선 중학교에서 채택되었다. 재량시간을 활용한 수업에 이용되는 이 교과서는 ‘기존 교과서의 반기업적 정서 해소와 내실 있는 경제교육’을 표방하고 있다. 사실 기존 경제교과서의 내용이 오류가 많고 지나치게 윤리적이라는 비판은 재계와 일부 학계에서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번 기사에서는 논쟁이 되고 있는 ‘즐겁게 배우는 체험경제’ 경제교과서의 내용과 검토한 후, 이익단체의 교과서 제작 참여를 어떻게 바라볼 지 짚어 보았다. 교과서 논쟁은 미래세대의 이데올로기를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함의가 크다.전경련 편찬 교과서, 승인받아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는 2005년 10월 경제관련 교과서 446군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수정을 요구했다. 2006년 2월에는 전경련과 교육인적자원부가 서로 5000만원씩 내놓고 ‘경제교육내실화를 위한 공동협약’(MOU)을 체결, 경제교과서 개정 및 교사연수교육을 같이 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제5단체, 언론계, KDI, 교육과정평가원, YMCA등에서 참여하는 ‘경제교과서발전자문위원회’가 구성되 있으며 이들이 앞으로 초 ,중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올해 2월에는 미국 경제교육국가위원회(NCEE)가 만든 교재를 전경련에서 번역하여 서울시교육청에서 중학교 인정도서(재량시간에 보조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교재)로 승인받는 등 그 움직임이 가속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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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위원회 구성에 있어 교육부와 전교조간 첨예하게 대립해

그러나 이러한 재계의 움직임에 진보적인 교육단체와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에서는 이익단체 참여로 인한 편향성과 자문회의구성상의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등에서는 위원 구성이 노동계와 교육계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이에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과정정책과 양원택 교육연구사는 “전경련과 교육부가 반반씩 투자해 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우리는 전경련의 입장을 배려하면서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참여시켰다. 실제로 첫 회의 결과 예상과 달리 비교적 다른 주장들이 맞서 서로 토론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인적자원부는 자문위원회를 논의의 장으로 삼아 차기 교육과정 개발에 도움을 받을 생각이며 앞으로 구성될 교과서 필진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균형을 잡을 것이다”라며 새로 만들어질 교과서가 한쪽으로 편향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전교조 산하 전국사회교사모임 간사 신상호 씨는 위원들 중 일부가 어느 정도 균형있는 시각을 갖고 있더라도 위원들이 각기 재계와 정부 측을 대표해서 나온 이상 노동계와 교사단체가 추천한 사람들이 없는 위원회는 근본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기존 교과서 문제점 지적도 납득할 수 없다경제 5단체와 재정경제부 등에서 주장한 기존 경제교과서의 문제점 446가지의 거의 절반이 표현상의 비교적 가벼운 문제점이거나 개념설명에 착오가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전체 중 반시장적 기술이라고 지적한 것은 19건이며 편향적이거나 비주류적 시각은 23건으로 둘을 합치더라도 42건으로 전체 문제점 중 10%도 되지 못한다. 신 간사는 “고등학교 전체 경제관련 교과서 및 지도서 117종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류의 양은 많은 것이 아니다”며 기존교과서가 반시장적이라는 비판을 반박했다. 또한 나머지 10%의 반시장적 문제점들이 모두 유효한 것은 아니다. 물론 시장을 비인간적인 공간으로 묘사한 부분이나 아직 정확하게 입증되지 않는 학설에 대한 수정 요구는 더 나은 교과서를 위해서는 상당히 타당했다. 그러나 그 밖의 문제들은 중등과정의 경제교과서에 필요한 윤리성에 대한 극단적이고, 일방향적인 개입이 많았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 중 상당수는 시장경제의 부정적 효과나 기업 활동의 역효과, 세계화의 부작용 등에 대한 기술이었다. 몇 가지 예로 전경련과 재정경제부에서는‘저임금으로 운영하다가 위기에 처한 의류회사의 사례’,‘공기업의 민영화가 갖는 부작용’,‘세계화가 낳는 빈곤, 실업 등의 어려움’,‘한국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균형 성장정책’,‘기업간의 과도 경쟁으로 인한 자원낭비’등의 부분에 삭제를 요구했다. 전체 문제지적의 10%인 반시장적 문제점들은 결국 경제단체들의 이익을 대변한 지적이라 할 수 있다. 기존 교과서(교학사 고등학교 경제) 집필자인 이준구 교수(서울대 경제학부)는 “전에 내가 교과서를 썼을 때에도 기업의 비리를 서술한 부분에서 반기업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으나 동의하지 않아 거절했다”고 밝혔다. 기존 교과서(대한교과서 고등학교 경제) 저자이자 전경련의 인정도서 번역을 맡은 김진영 강원대 교수도 “오래된 통계나 어색한 서술들은 인정하지만 반기업적이라는 주장은 의미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한다.전경련 교과서, 실제로 친기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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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5단체에서 기존 경제교과서에 문제제기를 했다면 전교조에서는 전경련에서 도입한 인정도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전경련에서 만든 중학교 보조교재 ‘즐겁게 배우는 체험경제’가 특정부분을 배제해 편향적이라고 주장한다. 전교조 산하 전국사회교사모임은 전경련의 교재가 정부의 역할에 대해 매우 적게 서술하며 세금의 부정적 효과와 정리해고의 정당성, 무역장벽의 단점만을 열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전경련 편찬 교재가 경제주체의 하나인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서술이 적으며국제무역의 이득만 강조하는 등 일부 편향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경련교재는 ‘보조교재’로, 실용적인 문제와 데이터에 치중되어 있기에 사회교사모임의 주장이 100%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실제 ‘나를 가로막지 말라'(94page)라는 단원명의 ‘나’는 국제무역을 가리킨다. 또한 상당수 문제들은 다른 서술, 탐구활동 등에 의해 충분히 보완될 수 있어 보인다. 예컨대 사회교사모임에서는 조세의 80%를 개인과 기업이 낸다는 사실만 알려주고 쓰임을 기술하지 않았기에(60 page) 학생들로 하여금 개인, 기업이 내는 많은 세금이 경제활동에 지장을 끼치는 것처럼 기술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교재의 앞뒤에 있는 탐구활동과 설명을 통해 그런 문제들이 충분히 보완될 수 있다. 더구나 이 교재가 1주일에 1,2시간 재량활동 시간에 쓰이는 보조교재인 점을 미루어 보면 이 교재의 일부 편향성은 크게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엄밀히 말해 이 교과서의 문제점이 크다고 보기 어렵지만, 앞으로 이익단체가 참여해 만들 교과서에 대한 우려는 남아있다.이익단체의 중등 교과서 제작, 다양성 확보 가능성 있어재정경제부 진승호 과장은 “재계 단체들이 교과서편찬을 추진한다고 해서 정부가 모두 여과 없이 통과시키지는 않지만 이익단체의 교과서 제작 참여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교과서 종류가 많을수록 다양성이 확보되어 일방적 주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익단체가 교과서 제작에 참여함으로써 다양한 관점을 확보해 나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교조 소속의 구현(청도중학교, 국어 담당) 교사는 이익단체의 교과서 제작에 대해 “경제계든 노동계든 각 계급들에서 스스로의 입장을 이해시키기 위해 홍보하고 교육하는 노력은 인정해야 하며 내용이 옳은가 그른가는 함부로 결정내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구현 교사는 “다양성은 혼란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이고 기초이며 다양한 내용을 배울 기회는 열려 있되 나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는 결국 학생 본인에게 달린 것이다”고 말해 이익단체의 교과서 참여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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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성 논란, ‘다양성’ 이라는 말이 감추는 현실의 벽

그러나 구 교사는“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는 건 바람직한 사회이며 누구한테도 표현의 기회는 있어야한다”면서도 “다만 현실적으로 돈이 많은 측에게 일방적으로 표현의 기회가 주어지는 건 문제이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신 간사도 “특정단체가 교과서 편찬에 자유롭게 개입할 수 있다면 결국 교과서 편찬 비용과 필진 섭외능력이 있는 단체의 의견만 교과서에 반영될 것이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교과서 편찬방식에 대해서 국가교육과정이 제시하는 큰 틀에 맞춰 검증받은 교사와 교수들이 만든 뒤 각계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구 교수 또한 “전경련이 직접 교과서를 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굳이 기존 교과서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지만 그들 역시 제3의 객관적인 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또 다른 편향성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준구 교수는“교과서는 교사와 교수들이 합작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과서는 학자적 양심으로 쓰여야 하며 이념을 반영하는 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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