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교육이 위태위태해 보인다. 등록금은 국립대, 사립대를 불문하고 끝없이 치솟아 오르고 그나마 국립대는 법인화 해 독립시키겠다고 한다. 고등 교육 흐름을 결정지을 만큼 한국 사회에서 그 영향력이 매우 큰 ‘국립’ 서울대학교는 위태위태함의 한 복판에 서 있다. 평소 진보적인 입장으로 대학 사회에 많은 이야기를 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회장 최갑수 교수(서울대 서양사학)를 만나 이와 관련한 심층 인터뷰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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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열악한 재정지원이 문제
국립대 법인화, 등록금 인상에 대해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며 교육투쟁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등록금부터 이야기 해 보자.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들어가는 재원 가운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오는 액수를 따져보면 OECD 국가 가운데 최저다. 고등교육에 국가로부터 나오는 것은 GDP의 0.4%밖에 안 되고 나머진 등록금에 의존한다. 즉, 고등교육의 절대적인 부분이 등록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구조자체가 ‘신자유주의’적이다. 또한 국가에서 돈이 많이 나온다는 것은 세금을 통한 재분배를 의미하는데, 이런 장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거다. 그리고 정부가 추진하는 국립대 법인화의 속내를 보면 고약하다. 서울에 명문 사립대가 많은데 등록금을 올리고 싶어도, 서울대가 200만원에 묶여 있는 한 올려 받을 수 없다. 교육부가 의도했다기보다 실제로 사학재단의 압력이 작용한거다. 법인화가 되면 등록금이 3배가 오를 것이다. 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정운찬 총장은 절대 오를리 없다는데? 아니다. 교육부가 특수법인화가 되면 총장이 CEO가 돼서 자체경영을 하라는 것이다. 수입액을 늘리려면 등록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시스템에서 서울대는 살아남을지 몰라도 다른 국립대는 그렇지 않다. 등록금과 관련해서 본부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등록금이 오른 것 뿐 이라고 하는데? 등록금은 수업료와 기성회비다. 기성회비가 수업료보다 많은데, 이것은 국고보조가 적다는 얘기다. 학생들이 이것에 대해 말해야한다. 대학 운영비의 80-90%가 등록금일 정도다. 이것은 건전하지 않은 구조이다. 우리나라 교육예산은 아주 적은 양인데 그나마도 고등교육비가 그 중에서 10%정도다. 초중등교육이 중요치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발전 전략에서 볼 때 한심하다. 교육운동 발본적인 사고, 일관적 방식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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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학생이 교육 주체로서 주인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
현재 학생들이 만들어 나가는 교육투쟁의 모습들은 어떠한가?
학생들은 교육 주체로서 대학의 주인 의식이 있어야 한다. 학생처장과 협의 기구를 만들거나, 총장과 면담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자신들의 의사가 학교에 적극 반영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의원회에 학생대표가 적어도 1-2명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담보하기 위해서 학생들이 일관성 있게 흐름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일관성은 총학이 할 수 밖에 없는데 총학 선거 성사가 매우 힘든 오늘날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또한 서울대를 넘어선 차원에서도 무언가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는 사실 교수들에게 더 서운한 점이 많은데 서울대 교수들은 다른 국립대의 환경에 대해 모른다. 너무 서울대주의인 것이다.구체적으로 교육운동이 나아갈 방향은? 학생운동이 교육운동을 원하면 교육운동이 아니라 정치운동을 해라. 환경, 노동, 여성 운동을 통한 사회의 변혁 의지는 교육 운동과 다른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사회복지국가를 봐라. 이들은 사회복지를 주장했을 때가 아니라 사회주의를 주장했을 때 가능한 결과다. 교육문제는 교육운동으로 못 푼다. 물론 교육운동단체가 필요하지만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한 운동 단위들이 있을 때야 비로소 이것이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등록금 반대 투쟁이라면 그것 보다 상위에서 즉, 교육 재정 확충이란 지점에서 운동해야 한다. 발본적인 사고를 갖는 것이 대학에서 할 일이다. 대학생 때 아니라면 언제 급진적일 수 있겠나. 학부대학 학문적으로 피할 수 없는 흐름학부대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이론적으로 좋으나, 제2의 대학교가 생겨서 서열화를 더 뚜렷이 만들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그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학부대학 수준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부에 공학은 꼭 필요하나, 경영대나 법대는 필요 없다. 현재의 체제로선 국제 경쟁력도 없고, 바람직한 전문지식도 없다. 학부대학으로 가게 되면 다음과 같은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학부 때 생물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해 환경을 자세히 알고 있는 학생이 대학원 과정에서 법학을 전공해 환경관련 법조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 논의가 결론 나려면 멀었다.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학부대학이 돼야 함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대학 서열화나 학벌주의의 문제점도 인정하나 현실의 문제와 학문이 올바로 서기 위한 문제를 동시에 그리고 전문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상대평가제도, 재수강 제한 방침 등의 학사관리 엄정화에 대해 비판지성을 키워내지 못하게 하는 장치라 비판하는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 점에 대해선 먼저 학생들이 명분을 가져야한다. 서울대학교가 우리 학생들이 공부함에 있어 바라는 방향성이 있는지 공부만 잘하길 바라는 건지 물어봐야 한다. 다시 말해 서울대가 어떤 사람을 키워야하는지에 대한 철학이 있은 이후에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지에 대한 물음이 먼저 있어야하는 것이다. 사실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학은 그 이상의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 줘야 한다.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가벼운 지식을 배우는 곳이 돼서는 안돼기업은 대학이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만들어내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데?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의 목표중 하나다. 예전에 학생은 대학이란 학문의 전당에 걸맞은 공부를 대학에서 한 후 기업에 들어가 그 곳에 필요한 실용적 지식을 기업으로부터 전수 받았다. 그런데 그 부분을 이제 대학에서 맡아 달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공학인증제이다. 전자공학과 등의 교과목이 제대로 되어 있는가를 기업체인 삼성에서 판단하는 것인데 이는 참 심각한 것이다. 대학 교육을 기업이 좌지우지 하는 셈이니 말이다.대학에서 가르치고 배워야하는 것은? 현재 흐름 속에서 세상을 자기의 형상대로 바꿀 수 있는 주체로는 국가, 대학, 기업이 있다고 본다. 그 중에서 대학은 기업이나 국가와 다른 독자적인 곳으로 학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갖춰나갈 수도 있어야 한다. 당장 기업에서 써 먹을 인재를 기르는 것은 기업이 하면 된다. 세상은 빨리 변하고 기술은 5년을 못 가는데 학교에서 지금 당장 기업이 원하는 것을 배워봤자 소용이 없다. 실질적인 기술들의 기본적 토대가 되는 부분을 배우고 나가야한다. 인문학은 왜 필요하나. 인문학은 국민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의 비판기능을 부여한다. 비판이 없을 경우에 잘 나가는 것 같다가도 일이 크게 터진다. 그 회복 비용은 인문학을 배우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비용이기 때문에 멀리 보고 제대로 교육할 줄 알아야 한다. 거기다가 대학의 독자적인 논리성, 존재성을 갖는다고 해서 시대적 변화에 무감각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시대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자체적인 동력을 갖춰야 하는데 서울대는 그것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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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는 시대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자체적인 동력이 부족하다” |
기업의 논리로 인해 무너져가는 기초학문의 위기는 기초학문과 관련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그게 가능만 하다면 당연히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안 직장을 만들기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보다 나는 우리 사회의 건강성에 승부수를 두고 싶다.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학생운동이 떨어지고 있다. 학생회가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이를 통해 대표성과 전문성을 만들어 내야한다. 지금의 학생들은 4년 마치고 나가야 하니까 교육에 대한 생각의 일관성이 약해 보인다. 총학과 같은 조직은 향후 활동에 있어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해 나가는 등 10년을 내다보고 활동하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단순히 법인화에 따른 등록금 인상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체계에서도 들어왔다고 본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총학의 대표성을 고민하고 발언권을 가져야한다. 학교 공식기구에도 들어가서, 학생들의 의견을 던지는 공식적인 통로를 만들어야한다.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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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은 세상을 자기의 형상대로 바꿀 수 있는 주체”라는 최갑수 교수. |
국립대로서 정체성 필요해
서울대, 국립대로서 어떻게 나가야하나?
서울대가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서울대는 학생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없다. 어떤 내용을 담을지가 없는 것이다. 정체성 부재인 상태에서 학생은 그저 출세를, 공부나 잘하는 것을 바란다. 그리고 서울대는 좋은 학생들을 뽑을 생각만하지 학생을 데려다 어떻게 키울지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서울대는 국립대인 만큼 서울대생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보는 안목을 가질 수 있게 노력하고 스스로 열린 공동체적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앞으로 교육정책이 어떻게 나가야 하나? 교육정책에 있어 특수법인화는 반대한다. 대학구조조정 개혁은 있어야 한다. 과감히 없앨 건 없애고, 장사 안 되는 대학은 모두 국립화 시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