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1 지난 96년부터 올 해까지 10년 째 학생식당에서 식권을 판매하고 있는 이정숙 씨. 학생회관식당에 바라는 점을 써달라고 붙여놓은 종이위에 누군가 써놓은 ‘식권 파는 언니 너무 친절해요’라는 문구 속의 주인공이다. 그 아래 달린 수많은 ‘리플’들은 그녀의 친절함이 많은 학생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증명한다. 인터뷰를 신청했을 때만 해도 “할 말 없는데…”라며 수줍어했던 그녀였지만 막상 질문을 시작하자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달변을 쏟아냈다. “말을 많이 하는 게 힘들긴 해도 학생들이 너무 착해서 일이 수월해요.” 업무는 2교대로 이루어지는데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날은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한단다.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계속 서있어야 하는 일이라 피곤할 텐데 어떻게 꾸준히 친절함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단지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뿐이에요. 식대엔 음식 값만 있는 게 아니고 서비스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손님이면 마땅히 받아야 할 서비스니까 초등학생들이 와도 존댓말을 써요. 공부하시느라 힘들어 보이는 분들에겐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도 하지요”라고 답한다. 그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손님이 많은 날은 기분이 좋고 인터뷰가 이루어졌던 축제기간 같은 경우엔 손님이 없어 오히려 힘들어진다고 한다. “가끔 눈에 띄게 손님이 없을 때가 있어요. 그럼 내려가서 자하연 식당에 무슨 메뉴가 나왔나 살펴보죠. 그럼 왜 이렇게 썰렁한지 알게 되요.” 처음 근무했던 곳은 사범대 식당이었고 가끔씩 공대 식당에 파견 근무를 나가기도 하는데 단대 별로 학생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사범대 손님들은 선생님 되실 분들이라 그런지 모두들 다정다감하고 부드러우셨어요. 공대 학생들은 털털하신거 같고, 학생회관은 외부에서 오신 분들이 많아 다양하죠. 도서관 가까이에 있어서 피곤해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처음 일하기 시작한 96년과 지금의 차이점에 대해 물어보니 “그 땐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있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동아리 활동도 많이 하고, 오전에 우르르 몰려와서 아침을 함께 먹는 분들도 많았고 주말에도 지금보다 손님이 훨씬 많았어요”라고 학생 문화의 변화를 꼽았다. 아무래도 밖에 놀만한 데가 많아진 탓이리라.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남학생들은 대부분 청바지에 남방이었죠. 여학생들도 화장은 잘 안했고. 근데 지금은 너무 컬러풀해요. 여학생들 패션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멋지잖아요.”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부탁드릴 거 보다는 저희가 개선해야 할 게 더 많죠”라고 하면서도 “학생회관은 무조건 적자운영이거든요. 가격 올리는 것도 힘들고 같은 메뉴라도 다른 식당들보다 저렴하지요. 가격만 보고 ‘학관 밥은 별로다’라고 편견 안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B식단도 비싼 A나 C식단과 비교해 봤을 때 칼로리가 많이 떨어지지도 않아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인터뷰가 끝난 후 다시 판매 부스로 돌아간 그녀는 언제나처럼 환한 미소로 굶주린 학생들을 맞이한다. 10년 째 변함없는 ‘친절한 정숙씨’의 모습이다.
“1700원 짜리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photo1 지난 96년부터 올 해까지 10년 째 학생식당에서 식권을 판매하고 있는 이정숙 씨.학생회관식당에 바라는 점을 써달라고 붙여놓은 종이위에 누군가 써놓은 ‘식권 파는 언니 너무 친절해요’라는 문구 속의 주인공이다.그 아래 달린 수많은 ‘리플’들은 그녀의 친절함이 많은 학생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음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