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천지를 희구하는 해바라기처럼

서울대저널(이하 저널) ㅣ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시고 사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노회찬 의원 (이하 노) l 기억을 거슬러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에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고등학교 1학년때 절에 가서 한달동안 있었던 것도 그렇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 그 무렵부터 있었던 것 같다.그리고 73년에 박정희 유신독재 반대 유인물을 만들어서 배포하면서 사회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서울대저널(이하 저널) ㅣ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시고 사회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노회찬 의원 (이하 노) l

기억을 거슬러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시절에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때 절에 가서 한달동안 있었던 것도 그렇고,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도 그 무렵부터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73년에 박정희 유신독재 반대 유인물을 만들어서 배포하면서 사회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암울한 시대에 대한 저항심이었다.photo1저널 ㅣ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 혹은 위인이 있다면? 노 ㅣ 레닌, 호치민, 주은래를 좋아한다. 이 세분은 공통점은 난세에 세상을 읽는 풍부한 식견과 대중적 지도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분들의 삶을 책으로나마 접해보길 권한다.저널 ㅣ 최근 사회에는 보수 바람이 크게 불고 있다. 특히 대학사회에서는 탈 정치화, 탈 운동화가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도 반운동권 선본이 당선되었고 최근에 한총련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생각과 미래, 혹은 대책을 듣고 싶다. 노 ㅣ 사회 보수화 경향은 대학사회만의 흐름은 아니다. 그런데 대학생들의 보수화는 이념적 보수화와 정치적 무관심이 혼재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서 더욱 더 그럴것으로 생각한다. 얼마 전 정운찬 총장도 대학생들이 나라걱정도 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는데, 나는 대학생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나 대학등록금 문제를 개개인의 개인기로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대학생들의 사회적 발언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해나가길 바란다. 대학의 새로운 사회운동의 가능성이 여기에 있고 또 그것이 나라를 걱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한 마디 덧붙이자면, 진보의 입장에 서 있는 내 입장에서 볼 때 진보가 진보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과거의 권위 때문도 아니고 선언적인 몇 개의 구호 때문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점에서 우리 사회의 진보주의자들이 보다 더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하고 대중들 가운데서 사회적 논쟁을 일으키는 것이 필요하다.photo2저널 ㅣ 민주노동당의 문제제기에는 많은 공감을 하지만 단지 대안 없는 문제제기에만 그치고 투쟁과 반대를 할 뿐이라는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런 오해에 대한 해명이나 반론이 있다면? 노 ㅣ 이 점은 분명히 오해다. 이번 지방선거를 포함한 역대 선거의 정책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정당이 민주노동당이다. 문제는 왜 이런 오해를 민주노동당이 듣느냐 하는 점인데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는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생소한 관점, 바람직한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생소한 경험 탓이라고 생각한다. 2002년 대선 때 무상의료를 주장했는데 질 낮은 건강보험제도가 마치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그게 가능하냐”고 문의해왔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더니 금방 동의를 했다. 부유세도입도 마찬가지다. 이제 이런 생소한 경험들을 민주노동당의 노력으로 하나씩 낯익은 경험으로 만들어가면 오해가 풀릴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주민소환제를 만들어냈고 무상교육, 무상의료도 하나씩 사회적으로 동의를 얻어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필요한 것은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다. 저널 ㅣ 원내 진출 이후에 달라진 점을 느끼는가? 그리고 그 당시 예상했던 것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듣고 싶다. 그리고 덧붙여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계속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의원님이 보는 민주노동당의 현재의 문제점이나 한계를 지적해 달라. 노 ㅣ원내진출 2년 동안 해온 일들을 돌아보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2년 전과 분명히 다르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민주노동당이 해온 일들은 노동자, 농민, 서민의 삶을 지키고 우리사회의 부패한 단면을 드러내어 치유하는 정치활동이었고,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런데 분명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 더 열심히 부유세 도입,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외치고 관철하라는 채찍이라고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 창당 이래 민주노동당의 성장은 정치적 시기마다의 전략적 선택과 실천이었다. 지난 2년 동안의 한계도 이러한 전략적 선택과 실천의 부족이었다고 생각하고,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무엇인지 확인하면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저널 ㅣ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반 보수 대연합(민주노동당,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을 포함하는)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현 ㅣ 정치상황은 진보개혁의 내용변화, 진보개혁대표세력의 교체다. 현재의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보면서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왔던 대다수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서서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그러니 한나라당의 성추행 사건, 공천비리와 같은 구태정치가 드러나도 한나라당을 꺾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7,80년대 민주화투쟁을 계승하는 한국사회 진보개혁운동의 과제는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서민들과 같이 노동하면서도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의 삶을 개선하는 문제, 즉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6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분들이 지금은 60대 노인이 되어 노후의 일자리 찾기와 건강 돌보기에 바쁘고,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했던 학생들이 지금은 40대의 노동자가 되어 실업과 아이들 교육, 그리고 불안한 노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다. 처지가 바뀌고 삶의 조건이 바뀐 것이다.개혁세력을 대표한다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이다. 사회양극화를 가져온 장본인인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진보개혁세력의 정치대표로 만드는 선택을 해야한다. 저널 ㅣ 열린우리당도 개혁의 기치를 걸고 시작한 당 아닌가? 노 ㅣ열린우리당은 애초부터 신자유주의 이념을 지향하는 보수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한다. 저널 ㅣ 사표논쟁’은 이번 선거뿐 아니라 다음 선거에도 재현될 것이다. 이러한 양당 구도의 한계성에 기인하는 ‘사표논쟁’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대책과 의견을 듣고 싶다. 노 ㅣ지금 상황에서 확인되듯이 열린우리당을 찍는 표가 사표이다. 진보개혁세력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가치도 갖지 못한 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민주노동당을 찍는 표가 우리 사회의 진보개혁을 앞당기는 희망의 한 표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사표논쟁은 특정정치세력의 선거전술이었지 유권자들의 관심은 아니었다. 2000년 총선 이래 민주노동당은 수차례의 사표심리 조장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것이 유권자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photo3저널 ㅣ 지방 선거 이후의 정치 지형 변화에 대한 의원님의 예상을 간단하게나마 듣고 싶다. 노 ㅣ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드디어 정계개편 발언까지 하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미 정계개편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해 보수정치권이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이런 논의들은 국민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자신들의 정략적 이해에 따라 제기되고 있다. 나는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정계개편이 돼야 하고,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한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이 실현되는 정계개편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동영 의장이 발언한 지역연합 방식의 정계개편은 역사의 후퇴다.저널 ㅣ 최근 독도 문제에 대해서 강한 외교적 해결을 요구한 걸로 알고 있는데, 결국 민주노동당도 민족주의, 국가주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 ㅣ 내 주장을 민족주의, 국가주의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오해다. 내가 일차적으로 지적한 것은 일반적으로 외교는 국제관계에서의 명분을 얻는 것이 중요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사안에 대한 원칙과 지속적인 해결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역대 정부의 말과 행동으로 볼 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도문제는 영토문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질서와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상호협력 관계를 을 증진시키려는 관점에서 더욱 더 외교적 원칙과 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저널 ㅣ 최근 대추리에서 일어난 불행한 사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또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노 ㅣ 대추리 주민들은 두 번이나 땅을 빼앗긴 분들이다. 일제시대 때 일본군에 땅을 내줬고, 해방되자마자 미군에게 땅을 빼앗겼다. 맨몸으로 땅을 일군 그들이 또 땅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저항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 수만 명의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강제로 땅을 접수한 것이다. 그 어떤 이유로도 군투입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해결방안으로 짧게는 △평택주민과 국방부, 그리고 정치권,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대화기구’를 즉각 구성하고 △대화기구가 구성될 때까지 측량 등의 정부일정 중지하며 △주민들에 대한 회유압박 중단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장기적으로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의 분쟁지역으로 투입될 수 없도록 막아야 하며,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과 함께 주한미군을 감축, 철수해야 한다.photo4저널 ㅣ 이 사회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하고 또 의원님이 중점적으로 해결하고자 노력한 문제는 무엇인가? 노 ㅣ 교육문제다. 앞으로 교육양극화 해소, 교육의 기회균등과 질적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과 정책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그것이 가난을 대물림하는 사회를 바로잡는 길이라 생각한다.저널 ㅣ 서울대는 항상 학벌 조장, 엘리트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폐지론이 일기도 했다. 서울대 문제에 대한 의원님의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다. 노 ㅣ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주장한 국립대학 통폐합 정책공약이 서울대 폐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국의 국립대학을 통폐합해서 대학 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별로 특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저널 ㅣ 정치인으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 그리고 이러한 정치인으로서의 삶에서 항상 가져왔던 마음가짐이나 지향점은 무엇인가? 노 ㅣ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원내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진보정당운동을 위해 노력한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눈물 흘린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러 고비마다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그럴 때 마다 옛 기억을 떠올린다. 90년대 초반 교도소 수감시절 해바라기가 내게 보여준 것은 권세를 쫓는 기회주의가 아니라 광명천지를 향한 희구였다. 진보정당운동 또한 해바라기가 보여준 것과 같이 권세를 쫓아 어둠과 타협하는 것을 거부하고 광명천지를 향해 나아가는 운동이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저널 ㅣ 마지막으로 항상 옆에 두고 추구하는 좌우명이 있다면? 노 ㅣ 변하지 않는 것은 목표이고, 변한 것은 방법이다. 인간해방, 노동해방의 신념은 변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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