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1Q. 서로의 지역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홍건 l 솔직히 강남에 있는 사람은 굳이 강북에 갈 일이 없어요. 웬만한 건 강남에서 충족이 되거든요. 저는 집은 강남이어도 초등학교랑 고등학교를 강북으로 다녔는데 고등학교 때 좀 차이를 느끼긴 했어요. 고등학교 주변 환경이 진짜 안 좋았거든요. 근데 그런 곳은 강남에도 있고, 또 TV에서 강남의 명품 족이니 하는 보도를 보면 저한테도 다른 나라 얘기 같거든요. 강북에 대한 별다른 편견은 없어요. 병준 l 저는 강남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점심시간에 코엑스에 가서 점심 먹고 온대’ 하는 농담을 할 정도였거든요. 또 강남에는 아파트 사이에 실개천이 흐르고, 아줌마들이 드레스입고 다니고 하는 식으로 생각을 하기도 했었어요. 그런 농담을 한다는 사실에 알게 모르게 선입견이 숨겨져 있는 거죠.예슬 l 저는 대학에 와서 여러 지역 출신 친구들을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제가 살던 동네 이외의 곳의 개발이 좀 더딘 편이라는 걸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강북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거나, 그러진 않아요.photo2Q. 강남에 살면서, 혹은 강북에 살면서 상대 지역과 생활수준의 차이를 느끼나요?병준 l 강남에 산다고 해서 모두 부자라고 일반화 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있는 사회대에서 강남에 사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는 차이를 느끼기는 합니다. 아직까지 의식구조나 사고방식에까지 많은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비 생활은 큰 차이가 나요. 들고 다니는 가방이라든지, 입고 다니는 옷의 상표가 다 명품들이거든요. 그리고 제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레스토랑에 가서 뭘 먹고 왔다거나 어디어디 다녀왔다거나 하는 얘기들을 주고받을 때에도 확실히 갭을 느껴요. 저 같은 경우는 하다못해 학용품 하나를 사도 이것저것 비교해 보고 신중하게 생각해본 후에 사는데, 그 친구들은 씀씀이도 크거니와 그것들을 그다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사더라고요. 그 친구들은 아마 제가 이해가 안 되겠지요. 친해지기 전까진 위화감을 느끼기도 했어요.예슬 l 그런데 저도 강남에 살지만 비싼 건 거의 사지 않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옷을 살 때 고속터미널이나 동대문에 가고 백화점은 엄마하고만 가요. 지역차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취향과 소비 패턴의 차이라고 봐요. 제가 보기에는 지방에서 온 친구들 같은 경우에 오히려 저보다 돈을 더 많이 쓰는 친구도 있던데요.홍건 l 저는 강남에서 자라서 아무래도 같은 지역에서 자란 친구들과 얘기할 때 공유하는 면이 많고 대화가 통하는 걸 느끼지만, 그건 같은 지방 출신 친구들이 서로 통하는 것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요. photo3Q. 평소 신문이나 방송에서 접하는 사회적인 의제로서의 강남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홍건 l 강남에 대해서는 사교육의 메카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진원지로서 신문에서 자주 접하는 편입니다.예슬 l 저는 부동산 문제는 잘 모르겠고, 강남의 사교육에 대해서 많이 접했던 것 같아요. 강남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에 타 지역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하고, 강남에 사설학원이 많이 모여 있다는 기사를 읽어본 것 같네요.병준 l 저는 강북에만 살아서 고등학교 때 까지는 잘 모르다가 대학에 들어와서는 많이 생각을 해 보게 됐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강남에 문화적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다거나 소비생활의 수준이 높은 이유가 집값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근본 원인이 교육에 있다고 봅니다. 좋은 학원이나 유명한 학교들이 강남에 몰려있어서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그 쪽으로 교육환경을 갖춰주고 싶어 하고 따라서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것 같아요.상현 l 저도 강남으로 인프라가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이 특별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도시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부촌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도시가 생기면 어딘가에는 자본과 시설이 몰리는 중심지가 생기게 마련이고, 강남이 번화하기 전에는 종로나 중구가 중심지였잖아요. 홍건 l 음, 그런데 강남이 돈이 몰리는 지역으로 인식되고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서 많은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잖아요? 어느 한 지역에 부가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지요. 격차가 존재한다면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예슬 l 강남에 부가 집중 되서 위화감을 조성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명품만 사고 부를 향유하는 것 같진 않거든요? 외부에서 강남을 싸잡아서 과소비와 땅 투기의 대명사로 보는 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병준 l 그런데 아까 논의를 시작할 때 강남의 범위를 8학군으로 본 거잖아요. 강남에 부가 몰려 있는 것은 사실이고 물론 그것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데 강남 지역에 명문학원이 밀집돼 있고 대학 진학률도 타 지역과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photo4Q. 강남 하면 사교육의 일번지라고 인식할 정도로 학원이나 과외가 성한데, 각자 입시준비하면서 부모님께서 보통 얼마나 사교육에 투자를 했었고, 그리고 그것이 대학에 들어오는데 실제로 도움이 됐다고 보시는지.예슬 l 저는 학원을 다녔었는데, 소수정예 단과반을 주로 다녔어요. 언어학원, 수학학원이랑 사탐학원, 그리고 주기적으로 개인과외를 받기도 했는데 보통 한 달에 평균적으로 100만원 가량이 들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학원에서 토플을 배웠는데 그건 대학 갈 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건 아니지만 지금도 배워두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병준 l 저는 고1 겨울방학부터 고2때까지 학원을 다녔었는데, 종합반 이었고 한 달에 24만원이었어요. 그런데 학원이 저한테 잘 안 맞는 것 같고, 집에 부담주기 싫어서 3학년 때 부터는 학원에 안다니고 혼자 공부했어요. 아, 근데 수능 보고 나서 논술 볼 때 까지 한 달 가량 논술면접 학원을 다녔었어요. 홍건 l 저는 독일어학원을 다녔었는데, 같이 배우는 친구들이 적어서 학원비가 좀 비쌌거든요. 한달에 60만원 정도였어요. 그리고 학교에서 고1때에는 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했었는데, 2학년부터는 ‘어느 학원이 좋다더라’ 하는 식의 소문이 돌고 그래서 남들 따라, 그리고 부모님도 다니라고 해서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어요. 근데 계속 다니다 보니 특별히 좋은 점을 잘 모르겠어서, 고3때에는 학원을 안다녔어요. 수능 끝나고 논술 학원은 다녔지만요.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서도 능히 할 수 있는 공부를 괜시리 남들도 다 학원 다니면서 돈 들이는 분위기니깐 저도 휩쓸렸던 거 같아요.상현 l 저는 학원을 압구정동으로 다녔어요. 굉장히 멀죠. 집은 3호선 경복궁역 근처니까요. 거기를 고등학교 입학 전이랑 고2때 잠깐 다니고, 고3때에는 인터넷 메가스터디로 공부했어요. 주말에는 집 근처 시립도서관 같은 데 가기도 하고요. 반수 할 때는 강남 종로학원을 다녔는데 체계적이긴 했지만 특별히 좋았던 점은 잘 모르겠어요. 병준 l 저, 근데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솔직히 서울대에 올 정도의 학생이라면 굳이 학원을 다니고 안다니고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대학은 어느 정도 상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나온 고등학교에서는 서울대에 합격하는 학생이 연대나 고대를 중복 합격하는 경우가 많았고 성적분포에 있어서 중상위권의 수가 매우 적었거든요. 그런데 강남에 있는 학교들은 서울대 말고도 연대나 고대, 그 외 대학에도 많이 진학하잖아요. 이것이 어느 정도는(사교육이 대학진학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 아닐까요. photo5Q. 강남과 다른 지역과의 격차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나 개선책에 대해서 생각하고 계신 게 있나요?홍건 l 각종 부동산 정책들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시지가를 비롯해 아파트 값은 계속해서 오르기만 했잖아요.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강남에 아파트의 공급을 충분할 정도로 늘려야 해요. 들어오려는 사람은 많은데 더 이상 새로운 아파트 건설이 원활하지 않으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거죠. 또한 강남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중에는 다른 지역보다 앞선 환경, 특히 교육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거든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공교육의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고 봐요. 고교평준화를 과감히 폐지하고 자립형 사립고를 설립하는 것도 좋겠지요.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에요. 강남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준 l 강남이 부촌이 되고 그쪽으로 양질의 교육 환경이 조성된 것이 우연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현실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따라서 강남에서 살고자 하는 수요는 거의 무한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공급에는 한계가 있지요. 그렇다면 다른 곳에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또 하나의 강남을 만드는 것에 불과해요.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고등학교가 문제가 아니라 대학 서열을 없애고 평준화해야 비로소 강남, 그리고 이후 생겨날 제2, 제3의 강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