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축제도 재미있다
‘서울대 3대 바보’가 무엇인지 아는가?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 찾는 사람, 고등학교 때 전교 1등 했다고 자랑하는 사람, 서울대 축제에 오는 사람이 바로 ‘서울대 3대 바보’이다. 그 정도로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던 축제가 2003년 ‘축제하는사람들(이하 축하사)’이 등장하면서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축하사에서 기획한 봄축제 ‘광합성놀이터’와 가을축제 ‘단풍놀이터’는 예전에 비해 학우들의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2005년 광합성엽록쑈(광합성놀이터 개막제) 크라잉넛 공연 당시 진동하던 아크로를 기억한다면 함부로 서울대축제는 재미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봄 5월 15일(월)부터 사흘간 이어진 2006년 봄 축제 ‘광합성 놀이터-Spring the Spring’이 17일 레이블파티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화창한 날씨와 학생잔디의 북적북적한 분위기는 축제의 흥을 돋웠다. 이번 축제는 분명 참가한 만큼의 재미를 얻어갈 수 있는 축제였다.당신이 아쉬워해야 할 수많은 놓침photo1 당신이 원했다면, 그리고 직접 참가하기만 했다면 얼마든지 ‘데굴데굴 놀이터’에서 트램펄린(방방)과 호핑볼을 타면서 동심으로 돌아가 볼 수도 있었고, 생활협동조합에서 진행한 ‘버블버블 놀이터’에서 풍선을 발로 밟아 터뜨려볼 수도 있었다. 해질 무렵 ‘잔디밭에서’를 연발하며 노래를 불러주시던 무대매너 완벽한 이한철 씨의 노래를 들을 수도 있었고, 그에게 자신의 사연을 읽혀 공연티켓을 얻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었다. 가까이에서 서울대 학생들의 끼를 즐길 수도 있었다. ‘플라잉굴비’에서 학내 밴드들의 공연을 보면서 몸을 흔들 수도 있었고, 그 날의 마지막 밴드였던 인디밴드 ‘슈퍼키드’의 코믹한 공연에 다 같이 하나 돼 방방 뛸 수도 있었다.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사장의, ?소울메이트?와 ?안녕~프란체스카?의 노도철PD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도 있었고, 날이 어스름히 어두워질 무렵 친구들과 혹은 연인과 열기구 특유의 쉬익 하는 가스소리를 들으며 학교를 내려다 볼 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줄타기 시연을 감상할 수도, 직접 떡을 쳐볼 수도 있었고, IFF(세계음식축제)에서 두려움 반, 기대감 반에 설레며 이색적인 세계 음식들을 먹어볼 수도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농구하는 사람들을 응원할 수도 있었고, 서울대 스타리그에 참가해서 200여명의 학생들과 함께 호흡해볼 수도 있었다. 무료맥주를 마시며 어둑어둑한 땅거미가 진 잔디밭에서 클럽의 분위기를 느끼며 친구들과 신나게 춤을 출 수도 있었다.이제 당신이 놓친 ‘즐거울 수 있었던 기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게 됐을 것이다. 서울대축제도 이제는 재미있다. 당신이 재미있고자 한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축제 지금 이대로도 좋으냐고 묻는다면 분명 그렇지 않다. 홍보 부족 여전히 큰 문제당신이 이런 행사들이 있었는지도 심지어 축제기간인지조차 모른 데에는, 당신의 무관심이 큰 이유겠지만, 그만큼이나 축제준비주체측의 홍보부족도 주요한 이유이다. 정문플랜카드, 포스터, 축제준비일지 등의 방법이 동원됐으나, 무관심한 학우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축제신문인 광합성페이퍼는 당일 저녁 5시경이 되어서야 배포됐으며, 이 역시도 행사준비로 인력이 부족해 학관에만 배포됐다. 신문은 ‘축제신문이 나왔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 한 장 없이, 학관주변의 배포대나 바닥에 쌓여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어려웠다. 행사시간과 장소가 적힌 작은 팸플릿 역시 학생잔디에서만 배부됐다. 준비된 1500부가 다 소진됐지만, 더 많은 팸플릿을 준비해서 학교 곳곳에 배포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축제 홍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학우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공연장 학교 측의 지원 있어야봄축제 준비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아크로 사용여부였다. 아크로 집회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총학생회 측과 05년 가을축제의 실패를 예로 들며 아크로의 사용을 요구하는 축하사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 황라열 총학생회장(종교00)은 “집회의 자유가 공부권과 비교해서 우위에 있지 않은데 이제까지 폭력적으로 당연시되어온 것들에 대한 반성의 의미에서 아크로집회를 금지했다”며 “제도적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는 아크로사용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축하사 측에서 총학생회의 입장을 존중했고, 함께 여러 대안적 공간을 모색한 결과 공연장은 학생잔디에 설치하기로 했다. photo2그러나 축제가 종료된 현 시점에서 공연장 위치에 대한 쌍방의 평가는 대립된다. 황라열 씨는 “한 군데에서 집약적으로 행사가 진행돼 축제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축하사 측에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사람들이 방석을 이용하지 않고 서서 관람하는 바람에 뒷사람들은 공연을 보기가 어려워 아크로에서처럼 다수의 관객을 동원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생협학생위원회 위원장 전창렬(동생공04)씨 역시 “장소의 차이가 크다”며 “아크로에서 공연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자가 마련됐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었을 테지만 축하사 측에서는 비용 및 인력 문제로 인해 고려하지 못했다고 한다.황라열 씨는 이에 대해 “아크로 역시 좋은 공연장소가 아니다”며 “다수를 동원하고자 한다면 대운동장같은 다른 장소를 물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전창렬 씨 역시 “대운동장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부측에서는 대운동장의 인조잔디가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대운동장 사용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학내에는 대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다. 굳이 찾자면 체육관, 대운동장, 아크로, 학생잔디, 버들골 등의 장소가 있지만 접근성의 문제로 인해 축제 때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아크로와 학생잔디 뿐이다. 그러나 둘 다 공연장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지니고 있지는 않다. 이처럼 학내에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만한 장소가 없다는 것은 학교의 책임이다. 집회나 공연등이 이뤄질 수 있는 광장이나 야외공연장 등의 시설이 필요하지만 문의해본 결과 본부측에서는 “그런 시설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한다. 지금까지 아크로가 그 역할을 해왔으나 아크로가 중앙도서관 앞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5000명이 넘는 다수의 사람이 모이기에는 장소가 협소해 대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축제 매너리즘에서 탈피해야2003년 당시 축하사가 준비한 축제는 파격 그 자체였다. 그렇지만 축하사가 3년째 축제를 준비해 오면서 축제가 안정된 바면 그 내용에 큰 변화 역시 없었다. 축하사 대표 란우 씨는 “확실히 매너리즘에 빠지는 면이 있다”며 “봄축제는 기대가 큰 편이라 많은 변화를 꾀하기 어렵지만 가을축제 때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축하사에서 준비한 과거의 다른 축제를 살펴보면 그 변화의 내용이 기본적 방향이 아닌 작은 행사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황라열 씨는 이에 대해 “질에 있어 내적인 성장은 있을지 몰라도 겉으로는 작년 축제와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란우 씨는 “축하사에서는 문화생산의 장으로서의 축제를 이상적 축제의 모습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축하사가 기존에 진행해온 행사들 중에 학내밴드 및 공연동아리들의 공연, 외부인디밴드 및 가수의 공연, 전통문화체험, 세계음식축제, 장기자랑 등이 그러한 지향을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문화생산의 장으로서 축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학내공연문화의 활성화를 원한다면 더 많은 학내자치단위행사를 유치할 필요가 있다. 란우 씨 역시 “이번에 많은 동아리행사를 유치하지 못해 아쉽다”며 이 점에 동의를 표했다. 황라열 씨는 이에 대해 “축제에는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컨셉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축제는 컨셉 면에서는 실패한 축제”라고 평가했다.모두가 하나 되는 축제, 문화생산의 장으로서의 축제photo3란우 씨는 “임팩트가 강한 컨셉있는 축제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유명연예인을 요청하는 수단 밖에 없다”며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다수의 학우들이 유명연예인의 공연을 바라고 있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는 없다. 전창렬 씨는 “대다수의 학우들이 아카라카같은 다른 학교 축제에 가는 이유 중에는 연예인도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우리 학교 축제에도 유명한 가수가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번의 축제를 통해 흥과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하지 말고, 두 번으로 나누어 각각을 쫒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봄축제에는 모두가 하나 되어 함께 즐기는 대동제적 성격을, 가을축제에는 문화생산의 장으로서 문화제적 성격을 부여해 각각의 개성을 강화시키는 방안이 그것이다. 그럴 경우 축하사 측에서도 더 이상 학우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 없이 그 비용을 보다 발전적으로 문화적 지향을 추구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그 동안 동아리행사를 많이 유치하지 못한 주된 이유가 동아리와의 일정조율이 어렵다는 점인데 축제기간에 행사를 진행하는 동아리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유인책을 쓸 수도 있다. 공연장의 부족 역시 야외에 텐트를 설치하거나 ‘피아노의 밤’처럼 야외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등의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여유가 생긴 비용으로 보다 많은 동아리 행사를 유치함으로써 외려 더욱 많은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총학생회에서는 축제 외의 거대한 행사를 여럿 구상하고 있다. 6월 23일 온게임넷 결승전을 계약해둔 상태이고, 6월 24일 한국vs스위스전 월드컵 행사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운동장에 유치할 계획인데, 현재 본부와 협상이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가을에는 취업박람회전야제를 구상중이라고 한다. 기업스폰을 받고 연예인을 섭외할 계획이어서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큰 행사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란우 씨는 “추석 및 시험기간으로 인해 전야제와 가을축제 시기가 가까워질 우려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 가을축제를 개성화시키는 방안도 고려중이다”고 밝혔다.황라열 씨는 “사람들이 서프라이즈 선본이 당선되었으니 축제가 변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며, “임팩트가 강한 컨셉있는 축제를 원한다”고 밝혔다. 황씨는 “가을축제 때에는 기획단계에 참여해 컨셉을 요구할 것”이며 “만일의 경우에는 축하사에 일임하지 않고 총학이 직접 할 것이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총학생회 측과 축하사 측의 축제상이 많이 달라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축제의 모습이 변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총학생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행사들도 이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축제의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