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
열린우리당과 학생회장은 닮은꼴?
거북이 신드롬

열린우리당과 학생회장은 닮은꼴?

황라열 씨는 선거 때부터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다.운동권에 대해서는 “자신의 머리 속에 그려진 사회비판을 학우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복지나 취업 문제를 중시했다.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원칙 하에, ‘아크로 집회 금지’, ‘일일 보고’ 등의 세부 공약을 내세운 점도 충분히 새로웠다.

황라열 씨는 선거 때부터 화려한 이력을 자랑했다. 운동권에 대해서는 “자신의 머리 속에 그려진 사회비판을 학우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며 복지나 취업 문제를 중시했다.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원칙 하에, ‘아크로 집회 금지’, ‘일일 보고’ 등의 세부 공약을 내세운 점도 충분히 새로웠다. 언론에서는 ‘군고구마·배추장수, 나이트클럽 DJ, 인디 밴드 가수, 3번의 대학 입학’ 같은 다양한 경험에 초점을 맞췄고, ‘공부에만 열중하는 모범학생으로 대표되는 서울대생의 이미지를 철저히 깨는 별종’이라 불렀다. 똑똑하고 엘리트적인 서울대생이 아닌, 산전수전 밑바닥까지 다 겪은 황씨는 기존 학생회장들과 분명히 달라보였다. 그는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예전과는 다른)혁명적’인 상을 만들어낸 것처럼 보였고, ‘(그의 정책이 옳은 방향이든 그른 방향이든)개혁적’인 이미지로 많은 기대 혹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허위 경력’과 ‘말 바꾸기’로 인해 이러한 이미지가 거품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스누라이프’에는 황씨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고, ‘기존 선거판을 흉내냈다’(「한겨레」5월30일자 사회면,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판’ 흉내냈나)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마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그를 무조건적으로 비난한다. 황씨에 대한 진실게임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가 가졌던 ‘신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는 반감됐다. 황씨는 또 다른 서울대 스타(?) 황우석 박사의 거짓말을 연상시킨다. ‘서울대 두 황씨’라는 말도 나돈다. 한편으로 황씨의 모습은 5·31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을 떠올리게 한다. 16개 광역단체 시·도지사 가운데 12곳을 한나라당이 석권, 열린우리당은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위기를 맞이한 열린우리당 의장은 사퇴했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왔지만, 지난 2002년 여당(당시 민주당)이 4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던 것과 현재는 다르다. 국민들은 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선거결과로 드러냈다. 집권 말기에 다다른 참여정부에 대해 철퇴를 가한 셈이다. 이는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집권한 여당과 정권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폭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권 초기 이들에게 가졌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른바 ‘박풍’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 측면도 있겠지만, 개혁 세력을 자처하던 이들의 무력함과 이에 대한 실망이 근본 원인일 것이다. 2004년 탄핵 ‘바람’으로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국민들에게 ‘무엇인가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줬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을 ‘민주개혁세력’으로 칭하며 지역주의 청산과 정치개혁 등 ‘개혁적’인 구호들을 전면에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그들이 만들어낸 ‘개혁적’인 이미지에 대한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초기에 추진하던 4대 개혁 법안 가운데 사학법만이 통과된 상태고, ‘한나라당과의 차이점이 뭐냐’고 반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새로움을 추구하겠다며 ‘개혁적’인 이미지를 들고 나왔던 열린우리당의 모습이 황씨와 닮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열린우리당은 자기 목소리만 높이고 이미지 만들기에만 급급하지는 않았는가. 기성 정치판을 따라가는 총학이나, 거품만 가득했던 열린우리당.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크다. 교내에서도, 외부에서도 정치권이 거품을 걷어내고 희망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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