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신드롬

이번 10월호 준비는 덩치 큰 두 씨름 선수가 양쪽에서 압박을 해 오는 바람에 더욱 바빴던 것 같다.앞에는 ‘개강’이라는 청 샅바, 뒤에는 ‘추석’이라는 홍 샅바의 두 선수였다.나는 그 중간에서 심판을 보고 있었는데, 이 두 선수들은 막 달려드는 것도 아니라, 서로서로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라, 바로 ‘심판’을 그윽히 바라보면서 천천히 죄어드는 것이 아닌가.

이번 10월호 준비는 덩치 큰 두 씨름 선수가 양쪽에서 압박을 해 오는 바람에 더욱 바빴던 것 같다. 앞에는 ‘개강’이라는 청 샅바, 뒤에는 ‘추석’이라는 홍 샅바의 두 선수였다. 나는 그 중간에서 심판을 보고 있었는데, 이 두 선수들은 막 달려드는 것도 아니라, 서로서로 상대방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라, 바로 ‘심판’을 그윽히 바라보면서 천천히 죄어드는 것이 아닌가. 그 둘을 살펴보면서 판정은 해야겠고 그들에 눌릴세라 피하기는 해야겠고, 10월호 준비하는 과정이 바로 그랬다. 한편, 아직도 ‘시간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호에는 ‘방학’이라는 가면을 쓴 시간과 ‘시간의 흐름’에 침묵하는 안타까운 학생사회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이번에는, ‘시간 지키기’와의 싸움을 말해야겠다. 총운위 회의와 전학대회가 이번에도 회의 예정시간을 두 세시간 넘겨 시작되는 모습을 보았다. 늘 그랬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라고 넘어가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전학대회 때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대의원들이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카운트다운을 하고, 이윽고 정족수가 채워진 다음 스스로 환호하는 모습에 눈물겨워 해야 하는 것일까. 느릿느릿하지만 절차를 다 지키며 나아가는 거북이 같은 모습이 대견스럽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이 ‘거북이 신드롬’은 너무 오래되었고, 그것은 미덕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예전에 ‘느림’이 화두가 되며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던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학생사회 여기저기에서 기생하고 있는 밉살스런 거북이 같은 놈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언제 ‘두더지 잡기’가 아니라 ‘거북이 잡기’를 아이템화시켜서 ‘시간지키기 캠페인’이라도 열어야겠단 생각까지 든다. 이 거북이는 학생사회의 루즈함을 대변하고, 끊임없는 악순환을 낳는 밉살스런 놈일 뿐이다. (가만있던 진짜 거북이가 기분 나빠할 지도 모르겠다.)물론, 시간 지키기는 ‘서울대저널’도, 나 개인의 입장에서도 항상 어려운 싸움이라는 것을 고백한다. 매월 초의 발행일을 지키는 것, 일상의 약속 시간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라는 것을 다시 머리 속에 꼭꼭 넣어둔다. 10월에 있을 축제도 날짜변경 없이 진행되어 예정된 즐거움을 만끽했으면 좋겠고, 중간고사 공부도 미리미리 해서 모두들 시험 잘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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