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무선랜’, ‘nespot’이라는 이름의 제비집들이 학내 곳곳에 둥지를 트고 있다. 2003년에 개소한 멀티미디어 강의동의 화상 세미나실에서는 국내외 쌍방향 화상 회의가 가능하다. 지난 99년 설치된 학술정보원은 2003년 6월 ’정보화본부‘로 이름을 바꾸고 학내 IT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화가 감지되는가? 본부에서 꼼지락 꼼지락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점검해봐야 한다. 현재 서울대의 정보화는 어디까지 왔으며, 어디까지 갈 계획인가를. 서울대 정보화, 어디까지 왔나 현재 학내 정보화 사업과 관련된 기관은 크게 정보화 본부, 중앙전산원(이하 중전), 중앙도서관(이하 중도), 교수학습개발센터(center for teaching & learning 이하 CTL) 등을 들 수 있다. 99년 학술정보원이 중전과 중도, CTL을 통합하여 출범했으나 2년 후 중도와 CTL이 독립하면서 정보화본부 산하에 중전만 포함돼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기관들의 노력 하에 현재 모든 단과대학들이 유선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실을 보유하고 있는 등 전산망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거두었다. 또 최근 정보화본부에서는 KT와 ‘산학협력’의 형태로 학내 무선랜 사업을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이는 연세대, 숙명여대를 포함한 몇 대학에서 이미 진행 중인 ‘유비쿼터스 캠퍼스’구축의 일환으로 학내 정보화 현황에 획기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photo1강의의 멀티미디어 방식의 접목을 위한 시설들 또한 여러 면에서 구축되었다. 작년에 개소한 멀티미디어 강의동(83동, 43-1동)에는 현재 PC, 실물화상기, 비디오, 프로젝터, 추적식 카메라, 유무선 마이크 등 다양한 강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시설들이 설치돼 있다. 83동 운영팀의 이승호씨는 “화상 세미나실 경우 외부와 연결해 원격수업을 할 수 있어, 나중에 외국 대학들과 화상수업을 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아직 교수들 사이에 의견 차이가 존재하지만, 교수의 인증을 통해 강의실 아닌 곳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원격수업’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었다. 또 김형주 교수(공대 컴퓨터공학부) 책임하에 진행된 ‘정보화 시대의 강의실 구축과 활용에 대한 연구’는 스튜디오 강의실, 멀티미디어 제작실, 인터넷 방송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승호씨는 “스튜디오 강의실에서 수업을 녹화해 web에 올리는 것이나 live web강의의 제공 등은 테스트 중 또는 테스트 완료의 상태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이처럼 지난 몇 년간 BK사업 투자 등을 통해 학내 IT인프라는 많은 부분 발전하였다. 하지만 본부가 말하는 ‘정보화 시대에 맞는 캠퍼스’의 수준에 이르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멀티미디어 동의 경우 강의 녹화시 화질이 떨어져 수업자료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있고, 인터넷 방송의 경우 서버가 뒷받침해줄 수 있는지 등 여러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원격수업에 대해서는 교수와 학생들의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문제는 이번에 KT와의 협력했던 이유 등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정보화 사업 추진에서의 ‘예산 문제’이다. 정보화본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방송국 계획의 경우 예산문제 때문에 직접적 실행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또, 30만평이 넘는 관악 캠퍼스의 큰 규모도 기기설치 등의 기반을 필요로 하는 정보화 사업 추진에 난점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보화본부 기획팀장 이선희씨는 “숭실대, 중앙대의 경우 100여개의 AP(Access Point)로 학교 전체가 포함되는데, 관악 캠퍼스의 경우 현재 KT가 설치한 1700여개의 AP로도 다 커버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깐, 시설에 대한 사용 현황은? 여기서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정보화 사업 현황들에 대한 구성원들의 관심과 활용현황이다. 아무리 시설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어도 이용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정보화본부가 야심차게 계획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캠퍼스의 일환인 무선인터넷 사업을 짚어보자. 2000년도에 이미 본부에서는 학내에 무선랜 설치를 시도했다. 각 단과대에 수요 조사를 실시하여 관악 캠퍼스 인문대 2동 205호 등 관악, 수원, 연건의 34개 강의실 및 본부 앞 잔디밭, 아크로폴리스, 버스정류장, 중도 및 학생회관 주변 등에 학교 예산으로 AP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런 시설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중전 캠퍼스망 팀의 하용선씨는 “호응이 좋으면 2차 준비를 하려 했으나, 이용률이 매우 미비했다”고 말했다. 이는 학교에서 추진한 무선랜 설치 지역이 지엽적이었고, 학생들 사이에 노트북 및 PDA 등 이용기기 보급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 시설 및 기기보급 문제에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은 무리이다. 노트북, 무선랜카드 등 장비 대여 서비스를 담당하는 중전의 상담팀 관계자는 “학교에서 무선랜을 설치한 후에도 무선랜카드 등의 장비 대여율은 저조했으며, 현재 대여중인 300여대의 기기 중에도 연장사용이 차지하는 비율이 많다”고 말했다. 아직 학생들은 무선랜 설치 여부에 대해 잘 모르고, 안다 해도 구입?대여 등 기기 마련을 통해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보다 유선시설을 사용하는게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중전 캠퍼스망 팀의 강은미씨는 “무선인터넷에 대해 기기보급률도 문제지만, 현재의 홍보 상태와 무선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부족도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왜 ‘멀티미디어’ 강의동이지? 수업에서는 어떠한가? 정보화 사업 이후 대부분의 강의실에 프레젠테이션용 스크린이 설치되는 등 수업의 다양화를 위한 시도들이 많은 부분 정착되었다. 하지만 더 다채로운 수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기들이 구비돼 있어도 ‘사용의 번거로움’ 등의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수업들도 적지 않다. 이는 물론 교수의 개인적 수업 방식에 의거하여 이해될 수 있지만, 멀티미디어동 등 수업의 멀티화를 위해 구축된 시설의 이용에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83동에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 ㅂ씨(언론정보학과)의 경우 “한 학기 내내 수업에 사용된 시설은 마이크밖에 없었다”며 “왜 이 수업을 ‘멀티미디어 강의동’에서 하는지 잘 이해가 안갔다”고 말했다. 멀티미디어 동의 수업 배분 및 이용에 있어 시설 사용의 최대화를 위한 융통성이 잘 발휘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 멀티미디어동 시설 이용에 대해 박진홍씨(정치학과 03)는 “이른바 ‘멀티동’ 이라 불리는 83동에서 수업 중에 사용한 기능은 일반 강의동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며 “사실 멀티동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지금 수업에서 ‘멀티미디어적’ 시설이 충분히 사용되는지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시설이 잘 구비되었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설치된 시설에 대해 교수, 학생 등 이용자를 위한 충분한 홍보와 설명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점검 또한 중요하다. 또 좀 더 다양하고 효과적인 수업을 위해 필수적인 수업 방식의 크고 작은 ‘변화의 시도’가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대한 평가도 빼먹지 말아야 한다. 캠퍼스 정보화 구축, 이제 시작 photo2서울대 캠퍼스의 정보화 구축, 현재 상황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이것이 ‘자하연 벤치에서 PDA를 들고 학사 정보를 확인하고’, ‘멀티동 화상 세미나실에서 외국 대학생들과 원격 토론을 하는’ 모습의 청사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사업을 추진하는 정보화본부 등의 기관과 결과물을 이용하게 될 교수, 학생 등의 이용자 간에 끊임없는 피드백이다. 본부 입장에선 애쓰게 예산 들여 꾸려놨는데, 홍보와 설명 부족으로 이용현황이 미비하다면 얼마나 맥빠지겠는가. 또 교수입장에선 좀 더 다양한 자료들로 학생들에게 표현할 수 있는데, 관심부족으로 시설 한번 이용 안해봤다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편리한 학내 생활과 다양한 수업 방식을 겪을 수 있는 기회를 ‘잘 모르고 귀찮아서’ 포기한 학생이 있다면 얼마나 아쉬운 일인가. 이 모든 당사자들을 다 만족시키기 위해선 관심과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중전 교육연구지원부장인 신석민 교수(자연대 화학부)는 “대학이라는 공간은 사회 내에서 정보화 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학내 정보화는 큰 의의를 갖는다”며 “이런 점에서 학생들도 단순히 제공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학내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 컨텐츠를 요구하는 등, 미래로 나가는 새로운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내 ‘정보화 환경의 변화’와 ‘캠퍼스 생활, 문화의 변화’ 사이에는 -, +, x 등 다양한 부호가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 바로 연필은 우리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예일대 다니는 존스와 화상세미나를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눈에 불을 켜고, 연필을 꽉 쥐고 +, x, 제곱, 아니 더 나아가 ‘∞’기호를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