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3년 국사책의 뒷이야기는?

15세에 즉위한 고려 17대 왕 인종은 민심을 휘어잡지 못하고 불안한 정세를 이어갔다.이때 ‘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를 내걸고 정세를 뒤집으려 했던 자가 있었으니 바로 국사책에서 죽으라고 외웠던 ‘묘청’이다.그는 신채호선생이 조선 역사상 1천년래 제 1대 사건으로 꼽은 ‘서경 천도 운동’의 주도자로 자주 정신에 입각해 민족의 기상을 펼친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15세에 즉위한 고려 17대 왕 인종은 민심을 휘어잡지 못하고 불안한 정세를 이어갔다. 이때 ‘수도 이전’이라는 카드를 내걸고 정세를 뒤집으려 했던 자가 있었으니 바로 국사책에서 죽으라고 외웠던 ‘묘청’이다. 그는 신채호선생이 조선 역사상 1천년래 제 1대 사건으로 꼽은 ‘서경 천도 운동’의 주도자로 자주 정신에 입각해 민족의 기상을 펼친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국사교과서만 본 사람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서경 천도 운동은 ‘단순한’ 민족 사랑의 표출이 아니었다. 이는 당시 보수적인 개경세력을 뒤엎고 정치적 주도권을 잡으려는 세력의 정략적 행동이었다. 묘청은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자 결국 반란을 일으켰으며, 이는 김부식이 지휘하는 진압군에 의해 저지당한다. 그 뒤 이어지는 김부식 활약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것이다. 오랜만에 국사 교과서를 펼쳐들고 보니, 매일 신문에서 보게 되는 한 이슈가 떠오른다(읽는 사람 갑갑하게 하는 국사책과 다르게 신문은 다른 의견, 이해관계를 좀 대놓고 얘기해준다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신행정수도 이전. 물론 모든 부문의 지배세력 변화를 꾀하는 왕조시대의 ‘천도’와 오늘날의 ‘행정수도 건설’의 의미는 명목상으로 같지 않다. 또 당시 얘기됐던 도참사상과 북진정책과 달리 오늘날은 나름의 과학적 분석에 입각한 국토균형발전 논의가 오간다는 점도 다르다. 하지만 어째 비슷한 내용을 읽고 있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오늘날 신행정수도 이전 논의에도 풍수지리적 입장을 내놓는 일부 목소리가 있어, 예전와 지금을 구분짓는게 헷갈려서일까? 아니면 살짝, 때론 대놓고 드러나는 정치권 세력의 이해관계가 고려시대의 그것과 닮아서일까? 이유가 어쨌건 간에 왠지 찝찝하게 둘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가 꼭 ‘생각해주고’ 넘어가야 할 사람들이 있다. 이자겸 등 윗분들의 횡포와 금인지 뭐시긴지 엄청 쎈 이웃나라의 위협으로 불안해하고 있던 찰라에 잘은 모르지만 수도를 옮기면 잘 살 수 있다는 승려의 말을 듣고 내심 기뻐했던 만복이, 서경으로 천도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짐 싸고 무턱대고 올라왔다가 1135년 정월 난을 일으킨 묘청에 의해 서경에 발목잡힌 남원 살던 개똥이가 바로 그들 중 하나이다. 이에 서경에서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자기 동네를 두고 반란이니 진압이니 난리를 치며 싸움을 벌이는 묘청과 김부식 등 윗분들 덕분에 삶의 터전이 엉망이 된 망식이를 빼놓을 수 없으니, 역사책 뒤의 그 사람들을 다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더군다나 오늘날에는 신행정수도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고려때보다 훨씬 복잡한 ‘관계’하에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덕분에 대입 면접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만 골머리를 앓게 생겼으니 예전보다 생각해줘야 할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난건 확실한 듯하다. 건설교통부가 9월 16일 발표한 상반기 토지투기 혐의자 명단에는 충남 홍성군 8천여평을 매입한 경기도에 사는 ‘15살’ I군도 포함돼 있다. 충남에서 한두시간 거리에 있는, 가뜩이나 인구 감소로 발구르던 전주만 가봐도 ‘뭐 좀 나아질랑가?’ 한다. 주변 지역 사람들도 이런데, 충남 연기군 금남면 신촌리에 살던 주민은 어떻겠는가. 개똥이, 망식이가 잔잔한 호수위에 바윗돌을 맞았던 야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선 ‘묘청의 정략적 눈’보다는 ‘망식이의 삶에 대한 눈’과 마주봐야하지 않을까.2873년에 발간될 대한민국 국사책 ‘2000년대 초반편’에 또 어떤 ‘분’들의 이름이 오르내릴진 몰라도 역사책 뒷 이야기만큼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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