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서비스가 나아지지 않는 까닭은?

캡션1)한남 운수는 관악구 신림동에 본사를 두고 신정동과 시흥동에 지사를 둔, 종업원 700여명의 거대 버스 회사다.55-2번, 52번, 52-1번, 550번, 129번, 129-1번, 801번, 413번, 413-1번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정만승 노조 대의원에 대한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하라.지난 3월 13일 오후 한 시, 신림동 ‘그날이 오면’ 서점 옆에 위치한 한남여객운수(주)(이하 한남 운수)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캡션1)한남 운수는 관악구 신림동에 본사를 두고 신정동과 시흥동에 지사를 둔, 종업원 700여명의 거대 버스 회사다. 55-2번, 52번, 52-1번, 550번, 129번, 129-1번, 801번, 413번, 413-1번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정만승 노조 대의원에 대한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하라! 지난 3월 13일 오후 한 시, 신림동 ‘그날이 오면’ 서점 옆에 위치한 한남여객운수(주)(이하 한남 운수) 앞에서 집회가 열렸다. 민주노총 남부지구협의회 등 다양한 단위가 참여한 이 집회는, 지난 해 12월 23일부로 해고된 정만승 씨(52)의 해고 투쟁을 위해 열린 것이다. 참여자들은 정만승 씨의 해고 사유가 부당하다며, 정만승 씨를 원직 복직시키고 민주 노조를 건설할 것을 요구했다. . 민주 노조 만들기 위해 노력 정만승 씨가 한남운수 시흥 지사에 근무하고 있던 당시, 한남운수의 노동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태였다. 이에 불만을 품은 정만승 씨는, 회사 측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불이익을 개선하는 데 힘쓰지 않고 사측과 결탁한 노조 또한 비판했다. 시내버스 회사들의 노동조합은, 대부분이 회사와 결탁한 어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노총 자동차 노동조합 연맹 소속이다. 한남 운수의 노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만승 씨는,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주노조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그는, 부당하게 종업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 회사를 법원에 고소했다. 다른 곳에 투자를 할 정도로 재정상태가 좋으면서도 회사 쪽에서는 기사들의 임금과 상여금, 연월차 수당 등을 체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회사 측에서는 밀린 연?월차 수당을 정만승 씨에게만 먼저 지급하는 등 회유책을 썼다. 하지만 그는 먼저 지급받은 돈을 다시 회사 측에 돌려주었다. 얼마 뒤, 그는 유언비어 유포 및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당했다. 산업 재해(이하 산재)를 당한 동료에 대해 했던 말이 회사 측에 의해 왜곡되어 전달된 것이 그 원인이었다.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정만승 씨는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1심 당시 정만승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조합원이 2심에서, “조합 간부가 적어주는 데로 베껴쓰고, 하라고 시키는 말을 그대로 했다”며 1심 당시의 증언이 위증이었음을 고백했기 때문이다. “사측에서 나를 고소했던 것은 내가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회사규칙에 따라 나를 해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며, 정만승 씨는 당시의 고소 사건을 회사 측의 탄압으로 받아들였다. 사측의 탄압으로 우울증까지… 회사와의 싸움이 오가는 동안 동료들로부터 지지를 얻는데 성공한 정만승 씨는 지지자들을 모아 ‘한남민주회동호회’(이하 한민동)를 결성했다. 대의원 선거 때, 한민동 회원들은 35:8의 비율로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이를 자신에 대한 위협으로 판단한 회사는 비리문제로 쫓겨난 전 지부장의 지지자들과 일부 조합원들을 사주하여, 나를 탄압했다”고 그는 말했다. 손가락이 하나 없는 정만승 씨의 신체적 약점을 비하하는 욕설과 왕따, 앞뒤 근거리 배차 등의 횡포가 자행되었으며, 이같은 일들이 근1여년 동안 이어졌다. 그 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는 병원에서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산재 판정을 받았다. 산재 기간동안,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던 정만승 씨는 때마침 돌아온 4?13 지방 선거에 입후보했다. 회사 측에서는 이 같은 행적에 대해 그가,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산재 핑계를 댔다”며 산재 기간동안의 결근을 장기 결근으로 처리하였다. 결국 이를 빌미로 한남운수 측은 2002년 12월 23일자로 정만승 씨를 해고했다. 한남운수,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경영이 불투명하다. 정만승 씨가 근무하던 당시 한남운수는 포천 실버레저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광명의 종합버스터미널입찰에 40억을 투자하는 등 재정 상태가 매우 좋은 편이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303번 등의 노선을 운행하는 상마운수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업원들에 대한 임금지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남운수에 근무하는 한 노동자는, “대부분 기사들은 연차 휴가를 받는 대신 연차 수당을 받는데, 이 돈도 벌써 6개월치나 밀려 있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버스 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까지 투자를 하는 등 회사 측의 과도한 욕심이 문제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정만승 씨는, 1996년도에 한남운수 현재 회장인 김태진 씨가 서울 버스 사업자들의 200억대 토큰 부정 거래에 연루되었던 전력을 거론하면서 “한남운수 회장은 그 뒤로도 기사들의 임금은 체불하면서 다른 사업에 투자해왔다”고 비난했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한남운수가 근로기준법과 노사 간의 단체협약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상으로 규정된 연?월차 등의 유급휴가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한남운수에 근무하는 또 다른 노동자는, “3일이 넘어가는 연?월차 유급휴가의 경우 받기 힘든 게 사실이다”며, “대부분은 연차를 수당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또, 단체 협약으로는 30분 이상으로 규정된 식사 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버스는, 운수사업의 특성상 근무 시간이 늘었다 줄었다 할 수밖에 없다. 식사 시간도 그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 한남운수의 한 노동자는, “차가 밀려서 배차 간격이 벌어질 때는, 식사를 거를 때도 많다”고 말했다. “식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뜨거운 국이나 생선은 반찬으로 나오지 않는다. 먹는 데 시간이 덜 걸리는 비빔밥 형태가 대부분이다”라는 게 정만승 씨의 부연설명이다. 노선 운행을 끝낸 뒤 10분 정도의 휴식시간을 갖는 관행도 한남운수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노동자는 “최근에는 기름값이 올라서 도로에 자동차가 많이 준 덕분에 차가 안 밀려서, 배차간격이 겨우 여유가 생겼다. 요즘에야 제대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유급휴가나 식사시간, 휴식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한 노선에 운행하는 버스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그 예로, 한남운수에서 운행 시간이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정도 걸리는 550번의 경우, 휴식시간과 점심시간이 제대로 지켜진다는 전제 하에 배차 시간 5분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 35대의 버스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운행되는 대수는, 정만승 씨에 따르면 29대에 불과하다. 부족한 버스 대수만큼 버스 노동자들이 식사 시간과 휴식 시간을 포기한 채 버스를 운행해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자란 버스 대수 때문에 550번의 배차시간은 상황에 따라 불안정하게 변할 수 밖에 없다. “심할 때는 배차 시간이 한 시간에 이르기도 한다”는 게 한 노동자의 증언이다. 캡션2)(이 부분은 따로 빼서 중간에 넣음–;;) 버스 회사별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글 정말 너무 심해요. 저는 550번을 이용하고 금천구쪽에 사는 한 시민입니다. 제가 신대방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버스가 너무 안와요. ? ? ? ? 거의 40분정도 기다렸다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얼마나 안왔는지 사람도 많이 있었습니다.(ID:gmltjs) 또 다른 문제는, 조합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힘써야 할 노조가 활동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작은 사업장이라면 몰라도 종업원이 700여명이나 되는 사업장에서 조합 대의원들이 모든 의견을 다 수렴하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고 밝힌 한남운수의 한 노동자는, “노조의 모든 활동에 대해 만족하기는 어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정만승 씨는 단순히 노조가 조합원들을 위해 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측과 결탁하여 단체 협약을 개악하고, 노조를 민주화 하려는 조합원을 탄압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회사의 사주를 받은 조합장과 노조 간부는 내가 해고 투쟁을 위해 벌이는 집회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해고?징계의 부당함에 항의하던 조합원 박윤석을 폭행하기도 했다”고 밝힌 그는, “어용노조 간부들은 사측과 결탁하여 해마다 조합원 복지와 관련된 단체 협약 조항을 개악하는 중간착취자”라고 비난했다. 열악한 노동 조건, 소비자도 피해 이렇듯 열악한 노동조건은, 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대한 불친절한 서비스로 이어진다. “버스를 타면서, 왜 이놈의 버스는 맨날 이 모양이냐며 투덜대는 손님을 볼 때마다 속에서 이만한 게 치밀어 오른다. 우리도 배차시간 지키려고 서두르다보면 운전도 거칠어지고 신호위반도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한 노동자는 푸념처럼 말했다. “화장실 갈 휴식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하고, 밥을 입에 넣은 채 또다시 차를 몰아야 하는 버스 기사들에게 친절까지 하라는 건 너무 무리한 요구”라고 정만승 씨 또한 덧붙였다. 무리한 배차시간은 역시 소비자에게는 또 다른 불편함으로 이어진다. “배차시간이 불안정하면, 약속 시간에 늦을까봐 쉽사리 버스를 타지 못하게 된다. 또, 시간이 갈수록 기다리는 사람이 늘어나 항상 만원버스를 타게 되는 불편함이 있다”고 한 학우는 말했다. 열악한 버스 업계의 노동조건 한남운수와 같이 신림동에 위치한 관악교통만 해도 사정이 훨씬 나은 편이다. 관악교통의 한 노동자는,“도로 사정에 따라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이 유동적인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체로 시간은 충분한 편”이라며 “한번 노선을 돌고 들어오면 10분에서 15분 정도는 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관악교통에서 임금이 체불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밝힌 그는, “이웃 한남이 열악한 것은 노조가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남운수보다 사정이 더 낫다고 해서 다른 버스회사들의 노동조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 “장시간 노동, 열악한 임금 등 버스업계가 다른 산업 부문에 비해 노동조건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한남운수의 한 노동자는, “버스회사라는 곳 자체가 사람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들어왔다가 빨리 빨리 나가는 곳이다 보니 노조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고, 활동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된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정만승 씨는 다른 관점에서 원인을 제시했다. “호황기 때는 버스 기사들의 임금 수준도 좋은 편이었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금처럼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기 전에는 버스 기사 개인적으로 이익을 취할 방법도 있었다. 즉, 버스기사들이 손으로 현금을 받아 이중 일부를 챙기는 방식으로 부족한 임금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카메라가 설치되면서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그는, “결국 버스기사들 스스로가 자신의 복지 개선에 큰 힘을 쏟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해고 투쟁, 그러나… 그렇지만 이같이 열악한 버스 노동현장의 현실을 단순히 기사들의 노력부족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버스는 다른 업종과는 달리 대중교통 수단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외국의 경우 버스회사를 국영, 혹은 반공영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시민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동자의 복지 또한 국가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시내 버스 회사를 운영하는 주체는 영리추구가 목적이 될 수밖에 없는 자본가다. 게다가, 조합원들의 복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한 어용노조의 존재는 버스 노동현장을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산업재해를 방지하고, 시민들에게는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상황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정만승 씨의 해고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해결의 기미는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한남운수 해고자 원직 복직 투쟁 위원회’(이하 해복투) 는 집회 이외에도 두 차례에 걸쳐 한남운수를 항의 방문하였으나, 실제적 인사권을 가진 김태진 회장은 만나지 못한 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복직을 둘러싼 정만승 씨의 투쟁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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