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새로운 키워드, 리버럴(liberal)

‘Liberal Wins South Korea’s Presidential Election’ (뉴욕타임즈 2002년 12월 19일자) ‘Liberal celebrates Korean victory’ (BBC 2002년 12월 19일자) ‘Liberal seen as next president of South Korea’ (SIndia 2002년 12월 20일…

‘Liberal Wins South Korea’s Presidential Election’ (뉴욕타임즈 2002년 12월 19일자) ‘Liberal celebrates Korean victory’ (BBC 2002년 12월 19일자) ‘Liberal seen as next president of South Korea’ (SIndia 2002년 12월 20일자) 위의 어구는 제 16대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타전했던 해외언론들의 기사 제목이다. 미국언론에서 맨 밑에 인도언론에 이르기까지, ‘Korea, president, Roh’ 외에 ‘liberal’이라는 용어가 반복되고 있다. 해외언론은 한국의 차기 정권의 성격 및 당선자의 정치적 성향을 리버럴, 즉 자유주의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Liberal, 성격은 이렇다. 리버럴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정의로 사용되고 있다. 소설가 복거일의 자유지상주의부터 국제정치학의 리버럴까지, 넓은 의미를 포괄하기 때문에 쉽게 혼동을 야기하는 용어 중에 하나다. 이 중 전 개혁당 당수로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당선자를 지원했으며, 각 종 저술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고 밝힌 유시민은 원론적인 측면에서 자유주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리버럴은 국가 또는 사회의 선택보다 개인의 선택을 우선 존중한다.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한 국가나 사회가 그 개인의 선택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를 기본질서로, 복수정당제를 기초로 한 대의민주주의를 정치적 원리로 인정하는 것은 이것이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리버럴은 이러한 원리를 구현하기 위해 이를 침해하는 제도, 관습, 이데올로기와 싸운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키느냐는 구체적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즉 리버럴은 ‘개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부당한 권위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바꿀 것과 바꾸지 않을 것을 사안별로 접근하는 태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실질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좌표 상 리버럴은 어디에 위치하는 것인가? 이는 곧 시장경제에 대한 관점과도 연관되어 있다. ‘리버럴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가 정착된 곳에서는 보수적이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진보적이다. 지켜야 하는 것보다 고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버럴은 자유지상주의와는 다르다. 자유방임이 언제 어디서나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지 않으며 시장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모든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국가가 불가피하게 선택을 규제하고 개입하는 경우에도 그 수단이 최대한 시장친화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리버럴은 시장질서 자체는 인정한다. 다만 시장이 야기하는 문제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보완 개선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사회민주주의, 혹은 독일의 질서자유주의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노무현, 진보 리버럴 노무현 정부의 기본철학이 위와 같다면, 그것은 현실정치에서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 유시민은 과감히 “노무현 개인 및 차기 정부는 진보 리버럴이다.”라고 말한다. “진보 리버럴과 보수 리버럴은 한국사회의 현재 상황을 다르게 평가한다. 한국 사회가 이미 완성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믿으면 보수 리버럴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진보 리버럴이다.”며, “사회적인 영역에서도 보수 리버럴은 자유와 안정에, 진보 리버럴은 평등, 정의, 환경보호 등에 무게를 둡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실제로 차기정부의 구체적인 정책과 연관을 가지는 인수위의 성향과 그 동안의 발표를 보면, 진보 리버럴으로서의 차기정부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인수위 경제 1분과에서는 재벌 개혁 위주로, 시장의 투명성과 경쟁의 공정성을 높이고 경제권력의 집중을 완화하는 ‘자유주의적 개혁’을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 경제2분과와 사회문화분야에서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 시정, 부당노동행위 시정, 양성평등의 진전, 주5일 근무제, 사회보험의 확대강화 등 사회정의와 평등이라는 가치의 실현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개인 자체가 그 어느 대통령보다도 노동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2분과의 정책이 구체화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국판 제3의 길? 질서자유주의? 『중앙일보(2003년 2월 8일)』는 ‘盧 새 국정이념 만든다’에서 황태연(동국대교수), 강만길(상지대 총장). 한상진(서울대 교수) 등을 중심으로 국정 이념 팀이 가동 중인 것으로 보도했다. 또한 기사는 이들 포괄적인 ‘질서자유주의’론자들과 당선자 사이 이념적으로 합치되는 부분이 많다라고 전한다. 질서자유주의란 시장경제질서 유지에 관한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한 독일의 정치. 경제 사상이다. 시장 경제질서 확립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신(新)자유주의 이론과 대립된다. 독일에서 경제사상사를 공부한 유시민 역시도 “노무현 가 질서자유주의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며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은 투명성과 공정한 경쟁을 중시하는 미국식 규범과 국가의 사회정책과 정책수단의 시장친화성을 강조하는 독일 사회적 시장경제, 그리고 경제체제와 정책의 국제적 상호연관성을 무겁게 고려하는 제3의 길 등 세 요소를 모두 포함하게 될 것으로 본다.”라고 정리했다. 즉 취임을 전후한 시점에서 보여진 여러 모습을 볼 때, 노무현 정부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둘 모두 아직은 안착하지 못한 한국적 상황에서 진보 리버벌이 추구하는 가치와 그 가치를 달성하는 데 사용할 정책수단을 전형적으로 보여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정계개편은 시작되었다. 이러한 강한 정권의 정체성은 정치권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시민씨는 대선 과정에 있었던 민주당 당내 갈등을 보수자유주의와 진보자유주의의 대립 측면에서 분석하기도 한다. 노무현 당선자가 민주당 내 소수 그룹에 속하는 진보자유주의 성향을 띠고 있기에 민주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라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내에서도 노무현 후보에 대해 ‘급진적이다. 위험하다. 사회주의적이다’라는 발언이 붉어졌던 것도 위와 맥락을 함께 한다고 할 수 있다. 변화는 2003년 진보리버럴의 성격을 띤 정치 결사체가 형성되고 원내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문제 주인공은 개혁적국민정당이며, 그 한가운데는 2003년 4월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유시민이 서 있다. 그는 “노무현 당선자와 이념적, 정책적 일치 영역이 비교적 크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거침없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또한 당선이후 노무현 후보가 바로 개혁당 당사를 찾았으며, “개혁당은 (노무현과)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가 실패하고, 동교동계 등에 의해 후보 자격이 박탈되었을 경우에 대비하여 결성되었다. 개혁당 후보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라는 유시민의 발언 등을 미루어볼 때 향후 정국 변화에서의 개혁당의 역할을 감지할 수 있다. 마치 이것을 암시하듯 유시민도 “인위적 정계개편은 필연적이며, 2004년 총선 이전에 영호남으로 갈라진 한나라-민주 양당의 극한 대립을 필연적으로 만들어낸 낡은 정치지형이 눈앞에서 뒤엎어지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이라 말했다. 2003년 4월, 개혁당의 원내 진출 여부는 정치계에 ‘(진보)liberal’이라는 변화의 씨앗의 성장 여부를 가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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