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학생회 선거다.
선거판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잡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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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판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잡변

0.들어가며 올해도 가을은 오고 총학생회 선거는 돌아왔다.그러나 스산하기만한 가을 날씨와 더불어 다시 한번 선거를 맞는 필자의 가슴 역시 스산하기만 하다.

0. 들어가며

올해도 가을은 오고 총학생회 선거는 돌아왔다. 그러나 스산하기만한 가을 날씨와 더불어 다시 한번 선거를 맞는 필자의 가슴 역시 스산하기만 하다. 전에 선거를 치룬 적이 있는 선배라면 “아, 드디어 관악에 다시 한번 직접 민주주의의 축제가 꽃피겠구나!”라는 경탄을 내뱉고, 선거를 처음 맞은 새내기라면 “이제 나도 우리 대표 조직을 만들어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겠구나!”라는 두근거림을 가지는 그런 선거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건만, 지금의 관악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작금의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투표율 과반수 넘기는데 급급하여 연장 투표하는 걸 하나의 관행으로 삼는, 그런 것이 되어버렸다. 물론 쉽게 “학우들의 관심이 없기 때문 아닌가?”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얘기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당신들, 선거에 관심 좀 가져보지 그래?”라고 해서 누구 하나 눈 하나 깜박일까? 잠들어 있는 1만의 학우를 깨우겠다던 메시아 ‘비운동권’은 실패했고, 그렇다고 그들의 반대편에 있다는 소위 ‘운동권’이 학우들을 발딱 일으켜 세울 뭔가를 제공해줄 것 같진 않다. 결국 지금 할 수 있는 건 최소한 합리적인 얘기가 이루어질 수 있는 판을 구성하는 것이다.그리고 필자가 제시하는 합리적인 선거판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각 선본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이 효과적으로 전달되어 학우들이 “이 선본은 이런 학생회를 만들 것이구나”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을 것 2. 이를 바탕으로 각 선본 간의 차이를 비교하고 자기가 원하는 학생회를 만들만한 선본을 선택 할 수 있을 것 3.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어내는 효율적인 과정일 것. 그리고 현재의 문제점은 1. 각 선본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미래’에만 한정되어 그 선본의 ‘과거’와 ‘현실’에 대해 알고 그 선본이 어떤 총학생회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수 있을 지 알기 힘들다 2. 그나마의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 역시 비효율적이다 3. 선본 밖에서 인도를 해주어야 할 언론, 자치단위의 역할이 미흡하다. 는 것이다. (선관위의 문제도 중요하다고 보지만 이미 대학신문 등에서 이에 대한 충실한 얘기를 했으므로 생략하려 한다.) 물론 더 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이 세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논의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불충분하게 나마 모색해보려 한다. 1. 이 선본,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닐텐데… 어떤 선본이 앞으로 어떤 학생회를 만들어나갈 것인 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참조할 수 있는 정보는 그 선본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전에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무엇을 해왔는 지이다. 설령 완전히 생각이 바뀌어서 이제는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생각을 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예전의 문제 의식과 행동들과 연관을 지어 어떻게 달라졌는 지를 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는 후보의 약력은 매우 간략하게 제시되며 ‘XX학생회장’ 혹은 ‘XX위원장’ 같은 직함을 달고 있을 때 과연 무엇을 해왔는 지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정책 역시 작년에 자신들이 만들었던 선본이 냈던 공약과 올해 내는 공약이 어떠한 맥락에서 연결되어 있는 지, 그리고 그동안 지난번에 얘기했던 것들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 지에 대한 언급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도대체 이 선본이 앞으로 만들어가려 하는 학생회가 다른 선본이 만들어나갈 학생회하고 무엇이 다른 지 알기란 힘들다. 명확한 ‘과거’와 ‘현실’에 대한 제시를 통해 ‘미래’의 모습을 그려나갈 수 있게끔 해야 한다. 2. 범람하는 유인물 속에서 길을 잃다 물론 위와 같은 것은 부수적인 것일 수 있다. 그 선본이 얘기하는 정책이 충분히 전달만 된다면, 애매하게나마 선본의 정체에 대해 판단은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몇 번의 선전물이 몇천 부 씩 뿌려지고 몇 부의 자보가 전 관악에 부착되지만, 그것들을 꾸준히 모아서 꼼꼼이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 선본의 정책을 관통하는 무엇을 찾기 힘들다. 게다가 학생정치조직들의 경우는 너무 ‘자기 언어’만 쓴다. 쏟아지는 유인물 속에서 길을 찾기가 힘든 지금 상황 속에서 선거가 재밌을 리가 없다. 보다 맥락있는 선전이 필요하다. 일단 전통적인 매체에 국한해서는, 자보를 좀 더 적게 붙이더라도 각 선본간의 비교가 가능하게 일제히 같이 붙여놓는 게 좋다. 그리고 이전 자보에 어떤 얘기를 했었는 지도 언급해주는 것이 좋다. 물론, 사용하는 언어의 문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역시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할 것은 인터넷 등의 새로운 매체이다. 지금과 같이 각 선본의 인터넷 홈페이지들을 각개로 흩어놓을 것이 아니라, 한 데 집중력 있게 뭉쳐서 바로 비교가 가능하게끔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작년 선거 때 사범대 유권자 운동본부 ‘WOW’에서 시도했던 정책비교표처럼 말이다. 각 선본 정책의 대차대조표면 더 좋고. 3. 대학언론과 자치단위는 무엇을 하고 있는거야? 현재의 선거 판에서 가장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대학 언론과 자치 단위이다. 대학 언론은 공론장을 가지고 있고 자치 단위는 각 선본들을 평가할만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현재 대학 언론들의 역할도 미미한 상황이다. 기껏 선거 결과를 보도하고 정책들을 쭉 나열하는, 흔히 이 바닥 용어로 ‘경마장 중계’라 일컫는 일만 하고 있달 뿐일까. 학우들의 관심이 없을수록, 학우들이 쉽게 선거판을 파악하고 무엇이 선본들간의 차이인지, 무엇이 선거의 논점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해야하는 것이 언론인데도 불구하고, 여지껏 자치 언론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자치단위들-생태운동 단위, 여성운동 단위, 문화 운동 단위 등등-도 여태껏 자신들의 주제를 차용당해 왔다. 작년에 모 선본이 생협과 어떠한 논의를 하지 않은 채 생협 관련 정책을 내놓았다가 물의를 일으킨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런 것이 선거 때만 이루어지고 막상 학생회를 꾸리면 그 부문에서 별 의지를 못 보인다는 것이 더 문제이다. 자치단위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여성 단위들에서 여성 관련 정책들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공격적이 되어서 대학 언론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전문 부문에서 선거의 쟁점이 되는 부분을 명확히 짚어내는 한편 나름의 선거 실천단을 구성하여 선거에 개입하는 것도 좋은 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 선거를 정말로 바꾸기 위해서 선거와 관련해서 대안적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학신문에서 현재 2회까지 게재한 ‘학생회 선거’를 바꾸자는 기획에서 얘기했던 선호투표제 논의나 선관위 문제 이야기, 게릴라 관악에서 얘기하는 3월 선거제와 선거 기간을 짧게 하자는 논의들이 있었고 , 그리고 서울대저널과 SNUnow에서도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고, 할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이 글을 쓰는 필자 역시 이 글이 선거에 어떠한 반향을 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관건은, 이러한 논의가 선거 시기에 닥쳐와서야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전체학생대표자 회의를 통해 선거 시행 세칙이 확정된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해야 무엇이 바뀌겠는가? 보다 일찍 얘기를 했어야 했다. 물론 선거를 바꾸려는 시도들이 있었고, 결국 그것이 전핵대회 대의원들이 상정조차 못하게 되자 결국엔 투표 거부 운동으로 발전하였던 경험이 있지만, 그러한 운동이 지속이 되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대학 언론을 하는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선거를 어떻게 바꿔낼 수 있을 지는 선거 시기에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를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서울대 저널과 SNUnow를 비롯한 몇 개 언론에서는 지면의 제약을 넘어 대략 3회에 걸치는 호외를 통해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하고 있다. ‘실천적으로’ 이런 다짐을 하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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