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도의 시행이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그 공과(功過)에서는 말이 많지만, 민주화의 진전이라는 원론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민(民)이 주(主)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일단은 지방자치제도를 잘 만들어 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서울대저널』정치부에서는 2002년 1학기 연재를 지방자치제도로 가지고 가려합니다. 1부 지역운동·주민운동 2부 풀뿌리 보수주의 3부 지역이 기반이 되는 사회운동 ‘풀뿌리 민주주의’, ‘풀뿌리 보수주의’ ? 지방자치를 얘기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란 말이다. 주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참여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 지방자치제도는 95년 다시 부활하였다. 2번의 지자체 선거를 마치고, 올해 6월의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지방정치의 현실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너무 동 떨어져 있다. 특정 몇몇 지역의 예를 제외하면, 지방 자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실정이 열악하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큰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풀뿌리 보수주의’이다. 지방유지나 그 지역의 보수세력들에 의하여 ‘풀뿌리 보수주의’는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만연되어 있고, 세력 역시 만만치 않다. 관변단체, 한 지역에만도 수십여개 지방자치단체 내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위원회나 관변단체들은 그 지역의 유지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지방정부로부터 각종 보조금의 혜택과 여러가지 지원을 받고 있다. 실제 지방자치단체별로 보조금 관리조례가 제정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단체장이 자의적으로 보조금을 배분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부 보수적 단체에게만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들 보수적인 단체에 의해 지방의 행정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아파트 건설이나 재개발 문제 등에 있어서는 이들의 입김이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러한 보수적 단체들의 영향력이 막대해지면 더욱 주민들이 설자리는 없어지고 만다. 또한 그 지역의 언론은 이에 대해 적절한 비편을 가하지 못하며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있을 뿐이다. 공무원들이 지방 언론 기자에게 촌지를 주는 사례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역인사 ‘텃세’, ‘새얼굴’ 없다? 올해 6월 지자체 선거의 예상 출마후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탄탄한 지역적 기반과 인지도를 지니고 있으며, 지방행정에 노하우가 있는 지방 토호나 지역 기득권층임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폐쇄적인 지방정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며, 이는 지역이 이들 보수세력에 의해 움직여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더욱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진보적 대안세력의 형성을 막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주민참여 이끌어내야 ‘풀뿌리 보수주의’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가 필수적 조건이다. 주민들이 단지 대표자 선거권만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며 주민소송, 주민소환과 같은 직접민주주의 성격의 제도들이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더불어 현재 많은 지역 시민단체들의 지역예산감시 운동이나, 주민투표조례제정 운동은 더 이상 지방기득권층에 의해 지역의 정치가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견제를 하기 위해 필요하다. 또한,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생활협동조합 적인 접근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일본의 가나가와현의 생협 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해 단순히 경제생활공동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정치에도 주민들이 직접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공동체로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의회에 진출하자. 이러한 활동들 외에 효과적으로 풀뿌리 보수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직접 선거를 통해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방법이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지방의회는 대부분이 보수적 지역 기득권으로 이루어져있다. 지방의회에 직접 뛰어들어 지역의 보수층을 설득하고, 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지방 의원은 무급제로 되어 있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자영업자나 토호세력)이 아니면 의원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시민단체의 대표가 의회에 들어가게 되지만, 당선 후 시민단체에서 의원을 관리할 방도가 없어, 그들이 보수정치권내로 오히려 흡수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의 대리인후보제도(대리인을 후보로 내세우고, 실제의 의정은 그 단체에서 책임짐)는 이러한 문제점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풀뿌리 보수주의와의 싸움 기득권층을 상대로 한 싸움은 언제나 어렵고 힘이 든다. 지방정치에서의 지역유지나 기득권층들은 더욱 단단하게 그들의 조직을 결성하고 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소수 몇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민 전체가 주체가 되는 ‘지역주민의 권리 지키기’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