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 진보당으로부터 한국사회의 진보정당 운동이 시작되었다. 50년 정도의 한국 진보정당의 역사에서 진보정당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 때 국가보안법의 사슬에 얽매여 당이 해산되기도 하였으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대중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당이 해산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였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이라 말할 수 있는 정당은 두 개로 하나는 2000년 1월 창당한 민주노동당과 다른 하나는 98년 청년진보당으로 출발하여 2000년 8월 당명을 바꾼 사회당이 있다. 현재 진보정당은 선거에서 혁신적인 정책을 제시하며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존 정당의 틈바구니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는데 미흡한 면이 있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활동을 중심으로 그 동안의 진보정당 활동을 점검해보고 미래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다. 왜 진보정당인가?흔히 기존 정당(민주, 한나라, 자민련)은 ‘보수의 일색’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 이와는 다르게 진보정당을 규정하는 말로서 ‘대안’ 혹은 ‘정책’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현재 국회의 모습을 생각해보았을 때 진정한 ‘대안’이 필요하다. 제 이익 챙기기에 바쁜 우리 나라 정당 정치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노동자, 서민들의 요구에 입법 과정에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의 창당선언문에서 동시에 한국 사회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자, 서민, 빈민으로 지칭되는 민중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진보정당은 존재하고 있다. 다양한 정치 주체의 성장을 막는 보수 일변도의 한국의 정치 상황을 극복하고 민중의 진정한 요구를 표출할 수 있는 데 진보정당의 의의를 둘 수 있을 것이다. 4·13 총선에서 드러난 진보정당의 활동진보정당을 규정하는데 있어서 ‘정책, 대안’이라는 말에 덧붙일 수 있는 것은 바로 ‘차별성’이다. 기존 정당에서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역할이다. 현재 한국의 진보정당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도 이러한 모습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0년 4·13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국민소환제 실시와 부정축재 재산몰수를 통한 근본적인 정치개혁 정리해고제 중단과 40시간 노동제로 고용안정 누진세율 강화와 복지예산 2배 확충을 통한 사회적 평등실현을 3대 공약으로 내걸어 보수정치를 청산하고 노동자, 서민을 위한 진보정치 확립을 주장했다. 그밖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한 사상·양심·표현의 자유 확립, 지역주의 극복과 부패방지특별법을 통한 부패정치 청산 등의 차별성을 띤 공약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 당시 청년진보당이었던 사회당에서도 주한미군철수와 징병제의 폐지, 재벌해체와 재산환수, 복지제도 실시 등의 정책을 내걸어 민중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에 있어서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었다. 비록 원내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민주노동당의 경우 창원을 38.7%, 울산 북구에서 41.8%의 득표율을 보여 고무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선거를 통해 민중의 요구를 반영하는 모습에서 진보정당의 긍정적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4·13 총선 이후 10·25 재·보선까지비록 4·13 총선의 쓴 고배를 마셨지만 진보정당의 활동은 계속되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2000년 10월 입법 청원한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상인 13만명의 서명으로 지지를 이끌어냈다. 임대료 과다인상, 임대보증금 미반환, 건물주의 일방적인 계약해지 등의 피해를 받고 있는 영세 상인들을 대변함으로써 이 문제의 공론화의 기여했다. 2001년을 넘어오면서 3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자제한법’을 입법 청원에 정치권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대우차 사태의 투명한 해결을 보여 주지 못한 현 정부에 맞서 사회당(당시 청년진보당)에서는 ‘대우차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제’ 실시를 주장했다. 당시 청년진보당 당원들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가택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 신장과 비정규직 철폐를 끊임없이 활동을 보였다. 10·25 재보선에서도 진보정당의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이 드러났다. 민주노동당은 고용안정특별법, 근로소득세 인하, 상가임대차보호법 입법화, 이자 제한법의 부활 등의 공약을 제시함으로써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정책들을 들고 나왔다. 사회당의 경우 특히 여성문제에 있어서 호주제 폐지, 전업 주부의 가사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 인정, 육아비용 사회분담, 가정폭력 방지법 현실화 등의 혁신적인 정책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이와 같은 진보정당의 활동은 우선 국민들에게 새로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 이전까지의 선거는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차별성 없는 정당들 중에서 그나마 나은 선택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진보정당이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선택항이 제시됨으로써 선거를 통해서 민중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더욱 탄탄해지 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진보정당의 활동에 좋은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선거주의, 의회주의??4·13 총선과 최근의 10·25 재·보선에서의 진보정당의 득표율(약 5% 정도)을 따져보면 제도권 진입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진보정당 활동의 커다란 목표는 정치 개입 달리 말해서 ‘의회로의 진출’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의 정당 정치의 비판을 가하고 민중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회 진입이 필요하다. 실제 현재 진보정당의 활동은 ‘선거’라는 무대를 통해 잘 드러나고 있지만 진보정당의 목소리가 일상에서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흡하다. 당 활동의 역점을 ‘선거를 통한 의회 진입’에 두게 되면 실제 민중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에 대한 투쟁이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은 선거에만 관심 있는 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는 현재 우리 나라의 진보정당에게도 해당될 수 있는 것이다. ‘선거주의, 의회주의’라는 비판을 등에 지고서 진보정당은 활동의 범위를 계속 넓혀나가야 하는 부담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진보 세력의 통합 현재의 진보정당은 민중의 생활과 관련된 현안에 대한 여러 운동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사회 진보세력으로서의 대표성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여러 단위의 활동과 통합을 이루지 못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여전히 주요 시민단체는 당 가입을 망설이고 있고 민주노동당의 경우 선거에서 활동의 주축인 민주노총 조합원수 만큼의 득표로 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 연합 등 사회운동 단체들의 활동이 당 차원에서 통합되는 과정에서 이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단체의 활동은 활동대로 당 활동은 그 자체로 따로 존재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분산된 힘이 하나로 모아질 때 진보정당의 운동은 더욱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진보정당은 진보운동 세력을 하나로 통합해야 하는 또 하나의 부담을 지게 된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진보정당이 뿌리내리기에 척박한 토양을 지니고 있다. 오래된 레드컴플렉스, 지역주의, 보스 중심의 정치구도 등은 진보정당 활동의 객관적 한계로 지적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진보정당은 돌파구를 찾기 위한 활동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선거를 통해서 혁신적인 정책, 민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진보정당의 활동이 가능성을 보이고 있지만 ‘의회주의, 진보세력의 연합’ 등과 같이 활동에 제기되는 우려들에 대해서 진보정당 내부의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상식이 통하는’사회로 바꾸는 것이 진보정당이 해야 할 일이다. 진보정당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진보정당에 주목하고 그 가능성에 지지와 갈채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