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야당의 극에 다른 폭로전, 국회의원 2/3가 넘는 수의 선거운동원 등록, 야당의 압승과 여당의 내분. 지난 10월25일 치러진 재보선을 되돌아보며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그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들의 관심사였던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모두 3% 미만의 득표율을 보였다. 지난 16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출마한 선거구별로 평균 13% 이상을, 사회당의 전신인 청년진보당이 2-6%의 득표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비록 선거가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인해 정책대결이 사라지고, 진보정당의 잠재적인 지지층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투표여건이었음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결과는 기존의 정치장벽이 얼마나 높은지 다시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진보정치의 싹을 틔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다시 한번 진보정당의 과제와 전망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진보정당, 그 전망 찾기의 전제현재 진보정당이 당면한 주요한 과제는 인민들로부터 의미있는 정치활동의 주체로 인정받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정당이 그간 걸어온 역사나 그가 지향하는 바에 대한 판단 이전에 ‘진보정당이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냉정한 반응이 지배적인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가장 큰 외적 요인은 기존의 보수정당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만들어놓은 각종 정치, 선거제도라는 장벽이다. 따라서 진보정당은 전반적인 정치제도 개혁투쟁을 통해 ‘정당’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을 일차적인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는 단지 제도적인 개혁 차원의 활동으로 폄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직접 민주주의의 확대를 지향으로 하는 진보정당으로서 인민을 정치활동의 주체로 세워내고, 동시에 보수 일색·지역주의에 기반한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점을 혁파해 가는 투쟁이기도 하다. 다행히 최근 국회의원의 비례대표제 선출방식에 대한 위헌 판결, 선거구별 인구비 상한선 축소 등 기존 선거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잇따른 판결들은 진보정당의 정치개혁과제의 실천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득표율과 의석수를 일치시키는 전국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과 지정기탁금 폐지 등 선거공영제의 확대를 관철시키며 기존의 정치구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보수정당들에 맞서 정치개혁을 바라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적극적인 연대가 중요함은 물론이다. 잡탕정당(?)의 무게감이란‘진입장벽’을 제거하고자 하는 노력과 아울러 다른 한 축에서의 주요한 과제는 바로 진보정당 자신의 진로를 설정하는 과정을 풍부히 하는 것이다. 현재는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두 개의 진보정당이 존재하고 있으며, 진보정당의 이념 및 운영 방식에 대해서 진보진영 내에서 여러 가지 논쟁이 있다. 그리고 진보정당 내적으로 치열한 활동과는 별개로 외적으로 비치는 모습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하여 한국 사회의 진보운동의 흐름을 잇고 있는 적자라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념정당으로서의 참신한 모습보다는 왠지 다양한 계파들이 모여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여념이 없는 기존이 정당들이 모습이 풍긴다면 지나치게 주관적인 판단일까? 폭넓은 진보대연합을 기치로 다양한 분파의 결합을 통해 탄생했다는, 그리하여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실천의 동의수준이 지나치게 저하되어 뒤뚱거리는 듯한 인상을 준다거나, 다수파의 패권적 태도가 당 내부에서 왜곡되어 관철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상대적으로 사회당의 경우 청년진보당으로부터의 재창당을 통해 세대를 아우르려는 노력과 동시에 진보정당의 고유의 신선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자본주의·반조선노동당의 구호에서 보이듯 자신만의 이상향에 맞추어 사회 현실을 해석하고 접합하는 외재주의적 편향을 드러냄으로써 역사적 현실에 기반한 운동과 거리감을 준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단일한 이념지향과 전략을 가진 동질적인 집합체로서의 운동방식을 잘 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세대와 우리세대에 주목한다그렇다면 진보진영이 보다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융화된 구조를 창출함으로써 자신의 경로를 설정해가는 것이 좀더 구체적인 과제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폭넓은 진보대연합과 융화된 구조의 창출, 그 과제는 자신들의 긴장관계 속에서 현실의 실천을 통해 바람직한 경로가 도출될 것이다. 다만 이를 일구어나갈 주체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 우리의 고민이 될 것이며, 특히 민주노동당의 경우 지지기반이 넓은 만큼 그것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고려할 때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된다. 그러한 주체의 형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진보정당의 외연적 확장은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질적인 정치실천의 형태가 지금의 수준에서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듯 하며 진보정당의 미래 또한 낙관적으로 그릴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청년세대, 그리고 바로 우리세대를 그 답으로 내놓는다면 어떨까. 더하여 지금의 20대 당원들의 역할이 진보정당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라 주장한다면 어떨까. 내적으로는 민주노동당 청년위원회의 건설과정에서 선배들이 보여주었던 진통을 되풀이해서 겪지 않을 준비를, 외적으로는 수구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젊은 세대의 정치적 지향을 모색해가는 중요한 과제를 실천할 주체라면 말이다. 진보정당과 학생사회의 질서재편솔직히 지금의 학생운동은 위축되어가는 자신의 영향력과는 반비례하게 많은 운동 분파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의 긍정적인 면을 논의하기에 앞서 내부적으로 현재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발휘하기에 학생운동의 역량은 부족해 보일 따름이다. 따라서 진보정당의 성장과 당 학생위원회의 건설 과정 속에서 학생운동의 상승적 질서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이 진지하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이미 그러한 논의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너무 더디고 움츠러있어 보인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 언급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진보정당이 당의 발전 및 적절한 조직체계를 고민함에 있어서 학생운동과의 유효한 관계설정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학생운동 또한 미래의 진보정당을 준비할 힘있는 주체 형성이라는 과제를 보다 절실하게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진보정당을내년이면 또다시 찾아올 대선. 진보정당은 독자적인 후보를 낸다는 원칙을 세운바 있으며 10%이상의 득표를 발판으로 대안정당으로 성장해 갈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여권 내 개혁적인 후보가 대선에 나설 경우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오가고 있으며, 그 결과 진보진영의 분열 혹은 유효득표의 실패와 같은 우려섞인 견해가 제시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어찌보면 어쭙지 않은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 진보적 역량의 결집은 중요한 과제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장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내 주변을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일 것이다. 진보정당에 대한 전망은 당면한 우리의 과제를 적극적으로 실천해가는 과정속에서만 낙관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