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본부 측의 담화문 및 합의사항을 수용하고 점거를 해제한다는 안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다음날 본부점거가 해제됐다. 하지만 학생들은 한나라당 당사를 점거하는 등 계속해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법인화법)’ 폐기를 위한 움직임을 이어나갔다. 개강 후에도 법인화법 폐기 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법인화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올해 12월 28일 전까지의 법인화 준비 과정과 법인화법 반대 투쟁의 구체적인 계획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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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부점거 후 총학생회는 대국회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27일 한나라당 당사 진입 시도 이후 당사 앞에서 법인화법 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 |
본부점거 해제 이후의 본부 비상총회와 28일 간의 본부점거에도 법인화 준비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서울대학교 법인설립추진단 총괄팀장 김재금 씨는 “점거 기간 동안 행정대학원, 국제회의관 등에서 회의가 진행됐으며 6개 분과위원회도 정상적으로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법인설립추진단은 본부점거가 학생들과 더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본부점거 이후 법인설립준비위원회(설준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학생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법인설립추진단은 이메일을 통해 학내구성원들에게 여러 차례 소식지를 전달했고 모든 직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또한 안내책자를 배포하고 홍보를 늘리는 등 법인화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데 힘쓰고 있다. 김 씨는 “학생들과 얘기를 해보면 법인화를 사립화, 기업화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들이 법률내용과 안내책자 내용을 읽어보고 나면 오해가 많이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설준위 회의는 매주 열리고 있고, 정관 초안 작성, 시행령 작성도 마무리 단계에 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법인화 준비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12월 28일 법인이 발족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법인설립추진단의 설명이다. 학생들의 참여 방법에 대해서는 “6개 분과위원회 중 학생분과위원회에 학생 한 명이 참여하고 있고 공개토론회 등을 통해 참여 통로가 학생들에게 열려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일련의 의견 수렴 절차들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의견 개진이 활발하지만은 않다. 메일 수신율도 20% 정도에 불과하고 메일을 통한 의견개진도 많지 않다. 김재금 씨는 “실행분과위원회 중 학생, 복지, 장학 분야에 학생들의 참여를 가능케 했지만 총학생회는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본부점거 해제의 조건으로 제시됐던 대화협의체 구성도 학생처와 총학생회 간부들 간의 논의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한편 본부 측은 학생들의 설준위 참여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사회의 기능을 하는 설준위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대국회투쟁 참여 저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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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부 측은 점거를 통해 학생들과의 소통의 필요성을 느꼈다고한다. 법인설립추진단은 브로슈어 제작, 홈페이지 개설 등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
본부점거 해제 후 학생들은 대국회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6월 27일에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나라당 당사 진입을 시도했고, 매주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했다. 8월 22일, 23일 양일에는 법인화캠프를 통해 법인화법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헌법소원의 과정을 살펴봤다. 실천단 ‘법인화법 폐기!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서울대 실천단 우주인(우주인 실천단)’이 꾸려지기도 했다. 대학원생들은 법인화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고, 본부점거 당시 활발히 활동했던 동아리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反지성 2집 앨범 제작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본부 측의 총학생회 간부 징계회부에 대해 원자들을 비롯한 학생들이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등 징계 반대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본부점거 당시보다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촛불문화제, 학내집회 및 기자회견, 법인화캠프 등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다. 본부점거 당시 ‘원자모임’으로 활동했던 학생들을 중심으로 ‘원자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구상이 있었으나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한 실정이다. 부총학생회장 두헌(응용생물화학 07) 씨는 “원자네트워크로 개별적인 활동들을 연계하는 제안을 했지만 생각보다 거절한 사람들이 많아서 애매한 상황에 있다”고 설명했다. 법인화법 폐지안은 국회에서 표류 중 서울대생들의 비상총회와 본부점거는 다수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시민들의 관심도 받았다. 교과위와 국회의원들도 6월 임시국회에서 서울대 법인화 사안을 중요하게 논의했다. 교과위 간사인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서울대생들의 본부점거는 수면 아래에 놓여 있던 서울대 법인화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올리는 결과를 낳았으며, 추가적인 국립대 법인화 추진을 가로막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본부점거 해제 후 국회에서 서울대 법인화 사안은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방학이라 학생들의 관심이 저조하고, 점거 해제 시기가 국회의원들이 임시국회를 마치고 지역구 활동에 비중을 두던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또한 반값등록금 사안에 밀려 교과위에서 서울대 법인화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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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위 안민석 의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면 서울대 법인화가 예정된 수순대로 추진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한편 법인화법이 통과된 후 2010년 12월 30일에 발의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폐지 법률안」은 아직까지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3월 전체회의에 상정돼 대체토론이 이뤄졌고,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지만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고 있지 않다. 당시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던 안민석 의원은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폐지안이 법안심사소위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교과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교과위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안 의원의 말에 따르면 “한나라당과 정부가 똘똘 뭉쳐 서울대 법인화법 폐지안을 극력 저지하고 있어 한발자국도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에서 서울대 법인화법이 폐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치상으로 가능성을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금처럼 계속 심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예정대로 서울대 법인화법이 시행된다는 것이다.소통을 중시하겠다는 본부,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어 법인화법 폐지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현 상황에서 본부, 학생, 국회 측은 법인화법이 시행되는 12월 28일까지 각각 어떤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을까? 우선 본부 측은 법인화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학생들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법인설립추진단은 9월 초에 법인화 관련 설문을 학내 구성원 전체, 동문, 사회의 여론주도층 등을 대상으로 실시해 학내외 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본부 측은 이 설문의 결과를 반영해 법인설립준비실행위원회 정관 초안을 만들고, 10월에 공청회를 통해 법인설립준비실행위원회 정관 최종안을 결정한다. 법인화 준비 상황에 대한 홍보도 계속된다. 이와 관련해 교직원 간담회 개최, 소식지 발행, 분과위원회 회의록 공개 등의 업무가 이뤄질 계획이다. 또한 홈페이지와 메일을 통해 법인화 추진에 대한 의견을 받는다. 하지만 서울대 법인화법이 이대로 실행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교과위 안민석 의원은 “서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법이 국회에서 단 한 번의 논의도 거치지 않고 통과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숱한 난관에 부딪힐 텐데 그럴 때마다 법 통과 절차상의 하자가 계속 언급될 것이다”는 분석이다. 즉, 법인화법이 이대로 추진된다면 ‘사생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 법인화법 폐기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정기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서울대 법인화법 추진의 문제점을 알릴 계획이다. 하지만 안 의원은 “교과위 내에서의 시도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법인화법 폐지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8월 임시국회에서도 서울대 법인화법 폐지안을 상정해 처리할 것을 주장했지만 너무 많은 법률안이 산적해 있어 실질적으로 다뤄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학생들, “의제 확장과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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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9일에 열린 법인화법 폐기 중간토론회. 이날 총학, 단대학생회, 우주인 실천단, 한기연 등이 참석해 향후 계획에 대해 토론했다. |
본부점거 해제 과정에서 대국회 투쟁을 전제한 만큼, 국회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움직임이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헌법소원, 국공립대 연합, 반값등록금 투쟁과의 연대 등도 논의 중이다. 본부점거 해제 후 꾸려진 우주인 실천단 역시 “교육공공성으로의 의제 확장과 노동자민중의 투쟁과 연대확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회대 학생회장 김재의(사회복지 06) 씨도 “9월 투쟁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연대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는 9월 정기국회에 맞춰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서울대 법인화법은 헌법의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31조 제1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제31조 제4항)’는 헌법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총학생회는 “원고인단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여론전을 할 수 있고, 공개 변론 과정에서 이슈화시키면서 논의 국면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안민석 의원은 “헌법소원 자체가 서울대 법인화법의 문제점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 법인화법 폐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의 상징성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9월 28일에 동맹휴업을 계획하고 있다. 9월 29일로 예정된 한국대학생연합과 반값등록금 국민운동본부가 기획하는 ‘9.29 학생 동맹휴업 및 거리수업’ 하루 전날로 예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반값등록금 등 다른 의제에 묻히지 않도록 국공립대 중심의 동맹휴업을 9.29 학생 동맹휴업 하루 전에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의제들 속에서도 법인화 반대의 목소리가 확실히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