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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9일 법인화 토론회에서 한기연측 패널은 의혹을 제기했다. |
6월 25일, 본부점거가 해제된 이후 학생사회에는 서로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 잡았다. 8월 6일,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한기연)’은 ‘개독음모동아리 한기연에서 학우 여러분께 올리는 글’을 스누라이프에 게시했다. 그들은 연이어 게시물들을 올리며 총학과 본부의 협상과정에서 불거졌던 의혹들을 제기했고, 앞으로의 법인화 반대 투쟁에서 총학이 제외돼야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펼쳤다. 학생사회의 불신을 잉태했던 6월 21일부터 6월 25일까지의 급박한 협상과 연이은 점거해제 과정을 여러 관계자의 증언과 지금까지 공개된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본다. (현재 공개된 속기록은 21일 협상만을 담고 있고, 22일과 23일 협상의 내용은 녹취만 공개됐다. 협상을 전후해 열린 총운위도 일부는 기록이 없다.)본부와 총학의 사전 접촉 5월 30일 본부점거 후에도 총학 집행부와 본부 학생처는 계속해서 만남을 가졌다. 학생 측에서는 부총학생회장 두헌(응용생물화학 07) 씨, 비상총회TF팀집행위원장 한빛(정치 08) 씨, 법과대학 부학생회장 문준혁(법학 08) 씨 등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 만남은 협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부직원의 출입과 같은 부차적인 실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이뤄진 것이었다. 그러나 6월 6일 학생과 총장의 토론회가 별 성과 없이 끝나고 나자 학생처에서는 이 채널을 통해 총학에 협상의사를 꾸준히 타진했다. 이를 총학 집행부는 이런 제의를 6월 16일 총운위에 전달했고, 다음날 총운위에서는 협상에 참여는 가능하나 협상조건에 대해서 합의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참여가 불가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후 연이은 총운위에서 협상을 할 경우의 전제들을 논의했고, 6월 20일 사전접촉을 통해서 협상 일정이 확정됐다. 6월 21일 본 협상에 앞서 총운위에서 합의된 내용은 ▲일단 점거해제가 학생 측에서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것 ▲설립준비위원회(설준위) 해체-총투표-법인화 중단-사과문 발표 및 총장의 국회출석 순서대로 협상한다는 것 ▲사과문 발표마저 거부되면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21일 오후 2시 125-2동 릴리룸에서 총학생회장 지윤(인류 07) 씨, 한빛 씨, 문준혁 씨, 인문대 학생회장 아로미(미학 08) 씨와 이학래 학생처장, 이원우 학생부처장, 이재영 교무부처장, 남익현 기획처장이 만나 협상을 시작했다. 3일간 이어진 지루한 협상의 시작이었다.협상 1일째 열 시간 동안 진행된 첫 협상에서 본부 측 협상단은 설준위 해체가 사실상 본부의 권한을 넘어선다고 단언했고 대신 ‘법인설립추진단(추진단)’의 해소 또는 법인설립추진단장의 사퇴를 고려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다. 학생 측 협상단은 추진단 해소라는 기존에 고려하지 못했던 제안에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제안이 사실상 법인화 중단을 의미한다고 보고 협상에 임했다. 원래 이날 예정된 것은 끝장토론이었으나, 새로운 방안에 대해 본부 측이나 학생 측이나 내부 협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다음날 오전 8시에 협상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협상 이후 열린 총운위에서는 경과보고에 뒤이어 협상에 대한 논의과정을 모든 학생들에게 전면적으로 공개하기는 어려우니 단대운영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총운위에서는 사실상 추진단 해소에서 협상을 마무리해도 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협상 2일째 둘째날 협상은 전날과는 달리 무거운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전날 사실상 합의됐다고 생각한 추진단 해소를 본부 측이 전면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본부 측과 학생 측이 각자의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더 이상의 협상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학생 측은 책임이 본부 측에 있다는 것과 총장이 국회에 출석하는 것이 명시된 본부 측의 사과문 발표를 방안으로 제시했으나, 본부 측은 이 제안도 사실상 거부했다. 2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협상은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전날에 비해 훨씬 일찍 끝났다. 학생 측 협상단은 협상이 실질적으로 결렬됐다고 간주했다. 이후 열린 총운위에서는 서울대 법인화가 6월 임시국회 중에 다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에 총운위원들은 더 이상의 협상을 중단하고 본부점거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총운위원들의 단식투쟁도 논의됐다.협상 3일째 그러나 둘째날 협상이 끝난 뒤 열린 총운위 도중 학생처장으로부터 연락이 오고 상황이 바뀌었다. 둘째날 협상 마지막에 제안했던 사과문 발표가 수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23일 오후 3시 재개된 협상에서는 본부 측에서는 남익현 기획처장, 학생 측에서는 문준혁 씨가 불참하였다. 이날 협상은 지루하게 사과문의 수위를 조절하는 내용이 주가 됐다. 교수측은 본부스탁, 등록금, 대화협의체와 관련된 정책을 제시했으나, 학생 측은 기본적으로 전날 제시한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의 주요 의제가 근본적으로 어긋났던 셈이다. 결국 사과문은 담화문과 본부의 정책이 병기되는 기묘한 형태가 됐다.전학대회에서 점거해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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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거해제 당시 이지윤 학생회장이 울고 있다. c 뉴시스 |
협상내용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25일 토요일 오후 1시 소집된 전학대회에서 처음 공개됐으나, 일부 참가자들은 단운위나 23일 토론회를 통해서 협상 내용 일부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전학대회에서는 총운위에서 준비한 1안과 2안으로 구성된 안건이 논의됐다. 1안은 협상 결과로 나온 담화문을 수용하고 점거를 해제하는 것이었고 2안은 담화문을 거부하고 점거를 계속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안에 대한 수정안이 발의됐다. 표결을 통해 승인된 수정된 2안은 점거를 유지하되 추가적으로 재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1안과 수정된 2안을 두고 표결이 벌어졌고 결국 1안이 40표를 얻어 19표를 얻은 수정된 2안 대신 채택됐다. 점거해제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