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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시장의 대권을 향한 희망도 꿈도 2배는 아닐까. |
“꽁꽁 얼어붙은 서민 생활에 온기를 불어넣어드리는 지속가능한 ‘서울형 그물망복지’를 더욱 힘차게 가동시켜나가겠습니다.” 2011년 신년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시행해온 ‘서울형 그물망복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형 그물망복지’는 ‘따뜻하고 행복한 복지도시’를 모토로 자립복지, 나눔복지, 현장·생활복지를 지향한다. 서울시는 기존의 복지정책이 일회적이고 물질적 지원만을 중시하는 ‘퍼주기식’ 복지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정신적·물질적 지원을 병행하고 생산적·투자적 복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그토록 강조하는 ‘자립·자활’ 복지의 대표 시책사업이 ‘서울, 희망드림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저소득층의 경제적·정신적 자립 능력을 키우고, 복지 사각지대를 없앤다는 목표 하에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 ‘꿈나래 통장’, ‘희망의 인문학 과정’ 등 다양한 하위사업들을 두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는 사업성과를 공공연히 홍보했지만, 사회복지계 일각에서는 실제로 과장된 부분이 많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희망’의 인문학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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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진행 중인 ‘희망의 인문학 과정’의 모습. 이들은 수업 이후 ‘의식 있는 시민’으로 성장했을까. ⓒ영등포 해피하우스 |
‘서울, 희망드림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인 ‘희망의 인문학 과정’은 미국인 ‘얼 쇼리스’의 ‘클레멘트 코스’를 모델로 설계됐다. 이 코스는 노숙인과 저소득층에게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치적 성찰을 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는 취지하에 인문학 수업을 진행한다. 서울시에서는 인문학 강좌를 통해 스스로 삶의 의지를 키워 자립할 수 있는 정신적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8년부터 실시된 ‘희망의 인문학 과정’은 2010년의 경우 2,020명의 신청자 중 1,515명이 수료해 75%의 수료율을 보였다. 서울시에서는 “높은 수료율과 함께 자활 의지도 높아졌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희망의 인문학 과정’은 입찰을 통해 대학의 공모를 받고, 선정된 대학기관과 노숙인 지원기관을 연계하여 수업을 진행한다. 철학, 문학, 역사 등 인문학 중심의 강좌가 기본적으로 제공되고, 저명인사특강, 문화유적지 순례 등 다양한 특별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기 과정에 참여한 사람에 한해 일자리와 복지기관의 재위탁 심사가 주어진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과 ‘꿈나래 통장’ 등 자산형성 저축 가입의 우선권을 부여하고, 노숙인들의 경우 직업훈련의 기회도 제공한다. 일종의 인센티브제도로 운영되는데 대해 ‘홈리스 행동’ 이동현 대표는 “서울시의 대표사업인 서울형 그물망복지의 실적을 올리고 그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방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그는 서울시에서 저소득층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당장 일자리가 급한 사람들에게 ‘강의를 들어야 일자리를 주겠다’며 인문학 강의를 반강제하는 것은 노숙인들의 욕구를 파악하지 못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서울시에서는 노숙인들이 이 과정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서 마침내 의식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노숙인들의 탈노숙을 위해서는 물적 지원보다 그들 스스로 삶의 의지를 길러 자립하도록 의식을 개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정신이 먼저고 물질은 부차적이라는 인식 자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아무리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도 극한의 빈곤을 경험하면 정신이 온전해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희망의 인문학 과정’ 목표 자체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활의지를 길러 빈곤을 극복한다는 목표는 빈곤의 원인을 개인의 의지부족으로 돌리고 그 책임을 모두 한 개인에게 전가하는 행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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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리스 행동’ 대표 이동현 대표는 서울시에 “노숙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치라"고 충고했다. |
‘홈리스 행동’ 이동현 대표는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설복지 위주의 노숙인 대책을 주거복지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규모의 복지시설에서 살고 있는 노숙인들의 주변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이 대표는 “쪽방과 같은 거주시설 지원이 더 효율적이다”며 주거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숙인 개인에게 주거시설을 제공해 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핵심 사업조차 허술한 ‘서울형 그물망복지’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은 오세훈 시장이 2011년 신년사에서 직접 그 성공사례를 언급할 만큼 ‘서울형 그물망복지’의 대표사업이다. 가입자가 3년간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동일금액을 서울시와 민간단체에서 적립해주는 식이다. 가입자는 최소 5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저축 가능하다. 서울시는 가입자들이 적립금으로 창업이나 교육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희망드림 프로젝트’의 2010년 예산은 205억 원. 이 중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은 절반이 넘는 116억 원을 집행했다. 동덕여대 남기철 교수는 “‘서울형 그물망복지’의 핵심 사업으로 이야기되는 사업인데, 그에 어울리는 예산 편성 및 집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그 절대량에 문제를 제기했다. 가양5종합사회복지관 임성규 관장도 “2010년도 기준 1,140억 원에 달하는 서울시 홍보비만도 못한 예산”이라며 “그야말로 내실 없는 전시형 복지”라고 날을 세웠다. 예산이 적게 집행되다보니 실제 가입자들을 상대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2010년 서울시에서는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 담당 사회복지사 1인의 1개월 예산으로 150만원을 편성했다. 가양5종합사회복지관의 경우 사업비로 30만 원을 책정하고, 120만원을 인건비로 지급했다. 과도한 업무량도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 한 명의 사회복지사가 200여명의 사례관리 대상자를 담당하고 있다. 임성규 관장은 “사례관리를 잘 하는 편인 사회복지사도 최대 80여명을 맡아서 일한다”며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최소 2명의 사회복지사와 4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 담당 사회복지사는 계약직으로 비정규직이다. 임 관장은 “일반 사회복지사와 업무량의 차이가 거의 없지만, 그보다 못한 처우를 받고 있다”며 서울시에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해 업무의 효율도 떨어지고 있다. 작년 가양5종합사회복지관에서 희망플러스 통장 업무를 담당했던 오정희 사회복지사는 “사례관리라는 것이 참여하는 분들과 함께 그분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업무량이 많다보니 실질적으로 이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탄식했다. 그는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단지 통장관리를 하는 은행원이 된 기분이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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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칭 ‘복지 시장’ 오세훈, "천만 시민 여러분께 희망을 드립니다." ⓒ오세훈 블로그 |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의 적립금은 가입자 적립금 50%, 서울시지원금 25%, 민간지원금 25%로 구성된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이 사업이 ‘서울시’ 단독으로 진행하는 사업인 것처럼 선전해 민간단체의 기부가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다. 남기철 교수는 “사업을 지나치게 정치적 실적으로 광고하다보니, 저소득층에 대한 민간의 기부 활동의 위축을 가져왔다”며 향후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가입자는 ‘서울 희망플러스 통장’을 통해 최대 1,440만원(이자 제외)을 적립할 수 있다. 임성규 관장은 “이정도 금액으로 서울에 점포 하나 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서울시가 주창하는 ‘자립복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남 교수도 “자립할만한 금액이 아니다”고 말하며 “사업 자체가 빈약하다”고 덧붙였다.자칭 ‘복지시장’ 오세훈, 뒤에서는 예산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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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무료급식 예산 미집행으로 무료급식 대상 노인들의 숫자가 감축될 위기가 있었다. ⓒ가양5종합사회복지관 |
2011년 1월 초, 서울시는 ‘저소득 노인 무료급식’ 예산을 2010년 118억여 원에서 100억여 원으로 삭감 편성했다. 서울시의 부채가 많고 은행 평균잔고가 너무 낮기 때문에 긴축재정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서울시에서는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삭감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냈다. 그러나 이미 시의회에서는 관련 예산을 서울시가 책정한 예산보다 18억여 원 많은 128억여 원으로 증액하여 편성한 상황이었다. 서울시가 감축한 예산대로라면 기존 무료급식 대상자였던 15,550명의 저소득 노인 중 약 2,400명이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야당 및 서울시의회와 복지단체들이 반발하자, 서울시는 작년 수준인 118억여 원으로 재편성했다. 가양5종합사회복지관 임성규 관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더 이상 서울시의회와의 자존심 싸움을 멈춰야한다”며 “나머지 9억도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선별적 복지를 주창하는 서울시가 왜 정작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예산까지 줄이는지 모르겠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오세훈 시장은 복지시장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작년 9월 ‘노숙인 특별자활근로’ 사업의 예산도 절반으로 삭감했다. 올해에는 2010년 대비 대상 인원이 100명 감소했고, 예산도 2억 감소됐다. ‘노숙인 특별자활근로’란 일당 2만원의 일자리를 거리 노숙인들에게 제공하는 사업이다. 비록 기껏해야 한 달에 39만원의 소득을 얻을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유일한 일자리였다. 그 유일한 일자리가 긴축재정을 이유로 그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홈리스행동’ 이동현 씨는 “서울시 일자리 정책은 행정의 입장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일방적이고 불안정한 한계를 지닌다”고 지적했다. 너무 느슨한 서울형 ‘그물망’ 복지 오세훈 시장은 스스로를 “복지에 미쳤다”고 말할 정도로 ‘복지 시장’을 자청했다. 그리고 무상복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복지포퓰리즘에 대항하는 ‘투사’의 이미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취임 이후 그가 줄곧 강조해온 ‘서울형 그물망복지’는 그 대표사업들마저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홍보에 비해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이 낮고, 올해에는 그 예산마저 삭감돼 지속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올 겨울, 기록적인 한파로 노숙인들의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역에서 노숙인이 결핵으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 직전 지하철 공무원과 경찰 등이 그에게 다녀갔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홈리스행동은 “노숙인 정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라며 서울시의 안일한 대응을 규탄했다. 노숙인 사망률이 유독 높은 동절기에 서울시에서는 거리상담사와 응급잠자리를 늘리는 임시방편만을 세울 뿐이다. ‘서울형 그물망복지’의 비전은 ‘천만시민 누구나 행복한 도시, 서울’이다. 천만시민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물망을 좀 더 촘촘하게 조여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