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공모전, 그 치명적인 유혹

요즘엔 공모전이 대세?대학가에서 공모전이 인기다.방학 기간인 6월 20부터 8월 20일까지 두 달 동안 열린 공모전만 해도 400여개다.(대티즌닷컴 홈페이지에 등록한 공모전 기준) 공모전에 응모하는 대학생 수는 전국의 대학생을 300만여 명으로 추산할 때 약 5%에 해당하는 15만 명이나 된다.이렇게 공모전이 활발해진 시기는 주로 2005년을 전후해서다.

요즘엔 공모전이 대세?

대학가에서 공모전이 인기다. 방학 기간인 6월 20부터 8월 20일까지 두 달 동안 열린 공모전만 해도 400여개다.(대티즌닷컴 홈페이지에 등록한 공모전 기준) 공모전에 응모하는 대학생 수는 전국의 대학생을 300만여 명으로 추산할 때 약 5%에 해당하는 15만 명이나 된다. 이렇게 공모전이 활발해진 시기는 주로 2005년을 전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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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에게 공모전 정보를 제공하는 대티즌닷컴의 이승직 마케팅실장.

2008년 현재 대학생 공모전을 전문적으로 소개하는 기업으로 대티즌닷컴이 있다. 공모전이 상대적으로 적게 열리던 2004년 중반, 이 사이트는 학생들에게 공모전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해 문을 열었다. 대티즌닷컴 이승직 마케팅실장은 “2000년대 초반 공모전은 기업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오히려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기회 정도로 여겨졌다”며 공모전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때를 회상했다. 그러나 기업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공모전을 보기 시작하면서 공모전의 지위는 급부상하기 시작한다. 이승직 실장은 “공모전은 주제나 의도 파악을 위해서라도 응모자들이 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법에 비해 비용대비 효과가 크다”며 기업들이 공모전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설명했다. 공기업 또한 홍보수단으로 공모전을 활용하고 있다. 서울메트로에서 주최한 ‘지하철 이용 승객 증대 아이디어 공모’가 그 대표적인 예다. 기업의 입장에서 공모전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응모하는 대학생들의 수준도 높아지면서 공모전은 홍보성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쓸만한’ 아이디어를 건지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한편 응모자 입장에서는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기회가 돼 공모전은 더욱 인기를 끌게 됐다. 10여 개 이상의 공모전에 참여, 입상한 경력이 있는 이태호(조선대) 씨는 사회에 진출하기 전 자기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는 점과 매체를 통해 자신의 능력이 홍보된다는 점을 공모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대티즌닷컴에 등록된 400여 개 공모전 중에서 ‘제출된 작품은 반환되지 않으며, 작품의 저작권은 기업에게 있다’는 조건을 명시한 것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한 예로 한국토지공사에서 6월 2일부터 7월 11일 사이에 진행한 ‘2008년 고객제안 특별공모전’은 ‘접수된 제안은 반환하지 않으며, 한국토지공사의 필요에 의해 수정 또는 변형하여 사용할 수 있음’이라는 조건을 분명히 공지하고 있다. 수상작이 아니더라도 응모된 작품은 반환되지 않고 저작권이 기업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낙선자는 기업이 자신의 작품을 활용한다고 해도 아무런 대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저작권위원회 상담실의 한 상담원은 “상금도 받지 못하고, 저작권마저 넘겨주는 것은 분명 학생들에게 불리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조건이 명시된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 자체가 이 조건에 동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수상을 했더라도 기업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은 작품의 사용가치보다 턱없이 낮은 대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승직 실장도 “모든 공모전이 다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이득만으로 공모전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너무 상업적으로 보이는 공모전 역시 존재한다”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얼마전 ‘매그넘 코리아전’과 함께 진행된 ‘제1회 매그넘 코리아 사진 공모전’(매그넘 공모전)에서도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났다. 매그넘 공모전은 6월 17일부터 7월 25일까지 접수와 심사, 발표가 이뤄졌으며 입상작은 7월 29일부터 ‘매그넘 코리아전’과 함께 예술의 전당에 전시됐다. ‘매그넘 코리아전’에 대한 언론의 집중 보도와 함께 이 공모전에 대한 관심도 높았으나 심사 이후 응모자들은 주최측에 만만치 않은 항의를 쏟아냈다. 인터넷 한겨레의 ‘곽윤섭의 사진마을’ 섹션에 마련된 매그넘 공모전의 응모게시판과 자유게시판에는 심사 내용과 공모전의 취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아이디 ‘아빠곰’ 씨는 심지어 입선 취소를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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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 공모전에 입선 취소를 요구한 아이디 ‘아빠곰’ 씨의 글.

이번 매그넘 공모전 역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참여작들을 전시할 때 해당 사진가에게 보상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공모전이 기업의 홍보에 도움이 되듯이 온라인 응모게시판에 참여 작품들이 놓여 있는 것 자체가 매그넘 전시와 홍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매그넘 공모전에 참여했던 민가빈(아이디 ‘railriver’) 씨는 “작품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전시용이 된다면 해당 사진가에게 대가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 응모자들은 자비를 들여가면서까지 사진을 제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이런 상황으로 인해 매그넘 공모전 참가자들은 주최측에 출품한 사진을 자진 삭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자유게시판에만 14명이 넘는 사람이 요청 글을 올렸고, 응모자들의 대다수는 그 요구에 동의했다. 민 씨는 “참여 사진가로서 저작권을 주장한 것이고, 입선작이 아니라면 다른 공모전에 같은 작품으로 참여할 수도 있으니 입선이 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 삭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상식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결국 공모전을 주최한 한겨레신문사는 이후 사진 삭제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공모전을 대하는 우리들의 잘못된 태도대학생들은 다양한 이유로 공모전에 참여하고, 그들을 보는 시각들 또한 상반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공모전이 많아지다 보니 공모전을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공모전 매니아’도 등장했다. 이 중에는 오직 상금이나 특전을 노리고 기계적으로 도전하는 이들도 많다. 대티즌닷컴 3기 학생기자였던 서채원(이화여대) 씨는 이에 대해 “물론 수상을 위해 많이 노력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조금 과도한 것 같다. 공모전의 진정한 의미는 상금이나 특혜가 아니라 도전하고 성취하는 데서 오는 기쁨이라는 것을 고려했으면 한다”며 “기업들도 출품작의 완성도보다는 대학생들의 열정을 평가하는 자세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바랐다. 같은 대티즌닷컴의 2,3기 학생기자를 지낸 이상국(코리아나화장품 기획관리팀) 씨는 “온라인 사이트나 모임에는 수상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모여 팀을 이루고 활동하는 경우도 많고 경력자가 코치를 해주고 돈을 받는 알바도 성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기업도 대학생의 창의와 도전정신 그리고 실력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대학시절 많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는 김태원(의 저자) 씨도 공모전을 ‘배우는 기회’로 생각하기보다 ‘스펙’을 위한 행사로 보는 대학생들의 모습에 우려를 나타냈다. 사회학을 전공한 김 씨는 자신이 전공하지 않는 분야 등에도 자신의 역량 개발을 위해 뛰어듦으로써 수상의 영예보다 중요한 ‘실력’을 얻었다는 것. 실제 사회는 단순히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사실 하나로 개인을 인정하기보다 실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공모전을 자신의 ‘진짜’ 실력을 키우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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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공모전 중 자신의 역량을 키울수 있는 공모전은 과연 어떤 것일까.

공모전, Better than Yesterday

네이버 ‘아이디어+디자인 카페’에서는 ‘아이디어·디자인 실명제 정착을 위한 공모전’을 열고 있다. 현재 운영진은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5명의 대학동기들로 구성돼 있다. 제품디자이너 지상봉(31)·김영수(30)·정성목(29)·공간디자이너 장근식(30)·GUI 디자이너 선진희(28)가 그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수많은 디자이너가 배출되고 있지만 대중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스타급 디자이너는 그리 많지 않다. 이것은 기업들이 디자이너들의 높은 이직률을 문제 삼아 제품에 디자이너의 이름이 아닌 브랜드의 이름을 표기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저작권이 보호되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의 해결책 중 하나가 ‘아이디어·디자인실명제’다.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공모전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공모전의 방식도 독특하다. 네티즌의 추천과 댓글로 수상작이 결정되고, 2차적으로 운영진의 심사가 있으나 이 단계는 추천의 투명성을 확인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공모전의 취지에 맞게 출품된 작품은 모두 반환 가능하며, 저작권은 그대로 응모한 본인에게 귀속된다. 이 카페는 심사결과 선정된 좋은 아이디어나 디자인을 기업에 제안을 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은 전액 본인에게 돌아간다. 한 예로 카페 회원 중 한 명이 ‘사이언스골드’라는 신소재를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고자 별도의 공모전을 실시했다. 공모전을 주최한 이 카페 회원은 채택된 아이디어가 실용화될 경우 아이디어 제공자의 이름을 제품에 넣어주기로 했다. 현재는 그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아이디어가 실용화 단계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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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패자부활전 포스터.

이 카페에서는 공모전에 출품됐지만 낙선된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패자부활전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운영진은 “낙선작 중에도 기업의 심사기준에 못미쳤을 뿐 분명 좋은 아이디어나 디자인으로 짜여진 작품들이 많다”며 패자부활전 공모전을 통해 낙선작들이 대중의 시선에서 다시 한번 평가 받는 동시에, 참가자들에게도 단순히 한 번 출품하고 끝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작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좋은 공모전’으로 가는 길은 무엇일까. 이태호 씨는 “공모전을 택하는 학생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본다. 취업을 위한 이력서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해당?기업의 철학과 공모전의 의도도 생각지 않은 채?무작정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은?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이 취업난을 배경 삼아 학생들의 순수한 도전의식을 공모전이란 채널을 통해 지나치게 도구적으로 이용한다면, 공모전은 젊은 도전의 장이 아닌?투기성 짙은 도박판으로 변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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