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이제 음지에서 양지로

경영대 2학년에 재학중인 남모(21) 씨는 막 연습실에서 밴드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중이다.달리는 기차에 몸을 맡기고 눈좀 붙이려는 순간 머리를 뒤흔드는 두통과 함께 CAN의 ‘내생의 봄날은 간다’가 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그러나 귀에 이어폰은커녕, 주위에 음악CD를 광고하는 노점상도 없다.남 학우는 눈을 질끈 감기 시작한다.또 시작이구나.남 씨는 2년째 환청(분열성 정신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환각의 일종)으로 고생중이다.

경영대 2학년에 재학중인 남모(21) 씨는 막 연습실에서 밴드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중이다. 달리는 기차에 몸을 맡기고 눈좀 붙이려는 순간 머리를 뒤흔드는 두통과 함께 CAN의 ‘내생의 봄날은 간다’가 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귀에 이어폰은커녕, 주위에 음악CD를 광고하는 노점상도 없다. 남 학우는 눈을 질끈 감기 시작한다. 또 시작이구나.


남 씨는 2년째 환청(분열성 정신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환각의 일종)으로 고생중이다. 발단은 고3 중반 무렵 스트레스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뒤늦게야 신경정신과에서 병임을 인식하고 지금까지 투병 중이다.

그러나 남 씨는 소위 말하는 ‘미친놈’이 아니다. 주위에서 활달하고 낙천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학업도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러나 그가 ‘환청’ 이라는 병을 앓기 시작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주위 사람들이 그들과 자신을 다른 종류의 사람들로 보고 경계선을 그을 것 같아서 두렵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이 글을 읽고있는 독자들은 남 씨의 질환을 매우 특수한 사례라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특수하기 때문에 그렇게 선을 그을수도 있는거라고 이해할 것이다. 그리면서도 이렇게 남씨를 특별취급하는 사회의 편견은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 스스로도 쉽게 그 편견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 이러한, 소위 ‘정신병’은 매우 희귀한 케이스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울증 발병률 20%, 강박장애 발병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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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생애 어느때나 어느 시점에서 정신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가장 흔한 장애(여기서 장애라 하는 것은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를 의미함)인 ‘우울장애’의 경우 통합 발병률이 20%정도이며,(남자 12%, 여자 25%) 원치않는 행동이나 사고가 반복되는 ‘강박장애’의 경우는 발병률이 2.5~4%이다. 100명중 우울증 환자가 20명, 강박장애 환자는 3-4명 있는 것이다. 다른 정신장애(정신분열, 공포증, 공황장애 등)나, 남군과 같은 환각 증세또한 발병률이 1%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또한 각 질병은 상호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을 동시에 겪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서울임상심리연구소 심리상담가 윤화영 씨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자신을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 비율은 이보다 더 클 것” 이라고 한다. 또한 심리학자 Rachman의 연구에 따르면 정상인의 95%가 강박사고를 경험한다. 이것이 누구는 질환으로 발전하고, 누구는 일시적으로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면 정신질환에 걸리는 사람들은 개인적 심리구조가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일까. 즉 머리가 좀 ‘돌아’있어서 그런 병에 걸리는 것일까? 윤화영씨와 서울대학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이 말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물론 질환으로 발전하면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사람이 특이하기 때문에 질환이 발병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스트레스에 취약한 체질이 있는데, 그 체질이 스트레스 환경에 심하게 노출되면 정신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이므로 우리 누구나 정신질환이 발병할수 있고, 또한 평생 발병 안할수도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철저한 개인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정신질환을 보는 일반 사람들의 시선은 이와 같지는 않다. 정신질환에 대한 왜곡된 인식 서울에서 주부생활을 하고있던 최모(39)씨는 몇 년 전 병원에서 강박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결국 남편에게 털어놓게 되었는데, 덜컥 이혼을 당하게 되었다. ‘정신과를 다니면서 약물을 투여받고 있다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최모씨는 강박장애라는 병 앞에서, 남편에게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는커녕 멀리해야 할 ‘미친놈’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최모씨는 이혼 이후 심한 정신적 충격에 자살까지 생각했으나 다행히도 삶의 의지를 불태워 현재는 증상, 생활 모두 정상으로 돌아간 상태이다. 그러나 최모씨는 “이러한 예는 나만 있는것이 아니며,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이기지 못해 정말로 자살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부산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모(29)씨는 고등학교 진학 이후 공부에 대한 극도의 정신적 압박으로 인해 글자 하나하나에 집착하고, 성적인 생각을 주체할 수 없는 강박장애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스스로도 이것이 정신질환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자기같은 정상인이 그러한 병이 생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2년동안 그 증상으로 고생하다가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는데, 스스로 정신과를 다니는 자신을 용납할 수 없고,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의 사람들의 편견과 시선 또한 감당할 수 없어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겹쳐 일어나 수년간의 삶을 피폐하게 보내야 했다. 지금은 약물치료와 심리치료의 효과로 증상이 거의 회복되어 일상적인 삶을 계속하고 있지만, 김 씨는“정신질환에 따른 고통도 고통이지만, 이 괴로움을 더불어 누구에게 이 고통을 나눌수도 없이 10년간을 고독하게 살아왔다”고 호소했다. 그 10년은 어느 누구도 보상하지 못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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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학생들 중에서도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윤화영 씨는 “대학이라는 넓은 환경 안에 노출되어서 그에 따른 심리적 압박,의무감으로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농생대 2학년에 재학중인 이모(21)씨는 대학 1년동안 연애와 대인관계 문제로 심하게 고민하다 우울증 이 발병하게 되었다. 이 씨는 “나는 문제의 심각성을 일찍 인식하고 비교적 조기에 치료를 받았다. TV에서 우울증 걸려 자살하는 사람들 보고 한심하다 생각했는데, 걸려보니 비로소 그 기분을 알거같았다”고 토로했다. 이 씨의 경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덧붙여 윤화영 씨는 “대학생들은 발병률이 높지만 또 다양한 환경속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한다. 정신병이라는 것은 감기와 같아서 누구나 쉽게 걸리고 또 쉽게 나을수도 있는것”이라고 말한다. 정신질환이 ‘죄’ 인가요? 서울대학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현재는 그나마 많이 나아지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정신과를 다니는 사람들을 ‘낙인’찍어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정신과를 다니는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쉬쉬하면서 죄인처럼 지내지 않는다. 불안장애를 비롯한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의 질환자들이 모여서 치료자-환자-보호자로 구성한 ‘자조모임’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며, 활동도 매우 활발하여 서로간의 친목 도모 및 정보교환, 상호치료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모임 자체가 전무하다. 심리상담가 윤화영 씨는 “아직도 심리상담/심리치료는 이상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과거에는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과에서 권유를 받아서 오는 경우였다. 그만큼 심리치료의 영역이 일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이라고 하며, “상담자들의 괴로움은 증상 그 자체보다도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통을 말할 수 없고, 스스로도 상담받는 자신을 치욕스럽게 느끼게끔 하는 왜곡된 사회구조에 대한 괴로움이 더 크다”고 역설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정신질환, 심리치료가 ‘언덕위의 하얀집’의 존재처럼 멀리 있는 것이 오늘날의 모습이다. 정신질환, 이제는 인권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 과거 십몇년동안 우리 사회는 소외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운동들이 매우 활발하게 일어났다. 페미니즘 인권, 장애인 인권 활동등은 단기간 내에 급속도로 발전하였으며, 이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적 편견 또한 전격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십수년전이나 지금이나 그 인식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아직 우리 사회가 균형있고 진보된 사회가 되기에는 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식이 그러하니 그들은 이 질환이 들통날까봐 두려워 덮어놓고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각 질환에 대한 과학적인 실증 연구나 정보 축적이 힘들어지고, 그러한 자료들이 없으니 새로 발병하는 환자들은 자신들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인줄도 모르고 병이 만성화될때까지 혼자 괴로워하며 지내야 한다. 만성화된 후에는 당연 치료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정신병은 고치기 힘든 이상한 병으로 인식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권준수 교수는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이 회복의 극적인 전환점이 될 때는 비로소 자신이 앓고 있는 것이 ‘정신질환’ 임을 알게 되었을 때’ 라며, ‘그러나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도 없고, 정신질환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바라보는 환경에서 자신이 앓고 있는 것이 정신질환인줄도 모르고 지내는 잠재적 환자들이 정말 많이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는 학교마다 학교심리학자가 있다. 그곳에서 학업이나 생활 환경등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연구하고 고민있는 학생들의 전문적인 상담가가 되어주기도 한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나 그 시설을 이용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며, 미국에서 정신과/심리치료란,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당연한 권리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환자들의 인권이 활장화되고 자조모임도 활발해 질 수 있는 것이며 치료도 단기화가 되는 것이다. 서울대학교에는 ‘대학생활문화원’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는 학생들의 진로,생활상담과 더불어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는 심리검사 등의 서비스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학우들의 상담을 전담한다. 뛰어난 상담진을 확보하고 있으며 고급 서비스를 거의 무료로 이용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우들이 이곳의 존재를 잘 몰라 이용이 활성화되었지 않고, 안다 하더라도 가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거 같아서, 혹은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저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왜 ‘대학생활문화원’이라는 것이 학교마다 존재 하겠는가. 이것은 정신질환과 심리상담의 영역이 더 이상 특수한 영역이 아니라, 우리 일상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정신질환이 그만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사람들이 그 존재를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 좋은 웹사이트

?내마음고쳐- www.psychonews.co.kr

정신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포털 사이트. 인터넷 심리검사와 자가진단을 할 수 있으며, 각종 질환등에대한 자활모임들이 연결되어 있다. 각지의 병원과 상담기관또한 소개되어있어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서울임상심리연구소- www.yesucan.co.kr

강박증, 공포증 등의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 기분장애들을 중심으로 클리닉을 실시하는 심리상담 센터이다. 여기서 사이버 상담을 받을수도 있고 신사동에 연구소가 있어 직접 방문할 수도 있다.

?마음사랑- www.maumsarang.co.kr

전문 심리학자들이 모여 만든 심리상담 사이트, 전문가들이 운영하므로 신뢰도가 높으며, 성인/청소년/어린이 상담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알맞은 심리검사와 진단을 받을 수 있다.



대학생활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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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문화원은 학생회관 4층에 있는 전문 심리상담기관으로, 정신질환의 문제뿐 아니라 진로,학업, 대학생활적응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학생들의 고민을 받아준다. 상담가들은 각자 관련분야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하고 있으며, 저명한 심리학과 교수들도 이곳의 지도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상담을 받으려면 사전에 신청을 해야 하며, 보통 1주일에 1번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일반 사회에서는 몇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서비스이다. 특히 심리검사 서비스는 개인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현재 자신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 적극 이용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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