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을 바라보는 두 시선

同象ː영화 「괴물」의 흥행異夢Part1.「괴물」흥행은 한국 영화의 쾌거 그 자체야!-나선생씨의 이야기중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나선생(38)씨.그는 요즘 만성두통에 시달리고 있다.목을 조여오는 각종 할부금도 잊을 겸, 오랜만에 영화도 볼 겸 집 근처 기가박스 극장을 찾았다.그는 12개관 중 5개관에서 상영 중인 화제작 ‘괴물’ 을 보기로 한다.두시간 후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나선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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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夢Part1. 「괴물」흥행은 한국 영화의 쾌거 그 자체야!-나선생씨의 이야기중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나선생(38)씨. 그는 요즘 만성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목을 조여오는 각종 할부금도 잊을 겸, 오랜만에 영화도 볼 겸 집 근처 기가박스 극장을 찾았다. 그는 12개관 중 5개관에서 상영 중인 화제작 ‘괴물’ 을 보기로 한다. 두시간 후 영화를 보고 기분이 좋아진 나선생씨. 집으로 돌아가는 길, 주위는 어둑어둑해지고 바람결에 가을 냄새도 나는 것 같다. 기분도 좋은데 잠깐 목도 축일 겸 가까이 보이는 포장마차로 향한다. 아, 저요? 요새 괴물 안 보면 왕따잖아. 사람들이 온통 「괴물」 얘기를 하니까, 안 보고는 사람들이랑 대화가 안 되더라고. 그래서 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본 건데, 좋더라고. 잠깐만요.(손을 번쩍 들어 주인을 부른다.)아저씨! 여기 소주 한 병이랑 골뱅이 주세요~ (테이블에 놓인 신문에 ‘괴물,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제목의 칼럼이 보인다.)아니 도대체 왜, 영화가 잘 돼도 문제라는거예요? 네? 음, 20일만에 천만 명이 한 영화를 관람했다는 게 사실 좀 비정상적인 일이긴 하죠 물론. 관객 싹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에요. 근데 이를 두고 한국인들의 쏠림 습성이 드러난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라니. 독재와 식민지 역사가 한쪽으로 몰리는 습성을 만들었다나 뭐라나.. 참(담배를 꺼내 문다.) 근데 이 쏠림현상이란 게, 공동체에 속해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보편적 정서 아니겠어요? 「괴물」의 특수한 상황을 어떻게든 설명해내야 하는 평론가들의 고충은 충분히 알겠어요 참. 허허 그렇지만 요즘의 아전인수격 해석은 정말 도를 넘어선다는 기분이 들어. (담배 연기 한 모금 내뿜고, 소주잔을 들이킨다.) 캬~「괴물」은 한국영화의 쾌거야, 쾌거. 그렇지 않아요? 근데 이 영화를 가지고 스크린쿼터를 위협한다느니, 저예산 영화를 먹어치우는 괴물이라느니. 「괴물」은 우리나라 영화가 헐리우드 대작과 동등하게 겨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거야. (신문을 뒤적이다 김기덕 감독이 앞으로 한국에서 자기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고 말한 인터뷰 기사를 본다.)이 분 참.. 꼭 투정 부리는 것 같지 않아요? 자기의 수준 높은 영화를 이해 못한다고 관객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괴물」처럼 사회적인 메세지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제시하는 게 좋지 않아요? 나는요, 「괴물」을 보면서 미국과의 관계며, 국가권력이라는 거대한 괴물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구요. 영화를 봐, 미군이 우리나라의 위기상황에 작전을 지시하고 또 국가는 무고한 사람들을 현상수배하잖아. 이렇게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점을 시사해주는 괜찮은 영화를, 상영관이 좀 많다고 비판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 문화산업훈장은 못 줄망정. 참 내.(혀를 끌끌 차며 소주를 마신다. 골뱅이 한 점을 우걱우걱 씹는다.)이 골뱅이, 왠지 낯이 익은데? 허허.「괴물」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해외 시장에서 우리 나라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또 큰 의미가 있죠. 뭐 들어보니까 개봉 전에 이미 70억원이나 해외 판매 수익을 올렸다더만. 참 대단해. (약간 나른하게 취한 상태. 얼굴색이 붉다.)뭐 물론, 봉 감독도 이런 말을 했다더라고. 한 영화가 스크린의 절반을 독식하는 게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인 것 같다고. 아까도 말한 거 같은데… 이런 현상이 정상은 아니지. 근데 음, 배급구조나 제도적 장치에 문제가 있다면 이번을 계기로 해서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거대 제작사와 배급사와의 유착 문제는「괴물」이전에도 있어왔던 거고. 다만「괴물」이 관객 수가 많이 들어서 비난의 화살을 맞는 게, 한국영화 팬으로서 안타까울 따름이야.나 사실 한국영화 많이 사랑하고(딸꾹), 가끔 예술영화 전용관도 찾아가고(꺽) 하는 사람이라고. 이번에 스크린쿼터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도 너무 마음 아프고(감상에 젖은 표정)잘은 모르지만, 예술영화는 예술영화대로 상업영화는 상업영화대로 각각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장치가 새로 마련될 필요는 있을거야. 그건 나도 공감해. (소주잔을 들어 올리며)어쨌든, 괴물 참 대단한 영화 아니에요? 자, 괴물 목소리나 한번 흉내내볼까 크으~크으~(괴물 소리) 아 미안해요. 내가 취했나봐. 아무튼, 한국 영화의 발전을 위해 짠!(기분 좋게 소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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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夢

Part2. 「괴물」은 그야말로 영화 산업의 불균형을 드러내는 ‘괴물’이야-표매진씨의 이야기

극장 기가박스에서 근무하는 표매진(29)씨. 그녀는 요즘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괴물」을 보려는 관객들이 연일 이어져 전관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평소보다 일이 두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거기다 작년 초 독립영화 감독인 동생이 만든 영화가 극장을 구하지 못해 아직 개봉 못한 것을 떠올리면 마음이 착잡하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각, 다음 근무자와 교대 시간이 다가왔다. 새벽 일찍 출근한 후 고된 노동으로 인해 오늘도 지친 몸으로 귀가 준비를 하는 그녀. 탈의실 벽에 걸린 「괴물」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포스터를 3초 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고 가방을 챙긴다.)휴, 그야말로 ‘괴물’이지. 안 그래요? 얼마나 많은 작은 영화들을 먹어 치웠을까.. 세상에, 우리나라 극장 전체의 절반인 620여개 스크린에, 좌석의 68%를 한 영화가 차지하다니. 참 대단해요 대단해. 오죽하면 김기덕 감독이 더 이상 한국에서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고까지 말했겠어요. 「괴물」을 ‘괴물’으로 만들어버린 우리 한국인들의 쏠림현상도 문제야. 요즘 괴물에 쏟아지는 관심을 보면 마치 광기어린 것 같아. 어유, 무서워(치가 떨린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떤다.)(바닥 한 구석에 버려진, ‘스크린쿼터 사수’라는 글씨가 적힌 색바랜 전단지가 보인다) 참,「괴물」 때문에 스크린쿼터 무용론자들은 신이 났을 거에요 아마. 「괴물」이 할리우드 영화와 동등하게 겨룰 수 있는 우리나라 영화의 경쟁력을 보여줬다나, 그래서 이제 할리우드 영화가 들어와도 우리 영화 시장은 흔들리지 않을거라나.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웃음) 한 영화만 관객 동원력을 가지면 뭘해요. 다양성 측면에서, 저예산 영화의 입지가 더 줄어들어 힘들어질텐데. 괴물도 애초에 상영 기회가 있었기에 관객을 만날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런데 이제 이게 이것 봐라, 스크린쿼터 줄여도 한국영화 잘 되지 않냐 하면서 스크린쿼터 완전 폐지 주장의 논리로 이용되면 안 되지 않겠어요?(말을 하다 동생의 일이 생각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사실, 한국영화의 배급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비록 극장서 말단으로 일하긴 해도 나도 어느 정도 알거든요. 들어보니, 거대 배급사 서너 개가 한국 영화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더 큰 문제는 거대 제작사와 배급사, 극장이 손을 잡고 있다는 거죠. 영화산업이 수직적으로 계열화되어 있고. 독점을 만드는 영화 제작-배급의 시스템이 고질적이에요. (가방을 싸다 말고 잠시 거울을 바라보다 파우더를 꺼내 살짝 펴 바른다.)저예산으로 만드는 독립영화들에 대해 제작 지원뿐만 아니라 상영 기회도 줘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독립영화 제작에는 적게나마 지원이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극장에서 상영 기회를 못 잡아서 독립영화인들이 고민이 많거든요. 영화란 게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니까, 아무리 잘 만들어도 보여지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거잖아요. 그런 기회를, 거대한 자본이 투입된 상업 영화 뿐 아니라 작은 영화들에게도 줘야 영화 산업 전반이 건강해질 수 있는 거겠죠.(파우더를 다 바르고 보니 입술이 파리하다. 이번엔 립스틱을 꺼내 바른다.)좀 감정적으로 말은 했어도 나 역시 「괴물」, 참 재밌게 봤어요. 해석 나름이겠지만, 영화에서 읽히는 정치성도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구조적 모순에 따른 스크린과 좌석 싹쓸이는 영화 자체와는 별개의 얘기 아니겠어요. 관객들이 똑같이 한 편의 꽤 괜찮은 영화를 보는 거랑, 두세 편의 괜찮은 영화를 보는 거랑, 어떤 게 더 바람직한 상황일까요? 뭐 물론, 내가 바람직함을 말하는 게 오만할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화장을 다 고치고 문으로 향하다 잠시 멈춘다.)그러니깐 뭐랄까, 이를테면 스크린 독점의 폐해, 마이너리티(저예산 영화) 쿼터제나 프린트 벌수 제한, 극장 부율 문제라든가 영화 스탭의 처우 개선 등도 이번 기회에 본격적으로 얘기되어야 겠죠. 다른 산업에 적용되는 공정거래 규칙이 영화 산업에도 적용될 필요에 대해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영화가 관객과 어떻게 상호적으로 건강하게 소통할 수가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 나가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괴물」이 어떤 의미에서건 대단한 영화긴 한 것 같네요. 그쵸?(웃음)(문을 열고 나간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 점점 멀어진다.)phot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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