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무지와 반감이 충돌할 때

한국과 중국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참배를 둘러싼 일본에서의 찬반 논란을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공식참배를 둘러싼 일본에서의 찬반 논란을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한 아마 많은 한국인과 중국인은 왜 일본에서 공식참배를 찬성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목소리 큰 우익, 아직은 소수야스쿠니 신사에서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를 강렬하게 떠올리는 한국과 중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 일본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 찬반이 대립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에서는 군국주의를 찬미하고 과거를 정당화하는 세력, 야스쿠니 신사가 다시 한 번 일본의 제국주의화를 지원하는 시설이 되는 것을 기대하는 세력이 강한 것이라고 인식돼버릴지도 모르겠다.물론 현재의 일본에서도 야스쿠니 신사가 과거에 행했던 제국주의 찬미를 분명히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그 과거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나, 앞으로 다시 야스쿠니 신사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적다. 한국·중국의 언론에는 어떻게 비치는지 몰라도, 일본에서 그런 사람들은 명백히 소수다. 일부 우익의 생각이 어떻든, 적어도 현재의 일본에서는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의 제국주의화를 부추긴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야스쿠니 신사 참배해봤다” 4.4% 뿐야스쿠니 신사는 전몰자를 추도하는 곳이니까 신성한 장소라는 이미지는 있다. 하지만 참배시설로는 도무지 친숙한 곳이 아니다. 민간 조사회사 IMI의 조사를 보면 야스쿠니 신사에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20.2%에 지나지 않았고, 참배를 위해 방문한 사람은 4.4%밖에 안 됐다. 위치는 도심 한 가운데 있으므로 찾아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그다지 어려운 장소는 분명 아니지만, 약 80%의 사람들은 발을 들여놓은 적조차 없다. 대부분은 공식 참배 문제 등으로 뉴스가 됐을 때 소위 ‘야스쿠니 문제’라는 것 외에 자신의 생활 속에서 야스쿠니 신사를 만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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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 전경. 메이지 시대 이래 전몰자를 추도하며 국가에 대한 충성을 고취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현대 일본에서 이 곳을 찾는 이는 많지 않다.

또한 현재 많은 일본인은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다. 2005년 7월에 IMI가 A급 전범의 합사 경위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을 때 ‘죽은 사람은 모두 평등하니까, 전쟁범죄자라고 해도 모시는 것이 당연하다’는 종교적 사고방식에 따르는 응답자가 59.8%에 달했다. 반면 이것이 ‘극동국제군사재판은 승자의 일방적이고 위법한 재판이므로 그 희생자는 전사한 것과 같다’는 판단에 의한 결정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27.7%에 지나지 않았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어떤 사람이 모셔져있는가’를 2001년 8월 아사히 TV가 조사한 결과, 전사한 군인과 군속이라고 답한 사람이 약 60%였지만, 국민의 3분의 1은 민간인 전쟁희생자도 모셔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 판단하는 일본인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서 일본의 군국화를 염려하는 것은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과잉반응에 불과하다.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하고 싶다?!한편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문제에 관한 모든 여론조사에서, 참배를 긍정하는 이유로 ‘공적으로 나라를 위해 죽은 사람에 대해 공식적으로 국가에서 위령해야 하므로’라는 의견과 ‘외국의 반발 때문에 그만두는 것은 이상하므로’라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두 번째 의견이다. 참배를 반대하는 근거로 ‘한국·중국이 반발하니까’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야스쿠니 신사가 어떤 시설인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한국·중국에 대한 혐오나 막연한 반발때문에 ‘비판받으니까 역으로 야스쿠니 참배를 찬성한다’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일본리서치센터의 2005년 여론조사에서 ‘한국에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일본인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66.8%가 ‘한국의 강한 반일감정’을 골랐다(복수응답). 반일감정이 반한감정을 부르고, 그것이 다시 반일감정을 유발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자국 중심적 외교에서 벗어나야안타깝지만 일본에서 왜 한국·중국이 강경 자세를 취하는지 생각해보려는 자발적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오히려 반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후세대에서는 ‘우리들까지 비판받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언제까지 비판할 건가?’라는 불만도 있다. 이것은 일본이 전후 냉전구조 속에서 과거의 역사를 총괄 청산할 기회를 잃어버린 영향일 것이다. 이는 분명 한국, 중국에게도 비극이다.하지만 민주화가 진전된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성공적인 외교를 위해서는 한중일 모두 외교에 자국 국민의 진의와 반응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대국 국민의 진의와 반응 또한 마음에 두는 외교를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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