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대 총학은 무엇을 남겼나

49대 총학생회의 탄생은 그 시작부터 서울대 학생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화려한 이력과 파격적인 구호로 무장한 그들은 ‘SUPRISE’란 선본명답게 서프라이즈한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다가왔다.하지만 학생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 것이라는 기대가 큰 탓이었을까.황라열 전 총학생회장의 거짓 이력이 밝혀지고, 여러 정책 결정에 있어서 뜨거운 이념 논쟁을 겪었다.

49대 총학생회의 탄생은 그 시작부터 서울대 학생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화려한 이력과 파격적인 구호로 무장한 그들은 ‘SUPRISE’란 선본명답게 서프라이즈한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학생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 것이라는 기대가 큰 탓이었을까.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의 거짓 이력이 밝혀지고, 여러 정책 결정에 있어서 뜨거운 이념 논쟁을 겪었다. 그 때문인지 기력을 잃은 듯한 49대 총학은 화려했던 등장과 달리 조촐하게 무대에서 내려왔다. 과연 서울대 학생사회는 유례 없는 총학생회장 탄핵과 자진 사퇴, 수많은 논쟁을 겪는 흐름 속에서 무엇을 얻었을까.등장, 명확했던 ‘반(反)권’ 대 ‘운동권’의 선 긋기“서울대생은 바보가 아니다! 학생 정치 조직과 총학생회의 완전한 분리는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 총학생회의 할 일은 학생들의 의견 수렴 및 다양성의 확보이지, 계몽이나 일방적인 사상의 강요가 아니다.” 지난 봄 49대 총학생회 선거 정책 자료집에서 밝힌 ‘서프라이즈’ 선본의 슬로건 중 일부다. 지금까지 서울대 총학선거에서 ‘학교로’처럼 반권을 표방한 선본이 여럿 나왔고 당선된 사례가 또한 있다. 허나 ‘서프라이즈’는 화려한 이력과 파격적인 구호 등 이전의 반권 성향의 선본과 다른 ‘SUPRISE’한 모습을 보여 준 끝에 득표율 45.75%로 당선됐다.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의 이력 탓이었는지, 당시 경쟁 후보로 나왔던 소위 ‘운동권’ 학생정치조직 선본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는지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서프라이즈’ 선본은 그 등장부터 ‘반권’ 대 ‘운동권’이라는 굵직한 선을 그었고 그것이 많은 서울대생들에게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동아리연합회장 반수길(경제 99) 씨는 “운동권과 반권이 구분 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처음부터 학생사회를 일방적으로 재단해서 이끌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선 긋기, 소통의 딜레마에 스스로 빠져“학생들과 소통하는 통로를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 현재 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소통의 부재’에서 나왔다고 본다.” 황라열 전 총학생회장이「대학신문」과의 당선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그러나 그것은 딜레마였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운동권과의 확실한 선긋기를 하고 나선 49대 총학에겐 소통의 길이 험난했다. 더구나 49대 총학은 이미 소통의 타깃마저 정해 놓은 모습이었다. 농생대 부학생회장 김지윤(동물생명공학 04) 씨는 “49대 총학은 소위 ‘운동권’의 말은 듣지 않겠다는 입장이 강했다”며 “그들은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만 학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0일 ‘49대 서울대 총학은 모든 학정조와의 분리를 선언합니다’라는 한총련 탈퇴 성명서를 발표한 후 총학의 행보는 더욱 분명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일어났던 총학과 운동권 성향의 총운위원들 간의 논쟁에 대해 전창열(동물생명공학 04) 씨는 “서로 간에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이 많았다. 서로 많이 부딪치고 이해하는 모습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photo5‘소통’은 사라지고 학생사회에 이념의 ‘껍데기’만 남겨비단 총학만이 아니었다. 서울대 학생사회는 대립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소통’이란 키워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학생사회 전반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에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담론’보다는 ‘세론’이 총학게시판과 스누라이프를 뜨겁게 달궜을 뿐이다. 시작은 아크로 집회 금지였다. 아크로 문제는 집회의 자유와 학습권이라는 가치관의 충돌로 파악할 수 있지만 뒤이은 한총련 탈퇴 선언은 다른 모습을 띠었다. 학생운동에 대한 이념 논쟁을 일으킨 것이다. 한총련 탈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는 것에 황라열 씨는 스누라이프에서 “이에 대해 딴지를 걸 수 있는 대상은 서울대내의 세상 물정 어두운 운동권 친구들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황라열이 잘하는거 보다는 운동권이 꼴통 짓’, ‘운동권들이 지무덤을 판 듯’, ‘운동권 놈들이 언제는 합의하고 일 저질렀나’ 등의 네거티브적 비방을 쏟아냈다. 이 후 평택 대추리에서 다친 학생들에 대한 후원문제와 보건의료노조 학내진입 및 폭력문제에서는 더욱 분명한 ‘반권 대 운동권’의 모습이 제단 됐다. 논란의 핵심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이념의 껍데기뿐이었다.이처럼 알맹이 없는 논쟁의 모습은 결국 ‘황라열 총학생회장 탄핵’을 통해 서울대 학생사회의 뼈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지산(철학 03) 씨는 그 동안의 논쟁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드러난 실체에는 껍데기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49대 총학도, 소위 말하는 ‘운동권’도, 논란이 됐던 ‘일반 학우’도 황라열 탄핵 이후나, 수많은 가치관과 이념상의 논쟁의 결과 이후에 대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49대 총학, 학생사회 변화를 자극하다photo349대 총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학생회를 만들겠다며 신선한 모습으로 학생사회에 등장했다. 하지만 등장부터 퇴장에 이르기까지 그들 뿐 아니라 서울대 학생사회는 구시대적인 논쟁의 모습을 좀 더 극단적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지난 7월 28일 송동길 총학생회장 (직무대행)의 사퇴로 49대 총학은 학생사회에서 사라졌다. 그동안 수많은 사건과 논쟁 속에 49대 총학이 서울대 학생사회에 남긴 논쟁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이 이념 논쟁이었든지, 다양한 가치관에 대한 몰이해였든지, 반권과 운동권의 대립이었든지 중요치 않다. 지금까지 벌어졌던 많은 논쟁들은 새로운 학생사회에 필요한 실질적 담론과 그 과정에 대한 고민을 낳았다. 송동길 씨는 사퇴하며 “서울대에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학생사회는 새로운 변화를 고민할 원동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49대 총학이 남긴 수많은 논쟁들은 새로운 변화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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