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리티는 우리의 미래다

바람난 할머니의 고백, 할아버지 장례식 후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나 섹스도 해.안 한지 15년 만에.듣기 싫어도 나 얘기해야겠다.나 요즘 생전 처음 오르가즘이라는 걸 느껴.내 나이에 내가 이럴 수 있다는 거 너희들 이해가 안 되지.얘, 너희들 솔직하게 살아야 되는거다, 솔직하게, 내 느낌대로.그렇지 않으면 사는 게 아냐.나는 지금의 이런 내가 좋아.아주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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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할머니의 고백, 할아버지 장례식 후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 나 섹스도 해. 안 한지 15년 만에. 듣기 싫어도 나 얘기해야겠다. 나 요즘 생전 처음 오르가즘이라는 걸 느껴. 내 나이에 내가 이럴 수 있다는 거 너희들 이해가 안 되지? 얘, 너희들 솔직하게 살아야 되는거다, 솔직하게, 내 느낌대로. 그렇지 않으면 사는 게 아냐. 나는 지금의 이런 내가 좋아. 아주 행복해. ” – 병한의 대사 중

임상수 감독의 에서는 제목 그대로 어린 아들을 제외한 모든 가족 구성원이 바람을 피운다. 엄마와 아빠가 각각의 애인과 밀애를 즐기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이미 한번 놀란다. 하지만 가장 심하게 관객의 뒷통수를 치는 것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할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폭탄선언’이다. 알콜중독자로 평생을 살아온 남편 대신 초등학교 동창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그녀의 나이는 흔히 ‘노인’ 이라고 분류되는 60세이다. 온 국민이 월드컵에 들떠있던 2002년, 노인의 성을 직접적으로 다뤄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박진표 감독의 에서는 실제로 복지관에서 만난 70대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출연하여 생생한 날 것 그대로의 성생활을 화면에 재현해낸 바 있다. 결국 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고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실에서 사실상 상영불가조치를 받은 감독은 몇몇 부분을 삭제하고 뿌옇게 처리함으로써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노년의 성, 껄끄럽거나 혹은 무관심하거나 사실 대중들이 에 나오는 정도의 성관계 묘사 장면을 기존의 매체에서 접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영화에는, 장르를 불문하고 소위 ‘러브신’이 감초처럼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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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 충격을 불러 일으킨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구강성교와 성기노출 장면 때문이 아니라 그 장면의 주인공이 70대의 노인이라는 데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일은 매우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나 노인의 사랑은 특별한 것으로 취급된다. 노년기는 모든 사람이 거치게 되는 과정이며 사랑 또한 살아있는 이상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라는 당연한 사실을 잊는 경우가 많다. 각종 영화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성생활의 주인공은 언제나 젊은 사람들이며 화면 속의 성관계는 실제보다 미화되어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하지만 늙은 육체가 등장하여 사랑을 나누는, 그것도 매우 현실적인 장면은 보는 이에게 생경함을 불러일으켜 당황스럽게 만든다. 애초에 ‘노인의 성’이라는 키워드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거부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기 이전에 노인을 아예 성과 관련지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심 모(사회과학06) 씨는 ‘노인의 성’ 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부적절한 표현같지만 노인에게도 욕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 했고, 이 모(정치05) 씨는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노인을 탈성적인 존재, 나아가 무성적인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 흔히 육체가 나이를 먹으면 성욕의 정도가 줄어들며, 성적 정체감이 없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듦과 성욕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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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황홀한 로맨스, <죽어도 좋아>

인간은 기본적으로 종족 보존의 본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노인의 성은 생식의 의미를 띄고 있지 않으며, 생산의 의무와도 관련이 없다. 그렇다면 생식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노년기의 성욕 또한 줄어들까? 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보다 노화에 따른 외형상의 기능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발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며 고환이 작아지고 사정력도 감소한다. 그러나 신체상으로 드러나는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성욕을 지배하는 남성호르몬은 크게 감소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30세를 기준으로 약간 감소하지만 건장한 남성 노인의 경우에는 성인과 비슷한 남성 호르몬 분비량을 나타내고 있다. 성욕의 경우만 놓고 봤을 때 젊은이와 별 차이가 없으며 신체적 능력이 감소되었다고 해서 성적 행동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 노인의 경우 나이가 들면서 에스트로겐이 감소하여 질의 모양과 신축성, 분비액의 양 등이 변하지만 여성호르몬을 보충하거나 간단한 치료를 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 할 수 있는 문제다. 실제로 신체적 능력이 쇠퇴한다고 해서 쾌감을 느끼지 못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섹스를 신체의 능력과 결부시키는 문화는 육체의 쇠퇴를 빌미로 성이라는 부분을 노인의 삶에서 거세하는 결과를 낳았다. 인간의 성욕은 신체의 건장함보다는 성적 상상이나 기억, 정서 등의 두뇌 작용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계명대학교가 대구 지역 60세 이상 노인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 대상 중 배우자가 있는 노인의 51%가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흔히 노년의 성생활은 건강에 해롭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는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오히려 적당한 성생활은 호르몬을 분비해 노인들의 면역체계를 도우며 뇌를 자극해 치매를 막아준다고 한다. 사회가 씌운 가면,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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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노인에게 젊잖은 조언자의 가면을 씌운다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러한 관계 속에는 의무가 따르며 상대방이 기대하는 형상으로 나의 정체성을 형성해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노인에게 현명하고 정숙한 조언자의 역할을 기대한다. 전통적인 유교사상은 ‘효’ 를 행할 수 있을 정도의 모델을 만들어내야 했기에 노인들을 더욱 ‘공경할 만한 대상’ 으로 상정했다. 유교 사회에서의 성행위는 자식을 생산하기 위한 과정일 때만 의미를 가진다. 욕구를 억제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사회는 특히 여성에게 더 무거운 도덕의 책무를 부과하곤 했다. 마포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한 할머니(71)는 노년의 이성교제에 대해 “할아버지들 한테는 자유로운 면이 필요하긴 하지만 할머니들은 정숙할 필요가 있고, 교제가 있더라도 건전한 수준에서 그쳐야한다” 고 말했다. 다른 노인들 역시 자연스럽게 호감이 오가더라도 그것을 이성간의 관계로 확장시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노인의 성문제를 다룬 연극 ‘해빙’ 의 연출가 이기호씨는 “노인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어른’ 이라는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에 도덕적, 윤리적으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성문제와 같이 민감한 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더 사회가 요구하는 가면을 쓴다” 고 말했다. 가족이 씌운 가면, 할머니와 할아버지 노인의 경우 가족 내에서 연장자로서의 책임과 역할 모델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다른 가족 구성원 역시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를 무성적인 존재로 여기게 된다. 또한 평소에 노인의 황혼 연애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도 그 대상이 자신의 부모가 된다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어머니의 경우이거나 할머니의 경우일 때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한양대 생활과학연구소 서병숙 교수가 최근 전국에 거주하는 기혼남녀 277명을 대상으로 ‘노인 재혼에 관한 기혼자녀의 시각’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아버지의 재혼에 찬성한 사람은 35%인것에 반해 어머니의 재혼에 대해서는 14.8%만이 찬성했다. 황혼 재혼이 부모님의 경우일 때, 이러한 보수성은 심화되며 여성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만약 자신의 할머니가 황혼 연애를 시작했다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냐는 질문에 심 모씨(수교05) 는 “아직은 그런 경우가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이기에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는 꺼려질 것 같다” 고 말했다. 가족 내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성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각은 사회에서 노인의 성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확장된다. 고령화 사회, 황혼의 성은 모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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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로맨스가 등장하는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보건사회연구소에 따르면 노인인구가 10%에 이르는 2005년 실버산업의 규모는 25조원에 이르고 2010년에는 4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간 젊은 미혼 남녀를 대상으로 운영되었던 결혼정보회사에서도 실버미팅을 주선하는 등 노년기의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노인의 삶 전반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 성은 인간에게 살아있음의 표상이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특히 노년기의 성은 유희로서의 온전한 즐거움을 즐길 수 있는 성의 측면이 부각된다. 노인들이 성과 사랑을 향유할 수 있는 욕망을 지닌 존재라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우리 모두의 섹슈얼리티가 본래의 자리를 찾을 것이다. 노년의 성은 모두의 미래이자 현재이자 과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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