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추진, 아직도 유효한가
인터넷, 한일간 소통의 장(場)인가, 망언의 장인가
재개발 블루스

인터넷, 한일간 소통의 장(場)인가, 망언의 장인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한일간 독도문제가 불거지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강경책을 발표하면서 했던 말이다.우리 나라 국민들은 속이 시원했겠지만 일본인들은 분노했고, 일본정부도 독도문제에 대해 더 강력히 대응하게 됐다.반대로 일본 정치인들이 해마다 내뱉는 망언들은 한국 국민들을 격노하게 했다.이처럼 예전에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말을 통해 간접적으로 타국 국민들과 소통했다.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 한일간 독도문제가 불거지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해 강경책을 발표하면서 했던 말이다. 우리 나라 국민들은 속이 시원했겠지만 일본인들은 분노했고, 일본정부도 독도문제에 대해 더 강력히 대응하게 됐다. 반대로 일본 정치인들이 해마다 내뱉는 망언들은 한국 국민들을 격노하게 했다. 이처럼 예전에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의 말을 통해 간접적으로 타국 국민들과 소통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예전과는 달리 한일간 문화 교류가 활발해지고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본 국민들의 말을 ‘직접’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인터넷의 보급은 뛰어난 접근성으로 실시간 대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한일간 소통의 장을 확대했다. 지금까지 망언의 재생산에 그쳐왔던 한일간 소통이 과연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인가.일본을 즐겨봐? 인조이 재팬!

###IMG_0###

인터넷, 과연 한국과 일본 국민들의 진정한 소통 공간이 될 것인가, 망언의 장으로 전락할 것인가. 일본 관련 사이트 중에 선두주자는 단연 네이버 인조이재팬(http://enjoyjapan.naver.com)이다. 2002년에 개설된 인조이재팬은 일본 웹사이트 번역과 검색, 일본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한일간에 이해의 폭을 증진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인조이재팬이 여타 일본 소개 번역 사이트와 다른 점은 바로 번역게시판 서비스이다. 한국 누리꾼들이 올린 글은 일본어로 곧바로 번역되어 일본 누리꾼들이 쉽게 볼 수 있고, 일본 누리꾼들의 글 역시 한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인조이 재팬은 완벽한 소통의 도구로서는 아직 부족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상업성이 전제됐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몇몇 게시판에서는 여전히 비난일색의 소통을 답습하는 양상이 보인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인터넷, 소통의 장場을 확장하다

###IMG_1###
한 일본 누리꾼이 일본의 신형 휴대폰을 소개하고 있다.

인조이 재팬의 몇몇 게시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소통의 양상은 과거와는 달리 상당히 친밀하고도 광범위하다. [패션/코스메틱] 게시판이나 [휴대폰/가전제품] 게시판은 이 사이트 내에서 얼리어답터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정보 교환이 활발하다. ‘금년 여름의 애용품'(pa_ch), ‘세계 최초 잡음 소거하는 휴대 음악 player'(suppaman) 등 자신이 구입한 제품의 평가를 공유하거나, 카탈로그 사진을 올려 신제품의 출시를 알리는 게시물도 종종 눈에 띈다. [한일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의 게시판은 최근의 한류 열풍을 반영하고 있다. 드라마 게시판 등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누리꾼들이 재미있는 작품들을 서로 추천해주는 등 민간문화전도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재미있는 일본드라마를 추천해달라는 한국 누리꾼들의 요청에 평균 10개 이상의 리플이 달리는 것은 기본이다. ‘melong05’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일본 누리꾼은 ‘대장금’, ‘겨울연가’ 등 한국드라마를 좋아해서 블로그에 감상평을 남기는 친한파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여행이야기] 게시판이다. 이곳에서는 여행 후기 및 사진을 통해 특정 지역을 홍보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여행 정보 교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누리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예를 들면 ‘서울에서 광주로 가는 비행기 운임을 가르쳐 달라’는 일본 누리꾼의 질문에 ‘그냥 기차를 이용해도 3시간 정도이니 비행기가 필요없다’ 등 한국 누리꾼들이 친절하게 답변을 달아주는 식이다. 한일간의 소통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한일 네티즌들, 젊은 세대들부터라도 서로 폄하하지 말고 공존하면서 잘 지내자(foryou0313)’ ‘한국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많은 리플 감사합니다(mocchi)’ ‘나는 한국 매니아입니다. 한국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유쾌한 나라라고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살고 있는 사람들도 유쾌합니다.(syringe_man)’ 등 많은 누리꾼들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일 vs 혐한, 근거없는 욕설이 난무하는 것은 문제인조이 재팬은 한일 소통의 장으로서 기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한 면이 많다. 그 이유로 우선 인터넷이라는 매체 자체의 한계를 들 수 있다. 익명성과 비대면성이라는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각 게시판에서는 상호 비방이 매우 격렬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익명성에 반일, 혐한 감정이 섞여서 ‘쪽바리’, ‘조센징’ 등의 속어가 난무한 실정이다. 게다가 많은 게시판에 주제와 관련없는 글들이 올라온다는 점도 문제이다. [밀리터리]게시판에 ‘한국의 저질스러운 문화’라든지 ‘일본인은 왜 키가 작나요?’ 등의 시비성 글들이 올라오고, 난폭한 댓글이 달린다.

###IMG_2###
[테마토크] 게시판에는 유난히 상호비방 글들이 많다.

특히 [테마토크] 게시판은 한일 누리꾼 간에 상호비방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곳이다. 올해 월드컵에서 한국이나 일본의 경기가 있는 날엔 서로에 대한 비난과 욕설로 게시판이 전쟁터나 다름 없었다. 호주전에서 일본이 맛본 쓰라린 역전패에 대해 한국 누리꾼들은 ‘고소하다’, ‘일본 원숭이는 캥거루에게 어쩔 수 없는 듯’ 등의 댓글로 일본 누리꾼들을 자극했다. 반면 토고전을 치른 한국 대표팀을 두고, 일본인들은 ‘신이시여, 프랑스 스위스가 한국한테 다 이기게 해주세요!’, ‘개발도상국은 축구를 좋아한다’, ‘심판의 힘이 없으면 승리할 수 없는 나라’ 등의 선정적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두 번째 문제점은 한국 누리꾼이 일본 누리꾼에 비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문제를 유발한다. 하나는 일본인 수가 적다보니 한국 여론이 우세하며, 그에 따라 한국 여론에 편향된 글들과 댓글들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한국인끼리만 댓글을 달고, 일본인의 댓글은 ‘가뭄에 콩 나듯’ 달린 글도 많아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한국인이 수적으로 우세하다보니 누리꾼 예절을 지키지 않고 게시판이 자기 것인 마냥 도배를 하거나, 근거없이 일본 비방을 남발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세 번째는 번역의 문제로, 자동 번역이 아직까지 완전한 의사 소통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번역 수준은 한국어의 경우 맞춤법과 띄어쓰기만 잘 지키면 일본어로 90%이상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통신용어나 괴상하게 비틀어서 쓴 한국어를 쓴 경우, 이해는 커녕 번역이 전혀 되지 않는 심각한 상황에 이른다. “그러면효. 저는 이러케 할께효” 의 글을 쓰게되면 일본어로는 “グロミョンヒョ. 私はこのようにハルケヒョ” 라고 번역되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일본인은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일본어의 경우, 조사의 쓰임이나 종결어미의 쓰임을 한국어로 완벽하게 번역하기엔 아직까진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왜 인조이재팬을 방문하십니까’라는 기자의 글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한국(또는 일본)을 알고싶어서’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 중에 한 한국 누리꾼은 ‘인조이재팬은 찌질이들이 싸움만 하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돼 한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중에도 서로 교류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접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댓글은 지금의 인조이재팬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편협한 민족주의와 교류에의 소망이 공존하는 곳, 완벽하지는 않지만 희망을 보여주는 곳, 그래서 한국과 일본 누리꾼들이 꾸준히 접속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 바로 인터넷이라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계속된 정치, 외교적 갈등은 감정의 골만 더 깊게 만들었다. 이런 총체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하다. ‘겨울연가’ 등의 한일 문화 교류가 일본 국민들로 하여금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하는데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것처럼 말이다. 한일간 인터넷 공론장도 마찬가지이다. 무분별하게 비난하는 대신 더 나은 소통을 위해 한일 누리꾼들이 협력하고 고민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에 인터넷은 ‘가깝지만 먼’ 한·일을 하나로 묶어주는 진정한 소통의 장으로 거듭날 것이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재벌개혁 추진, 아직도 유효한가

Next Post

재개발 블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