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는 사회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논술, 면접과 관련한 서울대의 발표는 거의 모든 기성 언론들이 중요하게 다루며, 입시와 관련된 서울대 총장과 입학관리본부장 그리고 ‘익명의 관계자들’의 발언은 대부분 기사화된다. 비단 입시뿐만이 아니다. 서울대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다른 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기사가 검색된다. 그러나 이런 ‘서울대’ 기사들 중에는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되고 선정적인 것들이 있어서 문제가 있다.과장되고 선정적인 ‘서울대’ 기사‘서울대’와 관련된 기사 중에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논술, 입시뿐만이 아니라 학내의 사건 혹은 동정 기사들도 있다. 예를 들어 ‘“걔, 양다리야” 사생활 줄줄 새는 서울대 ‘스누라이프’’(「쿠키뉴스」 2006년 11월 24일자), ‘서울대 포털 ‘학사행정’ 서비스 중단’(「서울신문」 2006년 11월 24일자)이 그것이다. 이런 사건들은 서울대생들의 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런 소재가 기성 언론에서 다뤄짐으로써 사회구성원에게 알려질 만큼 중대한 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또한 ‘서울대 화학부 홈커밍데이 ‘성황’’(「연합뉴스」 2006년 11월 4일자)이라는 기사는 단순히 화학부의 동정을 보도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여러 기성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 조덕환(사회과학 06) 씨는 “내가 비록 서울대생이라 서울대 관련 보도에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으로 봤을 때 과연 기삿거리가 될 만한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지적했다.한 때 서울대 총학생회 홈페이지와 스누라이프에서는 「국민일보」 김상기 기자에 관한 비판적인 글이 올라왔었다. 그가 쓴 ‘빈축사는 서울대 이기주의…주민요청 셔틀 정류장 이전 거부’(「국민일보」 2006년 8월 21일자)라는 기사 때문이었다. 이 기사에서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아침에 서울대입구역에서 시내버스를 타려는 시민들과 셔틀버스를 타려는 학생들이 뒤엉켜져 혼잡하다고 전하며, 이에 경찰 관계자가 서울대 본부 측에 셔틀버스 정류장을 이전해달라는 요청을 했으나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는 봉천동에 사는 주민의 인터뷰와 정운찬, 이장무 총장의 연설을 인용해 지역사회의 편의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서울대 이기주의를 비판했다. 그러나 서울대생들은 서울대입구역의 혼잡한 상황을 분석하면서 이 기사가 단순히 ‘서울대 이기주의’에 초점을 맞춘 과장되고 선정적인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경찰 관계자가 제시한 셔틀버스 정류장 이전 요청 장소는 기존 장소보다 도보로 두 배의 시간이 걸리는 곳이다. 이런 장소로 정류장을 옮긴다면 오히려 서울대입구역에서 정류장이 가까운 시내버스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늘어나 역 부근이 더 혼잡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김상기 기자가 쓴 기사에서는 셔틀버스 이전과 관련하여 서울대 본부와 학생들의 의견은 단지 ‘이전하면 불편하다’식의 입장 밖에 없는 것처럼 서술해 서울대가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것처럼 왜곡, 과장했다.이번 국정감사 때 김춘진 열린우리당 의원은 헌혈의 집이 설치된 대학들의 헌혈률에 관한 자료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아 이를 발표했다. 이를 보도한 기사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서울대생 헌혈률 전국 대학 중 “꼴찌”’(「세계일보」 2006년 10월 20일자), ‘서울대생 헌혈은 ‘꼴찌’’(「경향신문」 2006년 10월 20일자), ‘서울대생 헌혈 참여 저조’(「YTN」 2006년 10월 20일자)였다. 기사의 내용 또한 김춘진 의원의 자료를 인용해 18개의 대학 중에 서울대생의 헌혈률이 10.9%에 그쳐 17위를 차지했다고 전하며, 18위인 공주대의 경우 서울대와 달리 헌혈의 집을 연중 운영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서울대가 헌혈률에서 꼴찌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보도 행태에는 문제가 있다. 기사 제목에서는 전체 서울대생들의 헌혈률이 낮은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 자료는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한 학생의 비율이다. 그런데 기사들의 제목은 헌혈의 집에서 헌혈한 학생의 수가 적다는 것을 전체 학생의 헌혈률로 확대 해석한 것이다. 또한 대학별 헌혈률 1위를 차지한 동의과학대학은 헌혈을 할 경우 학점이 인정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맥락은 전혀 살피지 않은 채 단순히 ‘서울대생의 헌혈률이 낮다’라고만 기사를 씀으로써 ‘서울대생의 이기주의’가 심각한 것처럼 과장하는 기사가 된 것이다.‘서울대’ 기사 어떻게 나오나?이러한 기사들이 일차적으로 생산되는 곳은 서울대학교 내에 마련된 출입기자실일 것이다. 이 기자실에는 하루 평균 약 10명의 기자가 상주한다. 이들은 서울대뿐만 아니라 관악경찰서를 비롯해 관악구 전체를 담당하는 사회부 기자들이다. 서울대 출입기자들은 캠퍼스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를 취재할 뿐만 아니라 사회 현안에 대해 코멘트를 할 수 있는 교수들을 본부 측에 요청하기도 하며, 입시철에는 주로 입시와 관련된 정보를 취재한다. 이런 활동들은 타 대학의 출입기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단지 대학만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학이 속해 있는 구(區)의 경찰서 등을 담당하는 사회부 기자라는 면에서도 비슷하다.그러나 상주 기자의 수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A대학 상주 기자의 수는 3~4명에 지나지 않으며, B대학 역시 5명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A대학의 상주 기자들은 A대학 외에 주위 타 대학들이 많은 편이라 이에 대한 취재 때문에 A대학 출입이 적은 편이다. B대학 역시 구(區)의 경찰서가 대학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기자들의 출입이 적은 편이다. 이런 기자 수의 차이는 ‘서울대’의 기사가 타 대학에 비해 많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주 기자 수의 차이와 이에 따른 기사 수의 차이는 관심의 차이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서울대는 ‘국내 최고’ 대학으로 불리며 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언론의 타겟이 되기 마련이다. 이에 유독 ‘서울대’ 기사들 중에 과장되고 선정적인 기사가 많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호근(사회학과) 교수는 “서울대는 사람들의 인식에 중요한 기관, 표준이 되는 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러한 인식이 기자들로 하여금 ‘표준’에서 잘못된 것을 찾고 비판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한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기자들이 이러한 의식을 과도하게 가져 정보부족에 의한 잘못된 기사나 지나치게 부분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춘 기사를 많이 쓴다”라고 지적했다.이제는 ‘서울대’를 넘어서서울대는 국립대라는 위치와 ‘국내 최고’라는 위상으로 대학 입시의 표준이 되어 왔으며 교육열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는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학벌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가 갖는 권력은 매우 크다. 그러므로 ‘서울대’의 기사를 많이, 그리고 비중 있게 다루려는 언론을 비판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과 기사를 선정적으로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언론은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다. 대중은 언론을 통해 사회 현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기성 언론들이 서울대에만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면 대중들 역시 서울대를 ‘지나치게’ 국내 최고 대학으로 여길 것이며 결국 이것은 학벌주의 강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는 기성 언론들이 ‘서울대’를 넘어서는 저널리즘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