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9일. 제 17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가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참여정부의 민생살리기 정책이 실패했다는 여론의 평가가 줄을 잇는 상황이어서, 2007년 대선에 국민들이 갖는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한나라당, 과열되는 강자들의 대결 국민적 기대에 발맞춰 각 정당과 대선 예비주자들은 대선을 미리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중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까지 가세해 대결 양상을 벌이고 있다. 세 주자들의 출마가 확실시 되면서 각 선거캠프마다 정책들을 구체화 시키는데 여념이 없는 듯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청계천 복원 사업의 성과에 힘입어 더욱 거대한 물줄기,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2차 민심대장정을 떠나면서 학자의 이미지를 버리고 트럭과 작업복이 어울리는 서민적인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박근혜 전 대표도 각종 강연회에 참석해 “대선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른바 ‘빅3’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과열된 당내 경선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데 사이버 상에서 난무하는 각종 비방글은 아름다운 경쟁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장 임태희 의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당이 중심이 돼 온라인상의 문제를 자제하자는 모임도 만들고 서로 대화를 통해서 풀어가고 있다”며 빅3를 기본으로 하되, 다른 후보들도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경선 때까지 당에 역동성을 더해갈 것이라는 각오를 보였다. 열린우리당, 흥미진진한 정계개편 드라마5. 31 지방선거 완패 이후 열린우리당은 침체기를 겪었다. 대선후보로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그 지지율이 한나라당 예비주자들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낮은 정당지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에서는 이제 정계개편을 통한 새로운 당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고건 전 총리를 영입해 통합신당을 창당하자는 파와 전당 대회를 통해 재창당 하려는 파, 소수의 중도 정당 지지파로 의견이 나뉘고 있지만,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하겠다는 부분에서는 동일한 입장을 보인다. 기득권을 버리고 모든 것을 국민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 계획된 오픈프라이머리는 어떻게든 변해야만 살 수 있다는 열린우리당의 자조적인 목소리를 담고 있다. 한편 100만 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역선택과 과도한 비용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위한 선거법 개정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 열린정책연구원의 공욕득 책임연구원은 “ 100만 명이나 되는 인원이기에 역선택은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비용 부분에 대해서도 선관위에서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 외의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일축했다.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현행 선거법에 대한 해석상의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문제되는 사안”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민주노동당, 대선을 징검다리 삼아 제1야당으로민주노동당은 북한 핵실험 이후 당내 갈등이 심화됐다.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소위 민노당 간첩단, 일심회 사건으로 당은 큰 곤욕을 치렀고 이는 지지도 하락의 원인이 됐다. 얼마 전 진보정책연구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정당지지가 후보지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정책기획실 한경석 국장은 “일체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창당 이후부터 해결해야 할 지속적인 과제였다. 좀더 민주노동당다운, 좌파적이고 진보적인 의제들을 뚜렷이 선정하고 얼마나 대중적인 동의를 얻느냐가 관건이며, 노력해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며 이를 수긍했다.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조합 사업만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에 대해 한 국장은 “그러한 사업이 대단히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너무 부각되는 것 같아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타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그리고 그는 유럽 사회연대기금 같은 제도를 한국식으로 도입해 노동자들과 함께 이 사회를 변화시킬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이는 2002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업그레이드 판이라 소개했다. 고착화된 지지층과 지지율에 대한 문제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하지만 당선을 목표로 하는 타 당들과 달리 2008년 총선의 제1야당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갖는 만큼, 민주노동당에게 있어서 이번 대선은 정치의식적인 시민권을 갖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고착화된 당 이미지 변화 필요이처럼 각 정당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대선후보 선출 방식에 있어서도 입장 차가 확연하다. 열린우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다크호스를 기대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당원과 국민 50:50의 선출방식을 지향한다. 여의도 연구소장 임 의원은 “국민이 믿고 맡길 만한 좋은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모든걸 열어놓고 선택해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원들을 제외시킨다면 정당의 존립 자체가 국고 보조금을 받기 위한 것이 돼 버리지 않는가”라며 한나라당식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50:50에서 국민 참여 인원이 몇 만 명으로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민주노동당은 선출방식을 아직 논의 중이며, 연말쯤 돼야 가시화될 것이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당원이 국민들에게 상품을 내놓는 것이 정당의 기본이라는 의견에는 변함이 없다. “국민 여론조사를 완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아직 그 가능성은 낮다. 큰 틀은 유지하면서, 당 주변의 광범위한 지지층들이 이해관계를 가지고 참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라는 민주노동당 정책기획실 한 국장의 말이 이를 대변해준다.각 당의 고착화된 이미지에 대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언론은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도에 대해 참여정부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한 반발심리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서민층이 기본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함의를 품고 있는데, 이렇듯 한나라당이 가진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부자당 이미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말만 앞서고 실행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당의 정체성 문제로 귀결되고 있고, 이를 정책으로 흡수할 것인지 여부는 당 차원에서 계속 논의 중이다. 민주노동당이 가진 시민단체 이미지는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각인효과에 의한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당의 좁은 지지층이라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한 국장은 “전 국민 노동자, 농민, 서민을 중심에 두고 차츰차츰 지지층을 넓혀가는 행보를 갈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러한 다짐이 실천돼야 한다. ‘빵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승리는 불가능 내세우는 정책의 접근법에 차이를 보일 뿐, 내년 대선의 이슈가 세금 논쟁과 민생안정 등 ‘빵의 문제’가 될 것임에는 각 정당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세금을 적게 거둬서 정부가 적게 써야 한다는 입장이라면 열린우리당은 공평과세를 이룩하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얼마 전 소득임금연대전략(가칭)을 통해 고임금 노동자의 세금을 올리고, 사회기득권층에게도 증세해 사회복지기금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누가 더 민생을 풍요롭게 하는 개연성있는 정책을 내놓는가가 중요한 측면으로 부각됨에 따라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지역주의나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 대선 즈음에 부는 바람(風)과 같은 한국 정치의 구태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대선에 뜻이 있는 예비주자들은 시류에 편승할 생각을 하기 보다는 남은 1년 동안 보다 더 심도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며, 이것이 현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차기 대선에 바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