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이데올로기 인상을 벗고 진보적인 층도 끌어안는 자세가 필요서울대저널(이하 저널)|유시민 의원이 손 전 지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한나라당에서 극히 예외적인 인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나라당색이 약하다는 평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손학규(이하 손)|한나라당이 가지지 못한 것, 한나라당의 미래를 손학규에서 발견하자는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아직도 많은 젊은이들에게 구식, 보수, 심지어는 보수꼴통으로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나라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며 보수주의를 표방하더라도 끊임없이 혁신하는 보수여야 한다.저널|‘한나라당이 가지지 못한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손|친기업적이라든지, 기득권 세력을 옹호한다든지, 반공이데올로기에 집착한다든지, 이런 인상이 많이 남았다. (앞으로는) 서민층을 적극 대변해야 하고 더 적극적으로 남북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또 젊은층, 이념적으로 진보적인 층도 끌어안는 통합적 자세가 필요하다.저널|손 전 지사가 다른 스펙트럼을 안는 것이 한나라당에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손 전 지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한나라당의 핵심지지층이 그로 인해 손 전 지사를 덜 지지하는 것 아닌가?손|핵심지지층의 경우 물론 전통적인 한나라당의 색을 가진 사람을 더 편하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러 있는 한 한나라당은 재집권 가능성이 없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층을 아무리 뭉쳐도 집권가능세력은 안 된다. 외연을 넓혀야 한다. 여기에 손학규의 역할이 있다.열린우리당은 집권 연장을 위한 정계개편 보다는 지난 실정 만회에 집중해야저널|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만약 두 예비후보에 비해 자신이 경쟁력을 가진다면 어떤 부분인가? 손|대선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나는 민생 현장을 더 깊이 파악하고 이에 바탕을 둔 정책개발, 국가 비전 확립에 치중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리더십으로 ‘MVA 리더십’을 생각하고 있다. 국민은 높은 도덕성(Morality)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Vision.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또 구체적인 실천능력(Ability)을 가져야 한다. 나는 그동안 민주화운동, 인권운동을 통해 치열하게 싸워 왔고 경기도지사를 하며 세계를 향해 뛰는 리더십을 단련해 왔다. 경기도 지사,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민생에 도움이 되는 구체적 실천능력을 보여줬다고 자부한다.저널|‘오픈프라이머리 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손|경선 참여에 대해서는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고할 날이 있을 것이다. 다만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가능성의 문은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저널|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손|열린우리당은 집권연장을 위한 정계개편에 몰두하기 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남은 1년 3개월 임기 동안 어떻게 실정을 만회하고 경제를 회복시킬까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저널|정계 개편의 결과가 한나라당 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손|여당이 집권을 위해 정계개편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전개될 것이다. 앞으로 한참 가야 하니까 지금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농민들의 한미FTA 반대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저널|이제부터는 현안에 대한 질문이다. 북한 핵실험에 대해 정부는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가?손|나는 소속 당과 상관없이 포용정책을 지지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와 국제공조를 통해 전쟁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해 그동안 견지한 개혁적인 모습과 다르다고 한다. 물론 선제공격을 하는 등의 대안은 안 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개혁적인 자세는 북핵 저지다.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저널|출자총액제도와 수도권규제를 폐지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손|경제 활성화는 일자리 수에 따라 좌우되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국가는 기업을 잘 뒷받침해야 한다. 기업은 회계투명성을 높이고 그에 따라 국가는 관료적 족쇄를 풀어야 한다. 출총제와 수도권규제는 이런 원칙 하에서 검토해야 한다. 다만 수도권규제는 지방경제 활성화와 연계해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저널|최근 반대여론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미FTA 체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손|민심대장정을 하는 동안 농촌에서 시위 한 번 안 간 사람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농민들의 반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세계적인 추세인 한 이를 거스를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FTA가 타결되더라도 농촌을 보존하고 지킬 수 있는 바탕을 만드는 것이다. 고령화된 농촌의 미래를 단순히 시장논리로만 재단하지 말고 보다 나은 환경을 만드는 차원에서 접근하면 재정지원도 늘릴 수 있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영화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산업 전반의 산업적 인프라를 강화해 중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국민연금제도의 우선순위는 서민과 가난한 사람에 둬야저널|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립대를 법인화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손|앞서 교육이 바뀌려면 교육의 자율화가 관건이다. 국립대 법인화도 중장기적으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 또한 급선무다. 현재 대학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GNP 대비 0.4%에 불과한데 이걸 1%까지 끌어올리도록 노력하겠다.저널|국민연금제도의 올바른 시행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손|기초노령연금 지급은 어찌 보면 월급쟁이 호주머니를 털어서 농촌이나 도시지역의 가난한 노인들을 돕자는 취지다. 지금 내가 각론을 얘기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정책의 우선순위는 서민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두고 상대적으로 더 가진 사람들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정신에 입각해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비전투어 토론회에서도 곧 노후복지를 다루는데 여기서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저널|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데 그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손| 젊은이들은 정의감이 강하니까 도덕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테고 내가 미래지향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민심대장정에서의 서민적인 모습을, 경기도지사 시절의 업무수행능력을 높게 보지 않았을까.저널|끝으로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손|서울대생은 국민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만큼 서울대생에 대한 기대가 있으니 그에 부응하도록 자기단련을 해야 한다. 자신을 어떻게 완성할지,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지를 생각하며 꿈을 그려야 한다. 자유는 젊은이들의 가장 큰 무기다. 생각이 자유롭고 행동이 자유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