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시대에 청계천 주민들이 유입난곡은 흔히들 아는 ‘달동네’ 중 하나다. 달동네는 한국전쟁 이후 정부가 무허가주택의 건설을 고지대에 허락해 주면서 형성됐고, 이후 농촌에서 서울로 유입된 인구가 이런 곳에 정착하면서 달동네가 만들어 졌다. 난곡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는 형성과정을 거쳤으나 박정희 시대 때 청계천 공사를 하면서 근처에 살던 빈민들을 난곡으로 실어 날랐다고 한다. 이랬던 난곡은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재개발을 겪으며 최신식의 아파트를 받아들이는 등 많은 현대식 건물의 모습을 선보였다. 그럼에도 재개발이 시행되지 않고 이전의 달동네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곳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재개발이 진행되지 않은 난곡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삶은 아직도 열악하기만 하다. 집 위의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전깃줄과 실외로 나와 있는 LPG가스통은 화재의 위험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난곡에 거주한 지 38년 되었다는 한 할아버지는 “도시가스는 안 들어오지. 예전에는 기름보일러 쓰고 했는데 그나마 기름 값이 비싸지니까 요즘은 다 연탄보일러 쓰고 그래. 이마저도 없는 집은 힘들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한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난곡은 수해가 잦은 곳이다. 홍수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이며 인명피해가 발생한 적도 있다. 잘 정비되지 못한 하수도가 비 때문에 역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시에서는 난곡의 하천을 정비했으며 철다리를 놓아줬다. 이렇게 열악한 생활기반 속에서 난곡 주민들은 상추와 같은 작물을 조그마한 밭에서 일구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재개발, 이젠 말만 들어도 지겨워난곡주민들 역시 요새의 큰 관심거리는 바로 재개발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개발이 시행되면 빈민들의 처지가 나아질 거라고 예상하지만, 실상은 거리가 멀다. 대부분의 난곡주민들이 임대주택에 입주하지 못하고 오히려 난곡 주변에 밀려난 채 정착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을 통해 난곡은 없어지지만, 이들이 가는 곳에 다시 새로운 난곡이 생기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거주지는 반지하나 연립주택으로 악화된다. 한 할아버지는 “이 동네도 재개발된다고 해서 난 지금 집 팔고, 근처에 빌라에 세를 들어갔어. 그런데 모르겠어. 이 동네 재개발은 대통령 선거 있을 때마다 나온 말이니까”라며 담배를 물으셨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말하신 빌라도 허름한 달동네의 연립주택일 뿐이었다. 다른 할머니는 “여기도 차이라는 게 있어. 집 있는 사람이야 집 팔고 이사 가지, 나 같이 집 없는 사람은 어찌할지 모르지. 어차피 ‘된다 된다’ 하다가 안 되겠지, 뭐”라고 말하시며 계속해서 박스를 주웠다. 이들의 공통된 대답에서 재개발에 대한 불신을 찾을 수 있었다. 이들에게 재개발은 실행된다고 말해도 그다지 믿을만한 정책이 아니며 만약에 실행이 되면 그들을 오히려 더욱 심한 가난에 빠트리는 위협일 뿐이었다. 자신의 지역이 재개발되는데 난곡의 주민들은 오히려 타자화되고 빈곤화돼간다. 주민 없는 재개발과 사라지면서 동시에 새로 생겨나는 난곡. 이러한 모순 속에서 난곡 주민들은 오늘도 힘겨운 삶을 지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