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베가스를 떠나며…

하루 14시간 / 손발이 퉁퉁 붓도록 / 유명 브랜드 비싼 옷을 만들어도고급 오디오 조립을 해도 / 우리 몫은 없어,우리 손으로 만들고도 엄두도 못내 / 가리봉 시장으로 몰려와 하청공장에서 막 뽑아낸 싸구려 상품을 / 눈부시게 구경하며이번달엔 큰맘 먹고 물색 원피스나 / 한 벌 사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박노해 재개발로 사라지는 가리봉 벌집촌구로 공단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우리나라 산업화의 핵심 공간이었다.

하루 14시간 / 손발이 퉁퉁 붓도록 / 유명 브랜드 비싼 옷을 만들어도고급 오디오 조립을 해도 / 우리 몫은 없어,우리 손으로 만들고도 엄두도 못내 / 가리봉 시장으로 몰려와 하청공장에서 막 뽑아낸 싸구려 상품을 / 눈부시게 구경하며이번달엔 큰맘 먹고 물색 원피스나 / 한 벌 사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박노해 재개발로 사라지는 가리봉 벌집촌구로 공단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우리나라 산업화의 핵심 공간이었다. 어린 공원들이 상경하면서 공단 주변은 속칭 ‘벌집’ 이라 불리는 단칸방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90년대 이후 점차 재래식 공장이 사라진 이후 구로는 공단 밀집지역에서 ‘디지털단지’ 로 변모했다. 지금의 가리봉은 패션 아울렛, 벤쳐 타운으로 변화했지만 여전히 가리봉1, 2동 일대에는 2평 남짓한 벌집이 400~500여곳 남아있다. 공원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조선족들과 한족이 채우면서 가리봉거리는 작은 중국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불법체류자가 대부분인 외국인 노동자들과 갈 곳 없는 독거노인들, 사회 소외계층이 모여 마지막으로 남은 벌집의 불을 밝히고 있는 ‘가리베가스’ 도 재개발 소식에 희비가 엇갈린다. ‘가리베가스’ 는 중국과 동남아의 노동자들이 가리봉동에 모여 독특한 색채를 이룬 탓에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이제 마지막 남은 이곳의 벌집촌도 사라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가리봉 시장의 김포부동산 관계자는 “얼마 남지 않은 벌집촌을 모두 밀어버리고 재개발이 시작된다고 들었다” 고 얘기했다. 기자가 찾은 가리봉 거리에는 중국 노래방, 중국 음식점들의 간판이 불을 밝히는 위로 가리봉동의 재개발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휘날리고 있었다. 가리봉에서는 더욱 불가능한 주거권 보장양대웅 구로구청장은 과거 취임사에서 ‘벌집이 사라지고 그 땅에 고층 아파트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며 과거 공단의 칙칙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하자고 다짐한 바 있다. 구청으로서는 벌집촌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담되는 모양이다. 벌집촌이 사라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마 조선족들은 사정이 조금 낫지만 한족들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온 불법체류자이다. 언제 관의 단속에 언제 걸려들지 모르는 이들에게 다른 지역의 판자촌이나 쪽방촌 주거민들이 외치는 주거권, 정주권은 먼 나라의 공허한 이야기일 뿐이다.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중국 여성들은 만명이 넘는다. 가리봉 1동 중국인교회 담당 목회자는 “대부분이 브로커를 통해 결혼하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이혼을 원하지만, 이혼하면 갈 곳이 없다”고 가리봉 중국인 여성들의 처지를 전했다.벌집촌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관의 노력이나 정책이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난곡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 주거 개선을 위한 정책이 나온 적 있습니까?” 라고 반문하며 자기 국민들에게도 이뤄지지 않는 주거권 보장이 여기서 가능할 리가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공단 오거리에 넘치던 젊은 공원들이 만들어낸 벌집촌, 그리고 90년대 이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만들어낸 가리베가스의 하늘에는 희망과 구름 대신 재개발을 위한 고공트레인만이 떠 있다. 이곳 가리봉 벌집촌 주거민들은 95% 이상이 세입자이기에, 더군다나 대부분이 외국인이기에 별천지로 거듭나는 가리봉을 뒤로 하고 또 다른 쉴 곳을 찾아 말없이 헤매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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