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학기부터 정부학자금대출은 새롭게 개편됐다. 정부보증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부모의 신용과 상관없이 학생 본인의 신용으로 쉽게 대출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수혜자도 기존 15만 명에서 25만 명으로 10만 명 정도가 늘어났다. 직전 학기에 12학점 이상 이수, 평균 평점이 70점(100점 만점, C학점에 해당)이상 등의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다면 정부학자금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이번 학기 정부학자금대출을 받은 김모 씨는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대출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며 “집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학생들에겐 매우 유용한 서비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대출 이율이 너무 비싸고 여전히 대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는 불만이 일고 있다.학자금이 너무 비싸요!지난 10월부터 ‘無이자 학자금 대출 서울대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고리대 정부학자금 반대, 무이자 학자금대출 전면실시’, ‘학자금 대출 혜택 대상 확대’, ‘학교차원에서의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등을 요구하는 탄원 서명 엽서 보내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7%에 이르는 정부학자금대출 이자율이 영국(1.3%), 일본(3%), 미국(5%) 등에 비해 높다고 지적하고, 학자금 대출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자율과 이수학점, 성적제한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운동 본부장 최진혜(약학 03) 씨는 “등록금의 문제라기보다는 학생의 공부할 권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당장 학자금이 부족해 공부할 수 없는 사람들에겐 너무나도 절박한 문제고 사회적인 차원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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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팔아도 이자 못 갚는다!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운동본부 |
대출자의 수가 늘어난 반면 학생들의 실질적인 부담이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대출 이자율의 반액을 지원했던 것과는 달리 정부 보증 제도로 바뀌면서 학생이 이자율을 전액 부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8%대(2005년 1학기)의 금리가 6%대(2005년 2학기)로 낮아지긴 했지만, 학생들이 부담하던 이자율은 4%대에서 6%대로 올라 실제 이자부담은 늘어났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학자금대출의 이자율은 6.84%로 사회대 등록금 기준으로 1년에 400만원씩을 대출받고 10년 거치기간에 10년 상환기간을 둔다면 총 상환금액은 33,078,420원이다. 운동본부는 ‘근로자 서민 전세자금 대출’이나 ‘근로자 서민 주택 구입자금 대출’의 이자율이 5%내외인데 비해 학자금 대출의 이자율은 너무 과도한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전국대학생 교육대책위(교대위)’가 벌이고 있는 무이자 학자금 대출 전면실시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http://unichange.org)엔 다음과 같은 학생들의 의견이 올라와 있다. ‘교육재정 6%확보의 약속만 지켜도 다 해결 됩니다’(아주대학교, 김상규), ‘솔직히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하는데, 한달에 무려 10000원 가량의 이자가 빠져 나갈 때마다 허리 휩니다. 이게 무슨 부모마음 학자금 대출입니까’(계명대학교, 김세환), ‘무이자가 아니더라도 이자율을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연세대학교, 박요한), ‘이자율이 너무 비싸지만, 울며 겨자 먹기. 빚쟁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는 현실’ (중앙대학교, 강기현)신용보증 거절당한 학생들10월 26일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재정경제위원회 소속)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금융공사는 2005년 2학기 188명, 2006년 1학기 822명, 2학기 6천999명에게 대출 보증을 거부했다. 심 의원은 이에 대해 “학자금 대출제도의 취지가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교육을 도중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딱한 젊은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는 것인데, 대출을 거절당한 7천 명 중 상당수는 어떤 이유로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어서 제도 도입 취지에 비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금융공사의 학자금신용평가 시스템(SCSS)에 대해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자금 대출 보증 미승인 기준에 사용되는 한국주택금융공사의 SCSS의 내부심사정보는 9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내부심사정보 중 ‘학교급 구분 & 소재지’ 항목은 대학의 학제와 학위과정, 학교 소재지가 반영되어 있어 지역차별 논란과 “대학선배들이 연체한 정보 때문에 후배들이 대출을 받지 못한다”는 항의가 일고 있다.무이자 학자금 대출은 시장논리 거부하는 발상교육인적자원부 학자금정책팀의 김정호 사무관은 『서울대저널』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정부의 역할은 신용의 창출”이고 “정부는 학생이 대출받은 원리금을 상환 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최종 변제책임을 부담하는 보증책임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도 매월 수만 명의 학생이 연체를 하고 있으며 이를 정리시키기 위하여 학자금대출신용보증기금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외국과의 일괄적인 비교는 부적절하다며 “현재 우리가 가진 자원 범위 내에서 연간 50만명의 학생에게 10년,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학자금을 대출할 수 있는 방법은 현행 제도 이외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학생들 사이에 일고 있는 무이자 학자금 대출 요구에 대해서는 “시장논리를 거부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금년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방글라데시 유누스 총재가 운영하는 그라민은행에서 조차도 소정의 금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할 경우 가수요가 생겨 대출 경쟁이 심화되지만 학비가 절실히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무이자 혜택이 보장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사무관은 누군가는 돈의 값을 치러야 할 상황에서 “정부와 학교는 예산상의 이유로 이자를 대납할 방법이 없고 따라서 아직까지는 수요자 부담의 원칙에 의해 학생들이 부담해야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무이자 대출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 “정부에서는 학비 직접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위하여 무이자대출 및 저리대출 대상자를 확대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려는 지속적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전체 학생에 대한 무이자 지원은 시장논리에 부응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 테이블이 마련돼야각 대학의 이자 보조는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2003년부터 이자 보조를 시작한 고려대는 올해에도 360명의 이자를 대신 내줄 예정이며, 인하대(2,800여명), 한양대(2,886명), 경희대 등도 학자금 지원대책을 마련해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들이 직접 나서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일부에서 ‘이자 대신 내줄 돈이 있으면 교육재정을 늘리는 게 낫지 않냐’라는 지적이 있지만 최진혜 씨는 “단계적인 문제로 보고 있다”며 “동유럽 나라들의 교육이 무상에 가까운 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온건한 요구다”라고 말해 계속해서 운동을 벌여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 씨는 “무엇보다 승리하는 교육투쟁을 하고 싶다”며 “모두의 문제인 대학 등록금과 교육문제를 논의 할 수 있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해 무이자 학자금 대출 운동이 그러한 합의의 시발점이 되길 바라는 뜻을 내비쳤다. 중요한 것은 실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도가 마련되는 일이다. 정부, 학교, 학생 3자간의 대화가 보다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