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반대논리는 유효해

들끓던 반대여론은 지금 어디에 있나photo1「동아일보」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미FTA 체결과 관련해서 국민들은 ‘찬성’(45.1%)이 ‘반대’(41.1%)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수치상으로는 큰 차이라고 할 수 없지만 ‘반대’(49.5%)가 ‘찬성’(30.1%)을 크게 앞질렀던 지난 6월 말의 여론(한국리서치 조사)을 생각하면 근래 여론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들끓던 반대여론은 지금 어디에 있나

photo1「동아일보」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미FTA 체결과 관련해서 국민들은 ‘찬성’(45.1%)이 ‘반대’(41.1%)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치상으로는 큰 차이라고 할 수 없지만 ‘반대’(49.5%)가 ‘찬성’(30.1%)을 크게 앞질렀던 지난 6월 말의 여론(한국리서치 조사)을 생각하면 근래 여론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정책기획팀의 김동규 씨는 여론이 찬성 쪽으로 기울어 가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많은 돈을 들여서 홍보에 박차를 가하는데 반대세력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실제로 국정홍보처는 한·미FTA 광고를 위해 9월말까지 총 38억 1700만 원을 지출했는데 추석을 앞두고는 11개 신문에 전면광고를 싣는 데 총 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했다. 한편 국정홍보처의 한·미FTA 홍보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오보를 정정하고 정부의 논리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지하철광고나 신문 등을 통한 홍보물에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신문광고 중 하나는 한·미FTA 협상단에서 농업분과장을 맡고 있는 배종하 씨가 고향에서 농업에 종사하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 광고는 “나라의 이익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FTA 협상을 두고 저희끼리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다시 각오를 다그친다”는 등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문구로 채워졌다. 이처럼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을 사용하면서까지 여론을 찬성 쪽으로 끌어가려는 것은 한·미FTA가 ‘대외협상’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이근(서울대 국제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협상)대상국을 상대로 협상을 하지만 그 대외협상을 원활히 하기 위해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협상을 한다”며 국내여론이 협상에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이근 교수 “한·미FTA를 비판하는 이론적 근거 아직 유효하다”photo2 그렇다면 여론이 찬성으로 기울어 가는 만큼 한·미FTA를 둘러싼 의혹도 해결돼 간다고 볼 수 있을까? 이근 교수는 반대논리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그는 “한·미FTA에는 이론적 근거가 없다”며 정부가 ‘사회 각 부분이 어떤 연결고리로 연결돼 어떻게 돌아가느냐’에 대한 분석 없이 낭만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컴퓨터 모델 돌린 거 하나만 가지고 어떻게 (한·미FTA의 영향을) 다 알겠느냐”며 “정부의 연구에는 정태적인 분석은 돼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분배 등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동태적인 분석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미FTA의 이론적 근거가 부족함을 재차 꼬집었다. 이 교수는 지난 8월 중순 미래전략연구원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 국가의 주요 산업, 특히 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미래의 성장동력은 소위 말하는 규모의 경제(scale economy)를 가진 산업들이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보다는 우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3국의 시장에서 경험학습(learning by doing)의 효과로 경쟁력을 제고한 후 세계시장에서 선진국과 경쟁해야 하는데, 한·미FTA는 오히려 순서가 거꾸로 간다”며 한·미FTA 추진논리를 비판한 바 있다.한편 한·미FTA 협상의 각론에 대한 비판은 3차 협상에서도 어김 없이 쏟아졌다. 애초에 한국 측이 미래유보를 했던 도박시장이 유보안에서 삭제된 것이 드러나자 각 언론사들은 ‘미국 도박시장 개방 요구’라는 요지의 기사를 잇따라 내놓았고 정부는 「국정브리핑」을 통해 “제네바 협약에 의거하여 공중 도덕, 질서에 관한 규제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NAFTA 체결 이후인 2002년, 미국 Thunderbird Gaming사가 사행성게임 규제를 이유로 멕시코 정부를 제소한 사실이 보도되는 등 이 문제는 판단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국책금융기관을 둘러싼 논쟁도 불이 붙었는데 미국 측이 ‘국책금융기관은 협정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내용을 두고 「국정브리핑」은 “국책금융기관은 FTA협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우리 측 입장이 관철됐다”고 보도한 반면 「한겨레신문」은 “미국 쪽이 ‘단 민간과 경쟁하는 부분은 협정대상’이라는 문구를 제안했다”며 국책은행의 기준과 구체적인 유보대상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에 큰 비중을 두고 보도했다.가장 큰 이슈는 미국이 서비스 분과에서의 주법 비합치 부분을 유보한 것과 정부조달 분과에서 주정부를 제외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협정 자체가 불평등 협정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고 김종훈 수석대표는 국회 특위 회의에서 “관세철폐는 연방정부의 권한”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법) 비합치 부분과 관련해 시장이 얼마나 줄어들고 늘어날지에 대한 구체적 분석 자료가 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김 수석대표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고 조약에 관한 국제관습법인 비엔나조약법협약의 경우, 미국은 비준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 주법 비합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정부의 정보 비공개에 대한 비판 계속돼photo3 범국본의 김동규 씨는 “정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공청회와 국회 내의 논의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국민들이 협상을 자세히 알 수 있게 하는 통로 하나 없이 지금까지 왔다”고 말한다. 그는 “큰 틀에서의 합의는 (3차 협상에서) 양국이 처리한 것 같다”며 앞으로의 협상과 비준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을 경계했다.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는 증언이 없다는 점, 협상관계자들이 3차 협상에서는 큰 쟁점에서의 이견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믿기 어려운 주장이기는 하지만 이런 주장이 나오는 일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보독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협상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밀실협상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이근 교수도 “한·미FTA의 경제적 영향은 경제학자와 전문가가 함께 평가해야 하는데 제대로 평가한 자료가 어디에 있느냐”며 경제학자들 역시 한·미FTA의 속사정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정운찬(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정부가 정보 공개를 철저하게 막고 있어서 경제학자들도 (한·미FTA) 내용을 잘 모른다”며 정부의 폐쇄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정보의 흐름이 원천 봉쇄된 상황에서 협상의 진행과정과 합의내용이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을 평가해야 하는 경제학자들마저도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 하는 난감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국민들이 한·미FTA에 대해 안고 있던 우려를 해소시킨다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하는 국회 한·미FTA대책특별위원회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특위에서 활동 중인 심상정 의원은 “특위를 분과별로 운영하고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자문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며 인력난 등의 어려움으로 인해 특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심 의원은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정부의 입장에 대해 ‘관료주의적인 사고’일 뿐이라고 비판했다.정부는 협상전략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상 내역을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며 대신 이해당사자들과 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어떻게 협상전략이 노출되는지에 대해서는 불친절한 설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국민적인 불안을 해소하는 데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한·미FTA가 정말로 한국 경제에 해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한·미FTA가 ‘뜬구름 잡는 듯’ 한 찬반 논쟁 속에서 체결과 국회 비준의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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