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들리고 보이는 국악

한적한 일요일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어제 MP3에 받아 놓은 2004국악축전 타이틀 곡 ‘2004아리랑’ 영어가사가 귓가에 맴돌고, 길가에는 국악뮤지컬 ‘그날이 오면 춤추면 노래하리라’ 포스터가 붙어 있다.서점에서 교재를 찾다가 무심코 ‘이슬기씨의 국악앨범’에 시선을 빼앗긴다.한참을 헤매다가 오늘 4시에 있을 가야금 레슨을 위해 가야금 교재를 구입하고 서점을 나선다.

한적한 일요일 오후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어제 MP3에 받아 놓은 2004국악축전 타이틀 곡 ‘2004아리랑’ 영어가사가 귓가에 맴돌고, 길가에는 국악뮤지컬 ‘그날이 오면 춤추면 노래하리라’ 포스터가 붙어 있다. 서점에서 교재를 찾다가 무심코 ‘이슬기씨의 국악앨범’에 시선을 빼앗긴다. 한참을 헤매다가 오늘 4시에 있을 가야금 레슨을 위해 가야금 교재를 구입하고 서점을 나선다. 전혀 억지스러워 보이지 않는 이 일과의 중심에는 지루함의 대명사 ‘국악’이 있다. 한때는 지루하고 지겹기만 한 것으로 대접받던 국악이 이제는 변화 추세에 있는 것이다. ‘2004아리랑’은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아리랑이건만 절반이 영어가사로 된 랩이고, 국악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은 약간 낯설지만 신선하기만 하다. 물론 이런 변화는 국악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일반 대중 역시 국악계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에 톡톡한 몫을 해내고 있다. 새로운 국악을 바라는 대중들의 욕구가 국악의 변화에 원동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악의 변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변하고 있는 국악 자체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국악 수용도를 살펴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 더 이상 ‘대중’과 ‘국악’은 낯설지 않은 것이다.영화 속 국악의 선율

가야금 앙상블 ‘아우라’는 현대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비롯하여 영화음악을 작업하는 작곡가와도 작업을 하며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의 민요를 바탕으로 하는 음악들로 한국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개성 있는 아우라식으로 재해석해 연주한다. ⓒ뉴시스

photo1영화에 있어서 영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배경음악이다. 이런 배경음악에 국악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국악이 영화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일은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는 국악을 소재로 한 영화이기 때문에 여기에 국악이 사용됐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국악이 영화에 쓰인 경우는 많았고 특히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의 주제곡 ‘꽃잎’은 해금의 멜로디가 잘 드러나는 곡으로 이를 작곡한 음악감독 원일 씨는 대종상 영화 음악상을 받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 ‘은행나무 침대’의 메인테마곡은 대금과 가야금을 중심으로, 영화 ‘취화선’은 이별가, 아리랑메들리와 같은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국악으로 이뤄졌다. 물론 국악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영화들이 ‘사극’을 표방하고 있기에 국악을 사용하기 용이했을 테지만, 영화를 위해 새로운 국악을 작곡하고 삽입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 대중에게 가장 친근한 광고 속 국악

꽃별의 음악은 광고음악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연주곡이 코리아나화장품 ‘자인’에 사용되기도 했고, 청정원 기업광고 음악으로도 쓰였다. 부산 에이펙정상회의의 공식 광고음악으로 사용된 곡도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의 음악은 우리 가까이에 와 있는 셈이다.
ⓒ 세계일보&세계닷컴

photo2국악이 대중과 가까워짐에 있어서 가장 큰 몫을 한 것은 광고음악이다. 실제로 어느 아파트 광고에서는 가야금 연주와 비트박스 그리고 b-boy들의 춤이 삼합을 이룬다. 이 광고는 대중 사이에서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가야금을 연주한 ‘숙대가야금연주단’은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이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캐논변주곡’을 가야금으로 연주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이처럼 유명하지는 않아도 광고음악으로 국악이 사용된 경우는 많이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광고는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잘 드러내기 위해 국악을 사용하는데, 어느 고추장 광고에서 사용된 해금 연주자 ‘꽃별’의 음악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한 비데 선전에서는 ‘서울 새울 가야금 3 중주단’의 ‘가야금 3중주를 위한 Java’라는 곡이 연주되는 등 광고음악을 통해 대중은 국악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었다.국악축제, 그 다양한 매력

부산을 창작국악의 성지로 가꾸기 위해 띄워진 부산전국창작국악관현악축제가 네 번째 문을 열어젖힌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문화회관이 주관하는 제4회 부산전국창작국악관현악축제는 오는 27~29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올해부터는 국악축제를 유료로 전환, 객석을 균일 5천원에 판매할 정도로 자신감을 살렸다. ⓒ 부산일보사

photo3국악축제는 전부터 꾸준히 추진돼 왔는데 지역과 주최 단체에 따라 축제의 모습은 다양하다. 그 중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유일한 국악축제로는 ‘영동 난계국악축제’가 있다. 올해로 39회인만큼 다른 국악축제와 비교해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 난계국악축제는 우리나라 3대 악상 중 한 분인 난계 박연(1378~1458)선생의 얼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우리나라 대표적 국악축제라 할 수 있다. 요즘은 이렇게 전통을 자랑하는 국악축제 외에도 많은 국악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잘 알려진 ‘국악축전’도 이 중 하나다. 현재 국악축전은 ‘나라음악큰잔치’로 명칭을 바꿨고 지난 2년에 걸쳐 국악축제를 열어 왔다. 많은 대중가수, 국악인 그리고 대중이 참여하는 국악축전은 우리 전통음악의 세계화와 대중화에 크게 기여해 온 대표적 국악축제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부산전국창작국악관현악축제’(이하 부산창작국악축제)는 특이한 취지를 갖는 국악축제다. 이 축제는 우선 축제를 열어 창작국악 곡을 요청하고 새로 만들어진 창작국악을 실내에서 공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본 축제는 10여개의 국립, 시립국악관현악단들이 참가하여 이뤄지며 창작국악 곡 중에는 색소폰, 바리톤 등이 함께 한 새로운 시도의 곡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기획단장 권재고 씨는 “솔직히 대중화가 덜 됐기 때문에 대중들이 더 잘 아는 악기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고 말하며 “대부분의 관객들은 아예 국악 자체를 자주 접하지 않기에 이런 곡들을 듣고 대부분 호응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일반 대중, 국악 배우기에 도전하다

잔잔한 가야금 선율에 역동적인 비트박스가 어우러져 새롭게 탄생한 ‘캐논’을 배경 음악으로 한 광고가 네티즌 눈길을 사로잡으며 퓨전 국악에 도전해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젊은 네티즌을 중심으로 국악에 대해 자료도 공유하고 직접 강습까지 하는 동호회 에서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 매일경제

photo4악기를 다루는 것은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며 이것은 국악 악기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요즘 전문적이지는 않더라도 악기를 비롯해 국악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광고, 영화를 통해 대중이 국악, 퓨전국악을 쉽게 접하게 된 점이 한 몫을 했다. 또한 전공자만이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국악학원에도 일반인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국악강습 연결 학원인 ‘단소야’의 K씨는 “우연히 TV에서 해금 소리를 듣고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런 학원뿐만 아니라 동호회나 동아리에 가입해 국악을 배우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서울대학교 국악 동아리인 ‘여민락’도 이런 활동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여민락에 가입한 윤효정(수의 05) 씨는 “국악이 전고오가 무관하지만 국악기를 배워보고 싶어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개인적 참여에서 나아가 국악원에서 직접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 강습을 해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 더이상 낯설지 않은 국악 음반

강은일 씨의 이번 앨범은 발매된 뒤 국악음반 분야 1위를 차지했고, 인터넷 음악사이트에서도 가요음반과 어깨를 함께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는 것이다. 음반업계가 전체적으로 불황이고, 캐럴 등 특정 음반이 강세를 보이는 12월 1500여장의 음반이 판매된 것은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자평이다.
ⓒ 2004 오마이뉴스

국악은 더 이상 기호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국악을 공부하고 배우는 데 있어서는 기호의 영향이 크겠지만 지금 일반 대중에게 있어서 국악은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대중’과 ‘국악’ 사이의 낯설음이 사라지면서 국악은 대중에게 있어서 자연스레 들리고 보이는 존재가 된 것이다. 물론 대중은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에 영화, 광고, 축제 속에 등장하는 국악을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국악과 대중이 과거에 비해 가까워 졌단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나아갈 과정의 원동력은 충분하며, 실제로도 그렇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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