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대중성의 사이에서 고민하다

처음으로 소개할 연주자는 한래숙(서울대 국악00 졸) 씨.한 씨는 국악과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성남시립국악단에서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7살 때 가야금 병창으로 국악계에 입문한 그녀는 가야금 음반과 국악중학교에서 만난 선생님의 영향으로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세계적인 문화유산인 국악, 소중히 지키고 싶어요”photo1혹시 퓨전국악을 시도해 보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예.그런 생각은 요즘 누구나 다 하죠.
처음으로 소개할 연주자는 한래숙(서울대 국악00 졸) 씨. 한 씨는 국악과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며 성남시립국악단에서 가야금을 연주하고 있다. 7살 때 가야금 병창으로 국악계에 입문한 그녀는 가야금 음반과 국악중학교에서 만난 선생님의 영향으로 자신의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국악, 소중히 지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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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퓨전국악을 시도해 보고 싶단 생각을 해본 적은 없나요?
예. 그런 생각은 요즘 누구나 다 하죠. 주변에서도 퓨전국악에 대해 많이들 생각해요. 하지만 난 이 시도가 그렇게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퓨전국악이 어떤 점에서 성공적이지 않은 것인지 더 얘기해주시겠어요?
대상이 대중이든 하이클래스든 음악의 질(quality)이 있는데 현재 퓨전국악에서는 작품성 있는 음악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지 않아요.
성공적이지 않다고 한 예를 생각해보면, 가야금이 주제인 퓨전음악이라 해서 연주회장을 갔는데 내용적으로 가야금이 중요하지 않은, 어떨 땐 오히려 다른 악기가 주인공이 되는 주객전도의 상황도 있어요. 서양 선율을 있는 그대로 가야금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좀더 고민이 필요해요.

그래도 정통국악을 하는 길이 좁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지.
악단에 취직하거나, 학교에서 교사를 하거나 혹은 병행하거나 어쨌든 크게 두 가지 길에서 결정하게 되는 건데 워낙 경쟁도 치열하니까 일반인의 취업을 생각하면 좁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예술은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고 표현하는 행위니까 예술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이 많다면 길이 넓다고도 할 수 있죠.

국악을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떤가요?
와-하고 놀라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같은 음악인데 서양음악하는 사람은 조용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생각하고 국악인에 대해선 여러 악기를 다룰 줄 안다고 믿는 등 비전문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국악은 서울대에 한국 최초로 국악과가 생긴 이후로 전문화가 이뤄져 왔어요.
나이 많은 분들의 경우엔 국악하면 기생이다 이러기도 하지만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퓨전음악이 국악의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대중화에는 기여하죠. 하지만 저는 국악의 발전은 대중성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퓨전이 아닌 우리 전통음악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국악에 깃들여 있는 정신이나 깔려있는 철학도 우수하게 평가받고 있어요, 그런 본질들이 퓨전국악에서는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해요. 표피적인 것만 가지고 음악을 만들면 모르는 대중이 봤을 때는 ‘국악은 다 저래’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거죠. 그게 우려된다는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국악은 이제까지 계속 공부해 왔고 또 대학원에서 앞으로도 공부를 할거예요. 또, 서양음악의 기본원리나 서양음악이 우리 음악과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도 공부 하고 싶어요. 음악이라는 보편성에 더해 국악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해요. 너무 오버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악이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온 인류의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소중하게 지키고 발전시켜서 인류문화의 보존에 기여하고 싶어요.
두 번째로 소개할 연주자는 올 연초에 퓨전국악 앨범 [In the green cafe]를 발매한 이슬기(서울대 국악99 졸) 씨다. 이 씨의 어머니는 가야금 인간문화재로 선정된 문재숙(이화여대 한국음악과) 교수인데 그녀는 그 영향으로 아주 어릴 적부터 국악을 접했다고 한다.

“소통하는 국악을 꿈꾸는 가야금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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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어떻게 국악을 공부해 왔나요?
사실 저희 어머니가 무형 문화재예요. 그래서 부모님 영향으로 아주 어릴 때부터 가야금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어요. 집에 장구나 그런 악기가 많아서 그냥 생활 속에서 친근하게 가까이 했던 거죠. 전 어렸을 땐 다른 집에도 다 악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아니라는 걸 알고 ‘아, 속았다’ 싶었죠. 그래도 음악의 매력에 사로잡힌 거고, 그래서 제 길을 별로 의심해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퓨전국악이 왜 계속 시도된다고 생각하시죠?
퓨전국악은 제가 느끼기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의 가부키 같은 경우에는 고급화된 문화로 설 땅이 있는데, 국악은 설 땅이 없는 거예요. 이 음악 저 음악 무조건 섞는 것은 물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지만 대중과의 소통은 필요하니까. 어떻게 소통을 시도하면서도 내가 가져온 이 전통을 딛을 수 있을까, 전 이런 걸 고민했어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앨범 작업을 하셨나요?
한 장르만 파지 말고 좀 넓고 다양한 시도를 하려고 했어요. 즉흥성 있는 재즈의 느낌도 내보려고 했고 영화음악처럼 따듯한 느낌도 주려고 했어요. 가야금으로 재즈를 포함해 여러 장르를 시도한 앨범은 처음이니까 가능하면 넓게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면 내 뒤에 오는 후배들이 이 중에 한 장르를 골라서 깊게 팔 수 있는 거고, 또 제가 다음 앨범에서도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음악적인 면에서는 굉장히 만족했고, 지인들이 제 이미지와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얘기해주셔서 만족했죠.

주변의 국악인들로부터 전통에서 벗어난다는 우려를 듣지는 않았는지 궁금한데요.
처음엔 교수님들한테 말씀도 못 드리고 그랬어요. 사실 전통의 길을 걸어온 분들이 보기에 제가 크로스-오버를 시도하는 것이 외도로 보일까봐 좀 걱정스러웠어요. 국악계라는 어떤 조직 속에서 내가 정통성을 잃고 대중성만 쫓아 가는 연주자로 인식되는 게 두려웠죠. 우연한 계기로 선생님이 제 음악을 들으셨는데 “너 정말 애썼더라. 어떻게 이런 걸 기획해서 만들 생각을 다 했니.”하고 좋게 평가해 주셔서 감동받았죠. 제 음악을 통해서 국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달이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 외에도 좋게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참 많아서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떤가요? 혹시 연예계 활동을 하시는 건?
저는 연예계 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별로 생각은 없어요. 대중적인 활동을 하고 싶어서 일부러 (새로운 시도를) 하지는 않을 거예요. 정말 시대적인 요구가 있다면 결과적으로 연예계 활동을 할 수는 있겠지만 더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런 걸 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이번 기사에서 인터뷰한 마지막 연주자는 서울대에서 아쟁을 전공하고 있는 신진영(국악05) 씨다. 아쟁 전공은 한 학년에 한 명뿐인 희귀한 전공이기 때문에 신 씨는 방학 중 국비 지원으로 교수님들과 유럽 투어에 나선 적도 있다고 한다.

“국악, 능동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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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한테 아쟁을 한다고 말하면 반응이 어때요?
다들 비슷해요.(아쟁은 현악기인데 기자는 처음 듣고 ‘관악기인가요?’라고 물었다) 예전에 초등학교 교과서 보면 해금 사진에다가 아쟁이라고 이름을 붙여 놨었는데, 사람들이 이런 교과서로 배워서인지 악기조차 잘 모르는 반응이 대부분이죠.

퓨전국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퓨전국악이라고 해도 범위가 넓잖아요. 같이 공부하는 국악도들도 비슷한 생각일텐데 우리 것이 아닌 것이 마치 우리 것처럼 국악 소리만 빌려서 하는 건 퓨전이라고 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서양음악에 흡수돼서 가는 수동적인 형태는 옳지 않다고 봐요. 좀더 능동적으로 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국악과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인가요?
국악과 분위기는 우리 것을 지키면서 같이 가자는 거예요. 현재 주를 이루는 퓨전은 아까 말한 류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좋게 보지 않아요. 물론 시도 자체는 높이 사고 있어요. 아무래도 시대의 흐름이 퓨전을 하는 것이고 살아남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시도를 해보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지금도 일부는 차근차근 국악의 음악적인 부분을 살려서 퓨전을 시도하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조금 더 자리를 잡으면 좋지 않을까요?

혹시 미래의 진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직 미래에 대해 구체적으로 잡아놓은 건 없어요. 제가 앞으로 국악을 계속하게 될지 다른일을 하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거든요. 분명한건 저는 문화쪽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국악을 (직접) 하진 않아도 상품성 있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일을 해보고 싶은데 메이저 국악단에 들어가더라도 나중에는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해보고 싶네요.

국악계의 진로가 좁다고 생각하세요?
많이 하죠. 국악과 한 학년 정원이 30명 되는데 그 중에 3~4명은 연주자로 남고 나머지는 다른 일을 찾아 보거든요. 아예 국악과 동떨어진 일을 하게 되는 사람도 있고요. 아무래도 현재는 인기도 적고 보편화도 안 됐으니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길이 좁은 만큼 앞으로 할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개척되지 않은 곳이 많은 거니까.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있어서 차이점이 있었지만 대체로 퓨전국악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그것은 퓨전국악은 대중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전통국악을 잘 이해하고 그 본질을 유지하면서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돈 되는’ 일과는 거리가 먼 국악계에서 자기 자리를 찾고 있는 세 연주자가 전통과 대중성 사이에서 접점을 잘 찾아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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