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1 “크킁… 킁킁”언젠가부터 자하연 근처를 지나갈 때면 자하연의 야릇오묘한(?) 냄새를 맡는 버릇이 생겼다. 비릿한 자하연 냄새를 일부러 맡고 싶기야 했겠냐마는, 기사 때문에 한참 신경이 곤두서 있던 때여서 그런지 자하연 근처만 지나가면 무의식적으로 킁킁거리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이른바 ‘자하연 증후군’. 이번 기사를 함께 준비한 김보람 기자도 한동안 같은 증상으로 시달렸다고 한다.‘수질 오염’이라는 단어가 너무 생소했던 두 기자에게 이번 취재는 ‘미션 임파서블’처럼 느껴졌다. 일단 수질 검사를 어떻게 하는지부터가 문제였다. 직접 할 수는 없었다. 학내 연구소에서는 ‘민감한 문제’에 연루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 네이버 지식인도 이럴 땐 별 수 없었다. 수소문한 끝에 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검사를 의뢰하기로 했고, 연구원에서는 ‘무균병’에 물을 담아오라고 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무균병’. 학교 근처의 약국들에 ‘무균병’이 있냐고 물어보니 대답이 걸작이었다. “네?? 무슨 병 걸리셨다고요?”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마음씨 좋은 구청 직원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자하연 연못물을 채취할 수 있었고, 채취한 샘플은 곧장 연구원에 맡겼다. 두 기자는 빌고 또 빌었다. “부디 5급수가 나오게 해 주소서! 특종 쓰게 해 주소서!”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하늘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다. 자하연 수질이 무려 5급수 이하를 기록한 것이다. 학사 성적표에 비유하자면 F학점 누적으로 학사경고를 받고 재수강을 해야 할 판이었다. 어쨌든 수질조사 성적표를 손에 쥐니 취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두 기자는 행복한 마감을 맞았더란다.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장 절감한 것은 ‘공부의 필요성’이었다. 사실 인문사회대생들은 자연과학의 내용을, 이공계 학생들은 사회적 이슈들을 접할 기회도 별로 없을뿐더러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홀히 다루기 쉽다. 하지만 어찌 학문의 영역을 칼로 무 자르듯 쉽게 나눌 수 있으리오. 특히 법대생인 기자와 같은 경우에는 밥만 축내는 ‘밥대생’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다른 학문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화학적 산소요구량’이나 ‘부영양화’와 같은 개념들과 씨름하며 나름대로 고뇌한 끝에 얻은 결론이다.거대 담론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들도 충분히 좋은 기사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기자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왔다. 지난 호에 기자가 이 총장 조부의 친일 논란을 다뤘을 때는 별 관심이 없던 주위 사람들도 이번 자하연 기사에 폭발적인 호응을 보내 줬던 것. 평소 불평만 하고 지나치기 쉬운 문제들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파고 든다면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좋은 기사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마음 속 깊이 하고 싶어 하는 얘기들을 대신 말해 주는 기사일 것이리라.휴……. 오늘의 결론. “이게 다 자하연 때문이다. 아니 자하연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