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도서관에서 신간 베스트셀러를 찾아 읽 으려고 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쉽지 않았을 것 이다- 서고에 새로 들어오는 신간 서적은 늘 부족 한 느낌이고, 인기있는 책은 늘 대출중이고, 어떨 때는 대출중이 아닌데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을 수 없고'” 이것은 도서관 서고 이용자들이 말하 는 수많은 불편 가운데 하나를 예로 든 것에 불과 하다. 명색이 대한민국 최고라는 서울대 중앙도서 관‘ 그러나 이용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무 엇이 서울대 도서관을 이다지도 불편하게 만드는 가? 책 한권 찾아읽기 정말 힘들다 ”개인적으로 주로 신간을 즐겨보는 편인데 신간 서적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월간지나 계간 지 같은 잡지류는 더더욱 읽기 힘들다”는 권화순 (인문 . 02)학우. 서울대 도서관에서 펼요한 책이 나 자료를 찾기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도 서 구입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2001년 기준으로 서울대 중앙도서관의 장서 수는 219만 권, 구독 학술지는 9974종으로, 하버드대 (장서 수 1468만권, 구독 학술지 10만 종)는 물론 도쿄대(762만 권, 3만 종)나 미네소타대(597만 권, 4만 종) 등에 비해 지극히 초라한 수준임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나마 서고에 들어와 있는 책조차도 찾 아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책 한권 빌리러 도서 관 열 번 삽질한 적도 있다 책은 한 권이요‘ 사람 은 2만이랴”라는 경제학부 01학번 「학우의 말 대로 이는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중앙 도서관 홈페이지 에 올라온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5일부터 10 월 25일까지 한달 간 연제자는 무려 3254명이고, 연체된 책 수는 6206권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 간동안 대출된 책의 13%에 해당하는 숫자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반납기간을 1개월 이상 넘긴 장기연처1 상태다. 도서관 쪽에서 그 많은 사람들 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반납을 독촉할 수도 없 는 노릇이므로 당장 그 책이 필요한 사람들은 기 약없이 기다려야한다. 그런가 하면, 채현정(인류 . 01) 학우는 ”검색해 서 대출이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 잦으러 가 도 제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한 다. 누군가 도서관 안에서 읽고 있어서 제자리에 꽂혀있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엔 그러한 일이 너무 빈번하게 발생한다. 혹시 그 자리에 있는데 못 잦 은 것이 아닌지 여러 번 확인하지만 결국 허탕치 는 일이 반복되고 나면, 도대제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진다. 웹상에는 ’대출가능’, 그러나 찾을 수 없는 책들 단행본 서고 사무실의 박봉금 씨는 ”개가제로 운 영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며 사라진(?) 책 들의 행방을 설명한다. 첫째, 누군가가 서고 안에 서 읽고 있거나 대출절차를 거치기 전인 경우. 둘 째 반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출납대나 반납대에 있는 경우. 셋째, 뽑았다가 제자리에 다 시 꽂지 않고 복사기 옆이나 책꽂이의 빈 공간 동 아무데나 놓아둔 경우. 셋째, 누군가가 혼자 읽으 려고 자기만 아는 장소에 숨겨둔 경우. 서고 사무실 직원들이 매일 수시로 이런 책들을 찾아서 되돌려놓고 부재도서 찾아주기 서비스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 저녁 때면 복사기 옆에 책이 산처럼 쌓이곤 한다. 특히 일부러 숨겨둔 책 들은 찾는 데 오래 걸린다고 박봉금 씨는 말한다. 다른 서가의 책꽂이에 제목이 안 보이도록 거꾸로 꽂아놓거나, 나란히 붙어있는 책꽂이의 틈새 공간 에 넣어두거나 그밖에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책 을 숨겨놓고 흔자서만 꺼내 읽는 경우 이를 찾아 서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 다. 몇 안되는 직원들이 200만권이 넘는 장서를 모두 관리하다보니 더욱 그렇다, 서고 이용자들이 책을 꺼냈다가 제자리에 다시 꽂아주기만 해도 1 대출가능1한 책의 행방이 묘연한 일은 훨씬 줄어 들젓이다. 자료훼손, 도난, 분실 … 공중도덕의 실종 지난 2002년,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는 ’도서관 자료 훼손 방지 요청1이라는 공지사항이 올라왔 다. 비싼 외국 전공서적을 대출하여 복사업자에게 전권 복사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고속 복사를 위하여 자료를 해체하거나 절단한 후 다시 조잡하게 제본하는 바람에 귀중한 자료들이 심하 게 훼손된다는 것이었다. 꼭 이런 극단적인 경우 가 아니더라도빌려온 책의 상태가 너무 청결하 지 못해 당황할 때가 였다”는 채현정 학우의 불만 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책에 함부로 줄을 긋 거나 특정 페이지를 찢어가는 등 책을 훼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편‘ 학내에 만연해있는 도난사건들로부터 도 서관이라고 자유로울 수 없다.4층 자료실 입구의 임시 가방 보관소에서 종종 가방이 없어지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며, t1]교적 엄격하게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는 자료실 안에서도 도난사건이 일 어난다. 도서관 입구에 있는 경비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서고에서 발생하는 서적 도난 횟수는 하루에 10 건 정도라고 한다. 도서관에는 각 층마다 cctv가 설치되어 있고, 나갈 때에도 반드시 검진기를 통 과하게 되어있기 때문에 도난 방지책이 불충분하 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cctv가 미치는 구 역은 복도까지이고, 실제로 서적이 배열되어있는 곳에서 학생들이 책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지 못하 는 것이 현재 발생하는 도난 사건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일단 도난이 적발된 이후에 는 훈계 이외에 다른 조치가 취해진 적이 없다고 한다. 검색용 컴퓨터 옆에 놓인 메모지 바구니와 펜이 없어지는 일도 골칫거리다. 가방을 바깥에 두고 들어오면서 필기도구 준비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이용자들이 많기 때문에, 검색대에는 펜과 메모지 가 콕 필요하다. 보다못한 도서관 측에서 볼펜에 끈을 탈아 책상에 고정시켜놓고 1볼펜 떼어가지 마세요’라고 써붙이기까지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 지였다. 담당자인 박진만 씨는 원래 매일 확인하 고 정비해야 하지만, 신경쓸 일이 이것 하나만이 아니라서 잘 안된다1고 말한다. 최근 검색대에는 새 볼펜들이 비치되었으나, 이 또한 얼마나 오래 갈지는알수없다 도서관 이용자들 간의 ’약속’이 필요 이처럼 서울대 도서관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 으로는 도서관 자체의 문제점과 함께 이용자들의 부주의나 볼염치를 지적할 수 있다. 장기 연체된 책, 복사기 옆에 아무렇게나 쌓여있는 책, 지저분 하고 찢겨져 나간 책, 도난당하는 책 … 도서관을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아쉬 워지는 부분이다. 순간의 1편함1을 쫓는 그 행동이 고스란히 이용자 자선의 ’불편함’으로 되툴아간다 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있건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반복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전형적인 1용의 자의 딜레마’를 발견할 수 있다. 격리되어 있는 두 용의자는 둘 다 범죄 사실에 대해 업을 다물 때 가장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상대방이 침 묵을 지켜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결국 자백하는 길을 택하고, 그 결과 함께 벌을 받게 된다 도서관과 같은 공공재의 사용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현재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 은 서로 만나지도. 소통하지도 않는 익명적 개인 들이다. 다른 이용자가 그 공공재를 아껴써 줄 것 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결국 자신도 함부로 이 용하는 쪽을 택하고는 ’남들도 다 그렇게 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면 이 딜레마를 해결 하는방법은무엇인가?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두 용의자를 격리시커지 않고 만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모 종의 협력과 약속을 통해 둘 모두에게 유리한 결 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도서관 이용자들이 모여서 도서관 이용시 발생하는 불편함에 대하여 적극적 으로 논의하고 1우리 이런 짓은 하지 말자라고 약 속하는 것. 즉, 도서관 자치위원회의 구성과 그를 통한 자율적 규제가 도서관 문제 해결의 기초가 될수있다. 서고 문제 해결을 위한 자치단위를 구성해야 물론 현재 서울대에는 도서관 자치위원회가 존 재한다. 그러나 이 위원회의 활동은 열람설의 좌 석 부족 문제 해결에 집중되고 있으며 그 문제 하 나만으로도 힘에 부치는 설정이라‘ 서고 이용 문 제까지 신경 써주기는 어렵다. 따라서 도서관 서 고 이용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각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개인들이 모여 별도의 자치 단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 자치단위 안 에서 이용자틀 간의 약속이 가능해질 것이다 비 록 강제성은 없을지언정 서고 이용자들의 의견 수 렴을 통해 마련된 서고 이용에 관한 자치규약1같 은 것이 있을 때와 없을 때는 분명 다르다 하다 못해 복사기 앞에 ’책은 제자리에 다시 꽂아놓읍 시다1라는 스티커라도 붙인다면 말이다. 나아가 도서관 자체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서도 이 러한 자치단위는 목 펼요한 존재다. 200 만 권이 넘는 장서와 1만 여종의 학술지, 100여대 의 컴퓨터, 여섯 개의 대형열람실을 관리하는 직 원 수는 겨우 100여명. 국고 지원금의 대폭 삭감 과 금리 하락에 따른 이익금 감소, 책값 상승 등 으로 인해 늘 부족한 도서관 예산 빠듯한 일손과 빠듯한 예산 때문에, 도서관 측이 알아서 이용자 들의 요구에 귀기울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복사기가 고장나면 빨리 고쳐달라는 작은 부분부 터 인력 · 예산 확충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 이르 기까지, 지금과 같은 개인적이고 산발적인 불평 . 불만이 아닌 자치위원회의 공식적인 요구가 있을 때 해결 가능할것이다. 요컨대 어떤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도서관 이용자들 스스로 적극적 인 관심과 노력을 보이지 않는 한, 서울대 도서관은 늘 불편한 공간 일 수밖에 없다.